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출간된 지 40년 가까이 되었고, 저자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넘은 콘텐츠에 한국 독자들은 왜 이렇게 뜨거운 애정을 보내는 것일까? '코스모스'옮긴이이자 한국 천문학계의 원로 학자인 홍승수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명예 교수가 나름의 대답을 내놨다. 바로 이번에 홍승수 교수가 펴낸 신간 '나의 코스모스'가
그 대답이다.
홍승수 교수의 '나의 코스모스'는 '코스모스'의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류 문명의 기원과 진화를 한데 엮은 스토리텔링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칼 세이건의 ‘성공 비결’을 추출해 내 설명하면서, 한국 대중 사회에서 과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한국 대중이 과학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학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파헤쳐 가는 책이다. 그리고 동시에 40년 넘게 연구와 교육, 그리고 공직에 종사해 왔고, 은퇴 후 대중과 만나며 자신이 평생 쌓아 온 지식과 지혜를 풀어 놓기 시작한 원로 천문학자 홍승수 교수가 대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자신의 출발점을 점검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크게 여섯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한창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50대 후반의 서울대 교수가 '코스모스'라는 대중 과학서, 그것도 한때는 ‘과학 전도사’로 살짝 낮춰 봤던 칼 세이건의 책을 번역하게 된 “저간의 사정”이 흥미진진하게 설명되어 있다.
둘째, 모두 13개 장으로 이뤄진 '코스모스'의 핵심 내용을 소개하며 칼 세이건의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전략”이 “뻔한 사실에서 울림 깊은 진실을 찾아내는” 것임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셋째, '코스모스가 국내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홍승수 교수에 따르면,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지구 생명의 출현과 진화, 그리고 인류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빅뱅(big bang, 대폭발)에서 비롯한 우주 진화의 거대한 시공간적 틀에서 조망”한다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들임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특히 “자기 조상의 시원을 빅뱅의 순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가슴이 설레지 않을 한국인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홍승수 교수의 반문은 칼 세이건의 성공 비결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넷째, 이러한 비판적 책읽기를 통해 홍승수 교수는 칼 세이건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한국 지식 사회의 한계, 그리고 그러한 지식 사회를 잉태한 한국 교육의 문제를 비판한다. 문과, 이과 분리 교육이 낳은 “해묵은 병폐”를 극복할 방법을 “융합의 전범”을 보여 준 칼 세이건의 글쓰기에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근대 교육의 당사자인 홍승수 교수 자신의 경험과 반성을 토대로 한 것이라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섯째, 이번 강연을 기획한 과학과 사람들, 사이언스북스의 스태프들과 홍승수 교수의 제자들로 현재 학계와 문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성철 서울대 교수,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박순창 메타스페이스(주) 대표 등이 무대에 올라 함께 좌담을 나누며 청중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꼭지가 있다. 홍승수 교수의 인간적인 면모와 강연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그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홍승수 교수는 칼 세이건을 “비저너리(visionary, 선견자)”라고, 그리고 그의 '코스모스'를 “결국 인간과 우주, 그리고 인문과 자연의 이야기”이며 “인류 문명의 뿌리와 미래의 희망을 인간 이성(理性)에서 찾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인류 문명의 미래가 어둡지만 지구인은 이 어두움을 극복할 충분한 지성적, 기술적, 재정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칼 세이건의 핵심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칼 세이건의 지성적 낙관주의를 20년이라는 시간적 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승수 교수는 공유한다. 한국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1953년 여름 도서관에서 화성에 대한 아동용 과학책을 읽으며 과학 기술이라고는 “쌕쌕이” 전투기밖에 몰랐던 가난한 나라의 소년이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기에 지금의 한국 대표 천문학자가 있다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코스모스'에 열광하며 칼 세이건의 열정과 순수를 자식 세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코스모스 세대’가 있기에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