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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참해도 돈은 내" 군대 악습 대학부터 배우나



인권/복지

    "불참해도 돈은 내" 군대 악습 대학부터 배우나

    • 2017-03-18 10:07

    병영 악습 유입…대학 시절부터 그래도 되는 것처럼 배워

     

    학내 SNS·커뮤니티에 고발 글 '수두룩'…문제의식은 '제자리걸음'
    "병영 악습 대학유입과 무한경쟁·취업과열이 낳은 병폐"

    "학과 MT를 가지 않는데도 돈을 필수로 내라고 합니다. 때리고 얼차려 시키는 것만 군기가 아니라 이런 강요도 군기입니다."

    최근 인천의 한 사립대학교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이 학생은 학생회에서 "수련모임(MT)에 반드시 참가해야 하고 가지 않는 경우에도 참가비 5만원을 무조건 내야 한다. 단과 학생회에서 단체로 맞추는 점퍼를 모든 학생이 필수로 사야 한다"며 획일화한 단체 문화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고등학생들도 수학여행 가기 싫으면 안 간다', '이런 게 똥 군기인 줄 모르는 똥 군기'라며 비판했다.

    해당 학생회 관계자는 "필참(필수 참가)으로 하지 않으면 간다는 학생이 거의 없고 학과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서 신입생 수와 재학생 수대로 버스나 숙소 예약을 미리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강원도의 한 국립대 지역 캠퍼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참을 해도 불참비를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새내기라고 밝힌 글쓴이는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 개강총회나 MT가 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됐는데 학생회에서는 '1∼3학년 모두 필참이며 만약 일이 있어 불참하면 참여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돈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썼다.

    MT를 불참하면 참가비와 마찬가지인 '불참비' 3만5천원을, 개강총회를 불참해도 1만5천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불참인데 돈을 걷는 이유는 무엇이며 MT가 굳이 필참인 이유에 대해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 와서 이런 일로 고민하게 될 줄 몰랐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학과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로 생각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짰기 때문에 불참비라기보다는 회비 개념으로 걷었는데 학생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측은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참가비를 환불조치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새 학기가 시작되면 신입생 환영행사와 관련한 온갖 잡음이 새어 나오지만, 대학가의 문제의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악습이 굳어지면서 문제의식이 옅어지고,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그 굴레를 벗어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이같은 사례도 일부일 뿐 SNS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글이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사전교육)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각 대학에 협조공문을 보내 총학생회가 학칙에 근거를 두지 않은 신입생 행사비를 걷지 않도록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학교 주관으로 개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는 군대의 강압적인 문화 등 병영 악습이 대학에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학에 유입된 병영 악습이 대학사회의 합리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고, 지성의 공간을 멍들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선후배 관계는 참여와 연대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지 강압적인 문화는 지성의 전당에서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학생들이 군대에서 비합리적인 일에는 눈 감고, 굴종하는 것을 배워온다. 여학생들까지 선후배 간 군기를 잡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 (군대문화 유입으로) 여학생들도 군사주의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대학 당국이 인문학을 등한시 여기고, 취업만 강조하면서 경쟁만 부추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학원화된 대학에서의 무한경쟁, 취업과열이 낳은 병폐"라고 일침을 가했다.

    임 소장은 "OT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고 해서 OT 자체를 없앨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교육해야 하지 않느냐"며 "학내 인권기구를 만들거나 인권 과목을 신설하는 등 근본적인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 같은 일들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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