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의 한 초등학교 통학버스 내부.(사진=독자 제공)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발이 돼야할 시골 초등학교 통학버스가 허술한 법 규정 탓에 되레 아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전남 광양의 한 면단위 초등학교는 이달 초 개학과 함께 광양시교육청으로부터 통학버스를 배정 받아 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안전하게 학교까지 데려다줘야 할 통학버스 의자는 목과 등을 기댈 등받이가 아이들 앉은키보다도 작았다.
더욱이 초등학생 두 명이 앉기에도 좁은 의자에 세 명씩 앉도록 돼 있고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을 정도로 앞좌석과의 간격이 좁았다.
이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는 차량으로 50여 명의 학생들이 매일 10여㎞씩 20분 가량 통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 측은 통학버스 배정을 받기 위해 성인 21인승을 어린이 39인승으로 개조했다.
이 학교 뿐 아니라 인근 학교도 25인승 차량을 39인승으로 개조한 차량이 배정됐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 변경 차량 배정이 도로교통법 상의 12세 이하 어린이 운송차량 규격 등 관련 조항에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어떻게 이런 괴물 차량으로 학생들을 통학시키느냐"고 하소연하며 집단행동도 검토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긴 의자에 3명이 앉아야 하는데 유치원생이 아닌 초등학생은 도저히 앉을 수 없다"며 "두 명씩 앉히고 있지만 등받이가 없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광양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좁아보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아이들의 체격 등 현실과 맞지 않지만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허술한 규정과 관련 기관의 탁상행정 탓에 아이들은 오늘도 불안한 통학버스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