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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고: 우리가 버린 제국의 역사'



책/학술

    '발해고: 우리가 버린 제국의 역사'

    '풀뿌리 한국사: 다시 살아 숨쉬는 역사' 등 역사 신간 2권

     

    1784년, 조선의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에서 검서관(檢書官)으로 일하던 37살 청년 유득공은 '발해고'를 세상에 내놓는다. '발해고'는 청나라가 중화질서의 중심으로 등장한 뒤 소중화주의와 북벌론에 안주하고 있던 조선을 뒤흔들었다. 당시까지 조선 사회는 반도 바깥의 발해를 자국의 역사라 여기지 않았다. 기자 조선의 정통을 이어받은 반도의 마한이 삼국시대를 거쳐 신라로 통일되었다는 성리학적 역사관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득공은 이 같은 역사관에 반발했다. '발해고'에서 유득공은 발해를 고구려의 후계자이자, 삼국시대 이후에도 신라와 발해가 병립했다는 남북국시대론을 주장했다. 이는 발해를 한민족의 역사로 규정하는 것이자, 한민족의 강역을 대륙까지 확장시킨 혁명적인 역사관이었다. 이후 《발해고》는 한치윤ㆍ홍석주ㆍ정약용ㆍ김정호 등 당대 조선의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이들이 발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근대 이후에는 신채호ㆍ박은식ㆍ장도빈 등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일제 식민사학의 역사 왜곡에 맞서는 데 필수적인 저서로 자리매김한다.

    유득공이 '발해고'를 출간한 후에도 발해에 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출간 이후 당대 최고의 학술기관인 규장각에서 국내의 여러 역사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입수한 각종 문헌들을 검토하고 발해 관련 사료들을 발굴했다. 또한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중국 연행길에 참가해 발해의 강역이었던 만주 지역을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발해에 관한 연구가 축적될수록 유득공은 '발해고' 개정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발해고'를 작성하고 이를 자신의 문집인 '영재서종'에 포함시켰다. 이것이 '발해고' 4권본이다.

    이 새로운 수정본은 기존에 출간된 '발해고' 1권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9고(考)로 구성된 '발해고' 1권본과 달리, '발해고' 4권본은 5고(考)로 재구성되었다. 새로운 내용도 대폭 추가되었다. 발해의 역대 신하들을 다루는 〈신하고〉에는 '발해고' 1권본에는 없었던 32인이 등장했다. 발해의 지리를 설명하는 〈지리고〉의 경우, 완전히 새로 썼다고 여길 만큼 고금의 지리지와 역사서들을 비교 분석해 발해의 지방행정구역을 치밀하게 규명하고 있다. 발해의 외교문서를 다루는 〈예문고〉에서는 당나라 현종이 발해 무왕에게 보내는 네 개의 서한을 추가해 당나라와 발해의 관계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4권본은 1권본에 비해 유득공의 논평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통해 발해사에 관한 그의 인식을 깊이 파악할 수 있다.

    유득공 지음 | 김종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16쪽 | 13,000원

     

    '풀뿌리 한국사'는 반만년 한국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고조선 이후 우리 역사를 구성한 수많은 인물, 사건 그 모두가 ‘민본’에 근거한 것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민본’이라는 기준을 씨줄로 하고 개별 사건들을 날줄로 해서 전체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개별 사건들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분석하는 대신 우리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했다.

    역사는 ‘민초’ 즉 백성의 삶이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삶의 주인공,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해 나가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한다. 생계를 꾸려 나가는 과정에서나 정치의 영역에서나 피동적인 존재로만 취급받던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주인공으로 역할을 확대해 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곧 역사 학습의 요체라는 것이다. 백성이야말로 모든 생산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 할 것 없이 세상을 사람의 것으로 만드는 모든 행위가 백성에게 속해 있다. 세상의 변화가 바로 그들에게서 연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권력은 그들을 위하고 그들에 기반하지 않으면 ‘썩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풀뿌리 한국사'는 이런 점에 근거해서 만들었다. 고조선 이후 우리 역사를 구성한 수많은 인물, 사건 그 모두가 ‘민본’에 근거한 것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국가’라는 것 역시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거꾸로는 아니기 때문이다. 퇴행도 있었고 전진도 있었다. 하지만 ‘민본’을 위한 노력은 중단 없이 이어져 왔다. 이 책을 통해 민본을 위한 중단 없는 노력과 이에 역행하는 시도가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져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고성윤 지음 | 나는나다 | 39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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