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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막이' 롯데, 절박한 SOS…정부는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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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패막이' 롯데, 절박한 SOS…정부는 마이웨이

    정부에 中외교설득 요청…그러나 정부 강공모드 "사드 조기배치, 국제법적 대응"

    성주ㆍ김천ㆍ원불교 대책위와 사드저지전국행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치동 롯데상사 앞에서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롯데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으로 최악의 수난을 겪고 있다.

    경영권 분쟁, 검찰 및 특검 수사를 능가하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련 사업 전반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룹 전체에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 위기의 롯데, 정부에 SOS

    성난 중국은 롯데에 융단 폭격을 퍼붓고 있다. 불매운동, 롯데면세점 등 홈페이지 공격, 온라인쇼핑몰 퇴출에 이어 한국여행상품 판매 금지, 합작사업 금지 조치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특히 중국내 롯데마트의 경우 6일까지 23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전체 점포 99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데, 한 달이면 230억원이 증발하게 된다. 사유도 갖다붙이기 나름인 소방법·시설법 위반이라 앞으로 얼마나 더 문을 닫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 관영언론에 의해 앞잡이로 낙인찍히면서 14억 중국의 집중포화 앞에 정부의 방패막이가 된 형국이다. 국영방송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가 방송되는 3월 15일 '소비자의 날'은 반(反)롯데 감정에 불을 지를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견디다 못한 롯데는 5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최소화와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롯데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부의 요청을 민간기업이 거부할 수 없었다는 점을 중국 현지에 호소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양국 정부간에 외교적으로 풀어야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2월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낙관론' 정부, '정면돌파' 선언…애타는 롯데

    문제는 우리 정부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에 대해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 주한미군 사드배치 결정 이후 국회에 나와 "한·중 관계가 고도화 돼있어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그런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단언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그런 게(경제 제재) 있을지에 대해 꼭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미 지난해 3월 미중 정상회담 당시 "사드 한국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이어 사드배치가 발표되자 한류스타 방송출연 제한, 방한 중국인 축소 등 한한령(限韓令)으로 통칭되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왔다.

    근시안적 무능인지 의도적인 축소인지는 모르지만 정부는 안이한 대응으로 무려 8개월이란 시간을 날려버렸다.

    정부는 보복이 현실화되자 뒷북 대응에 나섰지만 대화로 문제를 풀 생각은 없어보인다.

    윤병세 장관은 5일 언론인터뷰에서 "WTO(세계무역기구), 한중 FTA 관련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 "최대한 빠른 시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못박기도 했다. 협상보다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는 굳히기였다.

    중국의 반감을 진정시키기 보다는 기름을 끼얹을 기세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이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져 국제기구 제소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소야대 국회의 승인 압박을 비켜가기 위해 찾아낸 '토지교환'이란 정부의 묘수(?) 덕에 최전방에 내몰린 롯데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 롯데와 정부, 끝나지 않는 악연

    지난 3일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화장품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롯데는 지난 24년간 중국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24개 계열사가 현지인 2만 명을 고용해 150여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선양(瀋陽)과 청두(成都)에는 대형 복합쇼핑단지를 짓고 있다.

    그런데 중국사업 철수 검토설이 나돌고 경영권 분쟁 재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뉴롯데 100년 구상'도 동요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이 주력사업인 롯데면세점 타격으로 지연되고 롯데의 새 본산 롯데월드타워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나 검찰·특검 수사 때도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며 "20년 넘게 공을 들인 중국 시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지만 상황을 개선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검찰 수사, 면세점 특허 심사, 사드부지 제공까지. 박근혜정권과 롯데의 악연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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