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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통 고민에 일일이 손편지…나는 온기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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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천통 고민에 일일이 손편지…나는 온기우체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현식 (온기우편함 운영자)

     

    여러분, 우체통에다가 편지를 넣어본 게 언제세요? 사실 요즘은 손편지 쓸 일 자체가 별로 없는데요. 그런데 서울시 종로구에 세워진 한 우편함에는 일주일에만 손편지가 200여 통 가까이 들어온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이름은 온기우편함. 다름 아닌 고민편지만 받는 아주 특별한 우편함이라는데요. 이 우편함에다가 고민을 써넣으면 역시 손편지로 답장이 온답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연결을 해 보죠. 28살의 청년이에요. 조현식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조현식 씨 안녕하세요.

    ◆ 조현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이 사진을 보니까 진짜 그냥 골목길에 나무로 된 우편함이 서 있는 거네요. 우편함 이름은 왜 온기우편함이에요.

    ◆ 조현식> 메. 따뜻한 마음을 전해 드리는 우편함이라는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하다 보니 ‘온기’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온기우편함으로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거기에다가는 고민 편지만 넣을 수 있는 겁니까?

    온기우편함 (사진=조현식 씨 제공)

     

    ◆ 조현식> 네, 편지봉투에다 주소를 적어주시면 저희 점원분들이 함께 손편지 답장을 해 드립니다.

    ◇ 김현정> 아까 제가 설명드렸지만 일주일에 한 200통 가까이 온다면서요?

    ◆ 조현식> 네. 200통 정도 오고 있어요.

    ◇ 김현정> 그걸 어떻게 답장을 일일이 다 손편지로 씁니까?

    ◆ 조현식> (웃음) 사실 이렇게 많이 편지를 넣어주실 줄 예상은 못 했었어요. 지금 총 60분 정도의 ‘점원’분들이 계세요. 답장을 함께써 주시는.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편지를 쓰자 해서 답장해 드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처음에는 조현식 씨 혼자서 답장을 이렇게 쓰기 시작했는데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니까 도와주는 점원분들, 뜻이 맞는 분들이 같이 자원봉사처럼?

    ◆ 조현식> 네네, 그렇게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이게 비용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이 정도 편지가 오면?

    ◆ 조현식> 저희가 2000장 정도 생각했을 때 한 15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일하면서 사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아니, 어떻게 그러면 처음에 이 온기우편함 같은 고민을 받는 우편함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신 거예요, 처음에?

    ◆ 조현식> 처음에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다가요.

    ◇ 김현정> 일본 소설이에요?

    ◆ 조현식> 네, 일본 소설이에요. 책을 읽다가 우리나라에도 분명 고민을 많이 갖고 계신 분이 있으실 것 같고 그리고 힘드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걸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가게의 우편함에다가 고민 편지를 넣으면 거기에 대해서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답장이 오고 뭐 이러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소설이죠.

    ◆ 조현식> 네, 맞아요. 막상 해 보니까 오히려 고민편지를 받으면서도 이렇게 내용이 너무 깊은 내용도 있고 오히려 거기서 더 감동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온기우편함 (사진=조현식 씨 제공)

     

    ◇ 김현정> 그 많은 편지들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편지 한 통 있다면?

    ◆ 조현식> 얼마 전에 고등학생 친구가 써준 편지가 있었어요. 최근에 아버지도 잃고 가깝게 지낸 친구와도 멀어져서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었어요.

    ◇ 김현정> 아버지 돌아가시고 가깝게 지내던 친구와도 멀어지고...

    ◆ 조현식> 네, 그 편지를 읽으면서 너무 힘든 상황이 느껴져서, 제 경험에 비춰서 저는 2년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었는데 그 얘기를 쓰면서 같이 함께 힘내자고 그렇게 말을 썼어요.

    ◇ 김현정> 그렇게... 그런 사연이 있는가 하면 또 ‘야, 이거 답장을 어떻게 해 줘야 되지? 이거 참 난감하다.’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 조현식> 가장 귀엽고 난감했던 사연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생 친구들이나 유치원 친구들이 써준 편지들이 있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조현식> 공부를 별로 못해서 걱정이에요, 이렇게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준 친구랑, 7살 친구였는데 살 빼야 하는데 운동이 너무 싫다고. (웃음)

    ◇ 김현정> 7살이? (웃음)

    ◆ 조현식> 네. 그래서 어머니가 자꾸 운동을 시키는데 너무 싫다고 이렇게 했던... (웃음) 이런 편지에 어떻게 써야 될지 가장 고민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뭐라고 써주셨어요, 그래서. 살 빼야 된다는 7살한테는?

    ◆ 조현식> ‘지금은 괜찮다. 다 빠질 것이다.’

    ◇ 김현정> 다 빠질 것이다? 일단은 먹어라. 괜찮다?

    ◆ 조현식> 네. ‘지금은 스트레스 받고 하는 거 안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써줬죠. (웃음)

    ◇ 김현정> 그 아이 재미있네요, 그 사연. 또 기억나는 사연, 재미있는?

    ◆ 조현식> 7살 친구 같은 경우에 너무 못생겨서 고민이라고 써준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나이가 커가면 외모뿐만 아니라 나만의 매력이 생긴다. 매력도 중요하다.’ 이렇게.

    ◇ 김현정> 이야! 정답이네요. 그거 정답이죠.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위로가 됩니까? 그러네요. 그러니까 보통 지금 몇 가지 예만 들어봐도 나이가 많은 분들보다는 10대, 20대가 많은가 봐요.

    ◆ 조현식> 네. 보통 10대 후반 친구들과 20대 분들이 가장 많으시고요. 30대분들 같은 경우에 결혼이나 노후 관련된 얘기도 써주세요. 그럼 저희 50대 점원분과 함께 써드리고 하고 있어요.

    온기우편함 운영자 조현식 씨

     

    ◇ 김현정> 그 손편지의 힘이라는 게 분명 있죠?

    ◆ 조현식> 손편지가 한번 쓰면 다시 고치기가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쓰기 전에 많이 생각을 하고 쓰기 시작했을 때 진심이 담긴다고 생각을 해요. 누군가의 마음을 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정갈하게 탁탁탁 컴퓨터로 찍는 것이 아니라 나의 그야말로 인격이 들어가는 글씨, 나의... 뭐랄까요. 사람 냄새가 나는 글씨. 그야말로 온기가 들어가는 글씨 자체도 그 안에는 힘이 있죠.

    ◆ 조현식> 네. 맞아요.

    ◇ 김현정> 치유의 힘. 온기우편함. 계속 쭉 이어오시는 겁니까?

    ◆ 조현식> 네, 대한민국에 계신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답장을 써드릴 수 있을 때까지 쭉 이어갈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우리나라 자살율이 12년째 OECD 1위입니다, 여러분. 그렇죠? 한강다리 가면 지금 자살방지 표지판도 서 있고 생명의 전화도 설치돼 있고 그런데 이 온기편지함도 생명을 구하는 좋은 아이디어다라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사회적인 캠페인으로 1호, 2호, 100호 좀 널리 퍼져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조현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성껏 답변해 주세요.

    ◆ 조현식>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화제 인터뷰 온기우편함, 온기잡화점의 대표예요. 조현식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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