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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사라진 모란시장 첫 5일장 가보니



전국일반

    '개 짖는 소리' 사라진 모란시장 첫 5일장 가보니

    • 2017-03-04 18:53
    지난 2월 27일 오전 전국 최대의 개고기 유통시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상인들이 개 판매시설을 자진 철거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전국 최대 개 유통시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이 4일 5일장을 맞아 나들이 인파로 붐볐다.

    모란시장가축상인회가 지난달 27일 개 보관장을 자진 정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맞은 장날이다.

    화창한 봄 날씨 속에 장터를 찾은 시민들은 달라진 모란시장 풍경을 가장 먼저 코끝에서부터 느꼈다.

    시장에 들어설 때마다 코를 자극하던 특유의 고약한 악취가 확 줄었다.

    개를 비롯한 가축 분뇨 냄새와 도축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냄새가 뒤섞여 시장 방문객들은 물론 상인들조차 곤욕을 치렀다.

    아직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아 악취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악취가 감소한 것은 분명했다.

    한 건강원 주인은 "제 아내도 냄새 때문에 뒷길로 다니곤 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어졌다"며 웃었다.

    모란시장 개 판매 업소 22곳 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점포 앞에서 있던 개 보관 우리(케치지)를 치웠다. 이들은 내부 도축시설도 이달 말까지 철거할 계획이다.

    개 보관장이 없어진 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이날 어린 남매와 함께 모란장을 찾은 박모(37·경기 광주)씨는 "작년에 왔을 때는 어수선한 분위기와 고약한 냄새에 비위가 상했는데 훨씬 좋아졌다"며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는 젊고 밝은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란시장을 지나는 시내버스 안에서도 개 보관장 철거가 화제였다. 20대로 보이는 커플은 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개 철창을 없앤다고 했는데…"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모란시장에서 '살아 있는 개'(식육견)는 사라졌지만 '개고기'는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체결한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 간 환경정비 업무협약은 개 보관장·도축시설 정비에 국한돼 있다.

    상인회는 판매 목적으로 개를 가두거나 도살을 중단하고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전부를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시는 상인들의 업종 전환, 전업 이전, 환경 정비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시행령에 개는 가축 범위에 포함하지 않아 행정적으로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번 자진정비 소식이 알려지면서 개고기 판매도 확 줄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한 상인은 "오늘 아침 주문 한 건 받은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과거 주말 장날과 비교해 절반 이상 판매가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개 보관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군데군데 오리주물럭 등을 파는 좌판이 들어서 손님들을 맞았다.

    상인들은 앞으로 염소가 개고기 대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든가, 식당 영업이나 장날 좌판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개를 제외한 다른 가축을 처리하는 이동식 도축장을 활용한 신선육 판매를 기대하는 등 여러 관점에서 시장 변화를 예측했다.

    모란가축시장상인회 김만수 총무는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때 등 개 보관장을 일시적으로 치웠던 경험으로 볼 때 보관장이 없어지면 개고기 판매도 줄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영업 피해를 감수한) 상인들의 의지가 알려지고 업종 전환이나 현대화 작업이 진척되면 새로운 시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전국 최대 식육견 유통 거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모란시장의 변화에 관련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체부지 제공, 영업보상 등을 요구하며 자진정비에 반대하는 일부 업소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과제로 남아 있다.

    상인회 김재욱 부회장은 "모란가축시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활성화되도록 시와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반대하는 상인들과도 화합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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