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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다시 선 민주주의…경제민주화 어떻게 되나?



경제정책

    [박근혜 파면] 다시 선 민주주의…경제민주화 어떻게 되나?

    지난 2012년 대선 출마 선언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권력을 손에 움켜쥐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은 정경유착의 달콤한 덫에 걸려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룹 총수의 경영권 편법승계 등 부조리한 기업문화를 바로 잡기는 커녕 오히려 비선실세를 통해 대기업과 검은거래를 하다가 발등을 찍고 말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경제민주화'가 차기 대선 판을 흔들 변수로 다시 등장했다. 대권 도전자들은 앞다투어 경제민주화 카드를 끄집어 내고 있다.

    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경제민주화가 진정한 꽃을 피울 지에 대해선 불안한 시선이 많다.

    ◇ '경제민주화'…박근혜 정권이 '삼켰다 뱉어낸' 선거용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 10일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행복의 길을 열어갈 첫번째 과제로, '경제민주화'를 통해 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정부 정책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의원은 지난달 8일 열린 '한반도평화재단 정치·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2012년 10월 말에 전달했고, 공약의 핵심은 순환출자구조 해소였는데 그 부분이 빠지더라"며 "선거가 끝나고 나니 아예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조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경제민주화, 뒤바뀐 운명…구름 잡는 '창조경제'로 변질

    이처럼 박근혜 정권이 버린 경제민주화 자리에는 '창조경제'가 대신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가 국민 개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IT를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창조경제가 겉포장만 요란하고 내용물이 없다며 비판했지만, 박근혜 정권은 모든 정책 앞에 '창조'를 앞세워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국내 그룹들이 참여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전국 17개 시.도에 혁신센터를 설립해 대기업과 벤처,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창업 전진기지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18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후 가장 먼저 SK가 담당하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다.

    역시 같은 해 8월 28일 취임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첫 번째 경영현장 방문지로 창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SK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해 세종지역 하우스단지를 방문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고 권력자와 대기업 총수들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국정농단의 출발점…창조경제가 낳은 정경유착

    삼성과 롯데, 두산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로 이들이 갹출해서 낸 출연금만 774억원에 이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고,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특별 사면을 받은 게 오히려 멍에로 남았다. 여기에 롯데 신동빈 회장은 출연금을 줘다가 돌려받아 대가성 의혹을 키우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경제민주화를 버리고 창조경제를 만들었지만 국내 대기업들을 불길 속으로 밀어 넣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종인 의원은 지난달 27일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이 엄연히 헌법상에 존재함에도 불구, 사회적 양극화와 빈부격차는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며 "결국 문제는 최고 권력자의 실천의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경제민주화가) 어느 순간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며 "왜 그런가 싶었는데 결국 최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로 그 의사결정 라인이 드러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결국엔 실천할 의지가 중요하다"며 "새롭게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대선 판에 다시 등장한 '경제민주화'…대권 도전의 '양념재료'로 쓰나?

    김종인 의원의 이 같은 바램은 결국 박근혜 정권이 탄핵으로 무너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차기 대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상법개정안은 대략 20개로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재벌 총수의 전횡을 최소한이나마 견제하자는 게 개정 취지다.

    또 지주사의 주식을 1%라도 갖고 있다면 주식이 전혀 없는 계열사를 상대로도 주주 자격으로 소송할 수 있게 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집행위원장은 "상법 개정은 재벌 총수로부터 자유로운 이사나 감사를 한 명 정도는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며 "자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누군가는 문제제기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는 외국자본의 공격에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기 대권 도전자들은 이런 경제민주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일단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 주창자인 김종인 의원과 결별하면서 경제민주화와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의원은 8일 탈당계를 제출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4.13 총선 때 국민에게 약속한 건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이 경제민주화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탈당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9일 김종인 의원에 대해 "그 분이 원하는 개헌과 경제민주화, 패권정치 종식을 위해서 국민의당과 같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등 바른정당의 대권 도전자들도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드러내며 박근혜 정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마저도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며 김 의원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당뿐만 아니라 대선 도전자들 역시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다시 경제민주화가 선거를 위한 양념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과)는 "일반적인 경제민주화는 법인세 원상복귀나 인상이다"며 "다들 급하고 중요하니 아무거나 하나라도 해라는 게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상법개정은 무조건 하고 재벌개혁도 더 해야 한다"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자료사진)

     

    ◇ 경제민주화…4차 산업혁명 파고 넘어야

    최근 탄핵 정국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농식품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조급함이 감지됐다.

    여기에는 차기 정권의 경제 핵심 키워드가 4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는 동물적인 감각이 작동했다.

    그도 그럴것이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등 유력 대권 도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제와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와 산업부 등 경제 부처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차기 정권 코드에 맞는 경제정책 추진방향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간부는 "정부 부처내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가 곧바로 ‘4차산업 경제’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경제민주화가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창조경제처럼 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의 또다른 프랜들리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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