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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와 함께 떠올라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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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세월호와 함께 떠올라야 할 것들

    23일 오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셀비지의 잭킹바지선 두척이 세월호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사망자 295명, 미수습자 9명.

    너무도 소중한 생명들을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시킨 세월호. 정말로 밉고 보기 싫은 그러나 반드시 봐야만 하는 세월호였다.

    그런 세월호가 1073일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바닷물 위로 올라왔다.

    검붉게 녹슬고 금이 가고 찌그러진 몰골은 3년 동안의 한숨과 기도 속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까맣게 타버린 미수습자 가족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서럽고 원통하고 분해서 억장이 무너지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눈물로 감사를 표시했고, 국민들도 두 손을 모은 채로 밤새 TV 앞을 지켰다.

    세월호가 참사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중국 인양업체 잭킹바지선에 고정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쉽게 올라오는 것을…. 왜 3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갔는지 모든 게 물음표 투성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체 인양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완벽한 인양성공을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때다.

    바다 밑에 가라앉았던 선체를 수면 위로 올리고, 그 다음은 반잠수선 위로, 또 그 다음은 육상으로…. 계속되는 '올리는 작업'을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월호는 인양(引揚)됐다기 보다는 부상(浮上)했다는 느낌이다. '진실은 더디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처럼 끌어 올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 위로 떠오른 것 같다.

    세월호 선체가 참사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즉, 떠오른 세월호처럼 바다 밑 어둠 속에 가라앉았던 진실도 함께 떠올라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비롯해 침몰 과정과 원인, 인양 시기의 거듭된 지연 등 여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경우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당시 재판관 두 명이 보충의견을 통해 재난대응에 소홀했던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위기 때 최고의 배는 리더십이다(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라는 교훈에서 알 수 있듯 '세월호 침몰이 곧 박근혜 리더십의 침몰'이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침몰 원인을 두고서도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선박 자체의 구조적 결함 이외에 잠수함 충돌설, 제주해군기지로 운반되는 철근의 적재 여부 등이 줄곧 논란거리가 돼왔다.

    인양 시기를 둘러싸고는 당초 지난해 8월로 예정된 이래 세 차례 연기를 거듭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해수부가 인양 방침을 '깜짝 발표'함으로써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의도적으로 늦춘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됐다.

    (사진=자료사진)

     

    마치 놀이기구 '시소(seesaw)'의 양 끝에 박 전 대통령과 세월호가 위치한 양상이다.

    한쪽이 내려가면 다른 한쪽이 올라가는 것처럼,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몰락해야 세월호가 떠오른 형국이 됐다.

    이제 세월호의 인양이 성공한 이후에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세월호 선체조사특별법'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선체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켜 선체 조사 등을 통한 진실 규명, 미수습자 수습을 포함한 유가족들의 상처 치유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의미는 지금까지 은폐됐던 부정과 불의에 대한 심판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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