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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속에 눈 먼 치킨업계…BBQ 가격인상 급제동



생활경제

    잇속에 눈 먼 치킨업계…BBQ 가격인상 급제동

    AI 정부예산 받은 하림·마니커·체리부로 치킨가격 인상 묵시적 동조

    (사진=자료사진)

     

    지난 2003년 우리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처음 발생했다. 이 당시 닭고기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하림과 마니커, 체리부로 등 계열화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놓였다며 소비촉진을 호소했다.

    심지어 A업체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2016년 11월 16일 사상 최악의 AI가 발생했지만 계열화업체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더구나 눈물 흘리며 도와달라고 말하는 업체 관계자도 없었다.

    AI가 발생해도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우선 당장 망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계열화업체는 육계농장 운영부터 닭고기 판매와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완벽한 유통시스템을 갖추면서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절대 갑’의 위치로 올라섰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다.

    최근,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정부에 맞서 치킨 값 인상을 밀어붙였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진=정재훈 기자/자료사진)

     

    ◇ 계열화업체란?…닭고기 잡아먹는 '슈퍼메기'

    계열화사업은 하림과 마니커, 체리부로, 사조 등 국내 대형 닭.오리 관련 업체들이 개별농장과 계약을 통해 사육부터 도축, 유통, 판매까지 일괄 운영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이 사업은 사육농가의 관리비와 생산비는 물론 양계장에서 도계장까지 운송비가 절감돼, 도시지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이렇기 때문에 계열화업체에 유통구조 개선과 시설 현대화 등의 명목으로 해마다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처럼 아낌없는 지원을 했지만 닭과 오리농장들이 계열화업체가 운영하는 도계장을 중심으로 밀집 사육하면서 AI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말 도계 마릿수 기준으로 국내 닭고기 1위업체인 주식회사 하림은 전북 익산 도계장을 중심으로 1200여 농가와 계약사육을 하고 있다.

    또 시장 점유율 15%로 국내 2위 판매업체인 마니커는 경기도 동두천 도계장을 중심으로 500여 농가와 계약사육을 맺고 있고, 6위인 체리부로는 충북 진천 도계장을 중심으로 충남 천안지역 농가까지 계열화를 확대하고 있다.

    닭 3000마리 이상 사육하는 국내 3000여개 농가 가운데 64%가 전남과 전북, 충남, 경기도 등 서해안권 4개도에 몰려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사진=BBQ 홈페이지 캡처)

     

    ◇ 계열화업체,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치킨사업 확장

    이들 계열화업체는 닭고기 생산, 유통, 판매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돈 되는 치킨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림은 '맥시칸 치킨'과 '호식이 두 마리' 브랜드를 갖고 있고, 체리부로는 '처갓집' 브랜드를, 한강 CM은 'DD 치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계열화업체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관리농장이 있는 농협 목우촌은 '또래오래' 브랜드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 사조는 가공품인 '치킨 너겟'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고, 마니커와 참프레 등은 BBQ, KFC 등 프랜차이즈업체에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이들 계열화업체는 이번 치킨가격 인상 논란과 관련해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내심 가격 인상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비계열화업체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의 맏형격인 BBQ가 치킨가격을 올리면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AI 빌미로 치킨 값 인상 추진…'이 참에 돈 벌겠다구'

    계열화사업은 업체가 절대 ‘갑’이고 사육농가들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육농가들은 연간 계약을 통해 정해진 가격에 닭을 공급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사육농가들이 계열화업체가 운영하는 도계공장에 넘기는 생닭 가격은 1kg에 1600원, 1마리당 2560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화 도계공장은 여기에 도계비용과 이익금, 운송비 등을 더해 1kg당 2180원, 1마리 당 3490원씩 받고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에 되팔고 있다.

    이어, 프랜차이즈업체는 본사 이익금과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970원을 더해서 1마리당 4460원에 가맹점포에 넘기게 된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치킨 소비자가격은 1마리에 1만6000~1만8000원에 판매된다.

    직접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하림과 농협 목우촌, 체리부로 등은 유통 단계마다 이익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이번에 치킨가격 인상을 주도했다가 결국 농식품부의 강력한 저지로 인상을 철회한 BBQ의 경우도 계열화업체로부터 정해진 가격에 안정적으로 닭고기를 공급받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갑’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육계 사육농가, '치킨 값 인상 반대'…"결국은 닭고기 소비둔화 부메랑 될 것"

    농식품부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계열화업체로부터 저가에 닭고기를 공급받는 BBQ가 치킨가격을 올리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일부 계열화업체들이 AI 예방에는 소홀하면서 치킨 가격 인상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닭고기 생산업체와 연간 계약을 통해서 1kg당 공급가격을 1600원 안팎으로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번 AI 발생 등을 이유로 치킨가격을 인상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치킨업계가 과당경쟁에 의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소스 등 새로운 메뉴와 다양한 부가서비스(배달, 음료제공 등)를 핑계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육계협회와 양계협회 등 닭 생산자단체들도 치킨 가격 인상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치킨가격을 올리면 얼마 전 계란에서도 봤듯이 소비자들이 치킨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생산자 농가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이번에 BBQ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방침을 밝힌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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