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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0개월의 삶…"저는 식용견입니다"



사회 일반

    단 10개월의 삶…"저는 식용견입니다"

    가축과 비가축 사이 애매한 위치…사회적 논의 우선돼야

    제주시 개사육장에서 키우고 있는 개. 철장 안에서 10~12개월 정도 사육된 뒤 중간업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내 집은 가로 45㎝, 세로 125㎝의 녹슨 철집이다. 이름은 없다. 여기서 24시간 산다. 인간들은 답답해 보인다고 하는데 답답하다는 느낌은 뭘까. 내가 살며 느껴온 공간은 이곳이 전부인데.

    외롭다는 느낌은 알겠다. 어렸을 때 잠깐 엄마를 본 적 있기 때문에. 비좁은 분만 공간. 담요와 천으로 가려진 녹슨 철집. 그곳을 나온 뒤 나는 더 이상 엄마를 본 적 없다.

    10개월 케이지(cage) 인생. 나는 도사견이다.

    제주시내 개사육장. 새끼 개들이 분만 공간에서 따로 관리되고 있다.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우리 농장엔 나와 똑같은 친구들이 수백 마리 더 있다. 가끔 나와 다른 친구들이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삶은 같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그리고 떠나고.

    인간이 오면 짖는 게 활동의 전부인 삶. 사람들은 나를 식용견이라 부른다.

    제주시 개사육장에서 발견된 애완견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집 밑은 화장실이다. 송송 뚫린 집 사이로 볼일을 본다. 제때 치우지 않으면 분비물이 가득 찬다. 이곳에 볼일을 보면 쌓여있던 분뇨가 튀어 오르기도 한다.

    인간들은 이걸 모아 퇴비로 사용한다. 우리 삶은 밀집사육, 집단사육이라고 표현한다.

    제주시내 개사육장. 철장 아래 분뇨가 쌓여있다.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지난 17일 제주시 김녕에 있는 우리 농장에 외부인이 찾아왔다.

    제주시청 공무원들은 분뇨 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농장주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제주시청 환경지도과 직원들이 개사육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그중엔 기자도 있었다. 우리가 먹는 밥이 뭔지 꼬치꼬치 캐물어 보고 있었다.

    농장주는 “학교 등에서 나오는 잔밥과 닭 부산물을 끓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개사육장. 닭 내장 등 부산물이 쌓여있다. 부산물은 끓인 뒤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제주시 개사육장. 닭의 머리만 따로 박스에 담겨 있다. 모두 개 사료로 쓰인다. (사진=문준영 기자)

     

    기자가 부산물을 어디서 가져오는지 물어보자 주인은 주변 양계장에서 가져온다고 말했다.

    농장 주변에 항상 목재가 쌓여있는데 밥을 끓이기 위한 땔감들이었구나.

    제주시 개사육장에 있는 개사료. 음식물쓰레기와 닭의 부산물 등이 섞여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시 개사육장에서 사료를 만들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와 닭의 부산물 등이 섞여 가열되고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주인은 “10~12개월 정도 키우면 다른 지방 사람들이 사간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나도 언젠간 떠나겠지. 그런데 어디로 가는걸까.


    ◈ 개는 가축일까,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 포함해야 vs 먹지 않아야

    개는 축산법과 동물보호법에서 가축에 해당한다. 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가축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가축의 사육과 도살, 축산물의 가공과 유통, 검사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법이다.

    사실상 개가 이 법에 포함되지 않아 명확한 규정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비위생과 도살, 병견 유통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제주시내 개사육장. 개 눈가에 붉은 혹이 올라와 있다.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전 선임간사는 “개를 축산물위생법에 올리는 순간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며 “정부 입장에선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사육은 불법이 아니라 무법이기 때문에, 면밀한 법적 해석보다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무법의 상태에서 나오는 개사육장에서의 부산물 불법 유통과 위생문제, 동물학대 문제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전체적인 문화 흐름으로 봤을 때 이제는 더 이상 개를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생계가 달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분들이 연착륙 할 수 있는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개사육장 (사진=김진형 대학생 기자)

     

    또 “개고기 소비도 점점 줄고 있고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 수준에서 개를 가축으로 넣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며 “사회 흐름이 법과 제도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는 식용견과 애완견이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개를 어느 한편에서는 가축으로 인정하면서도 방치해둔 상태”라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가축의 하나로 규정돼 모든 기관에서 인정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식용견과 애완견이 구분돼야 한다. 모든 견을 애완견으로 보는 게 문제”라며 “얼마 전에 언론에 강아지 공장이 나왔는데, 그것과 식용견은 엄연히 다르다. 저희들은 하나의 생업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서는 양돈이나 양계 등 모든 축산에 있어 보조를 해주지만 개의 경우 오로지 시설 등에 관한 것만 지원해주고 있다”며 “톱밥과 백신 등을 보조해주는 타 지역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개사육장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등록된 개사육장은 제주시 66곳, 서귀포 23곳으로 해마다 그 수가 줄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수시로 가축분뇨 처리와 무단증설 등을 종합 점검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2008년 가축분뇨관리법에 개가 포함되면서 가축분뇨를 중심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개 도축 등은 법상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민원 처리에도 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NEWS:right}

    (#### 일부 기사는 사육 환경을 식용견 시각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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