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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은행연 "기울어진 운동장"vs"서로 다른 운동장"



금융/증시

    금투협-은행연 "기울어진 운동장"vs"서로 다른 운동장"

    신경전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문제, 은행 불특정금전신탁 재개 문제 등 현안과 결부돼 치열한 공방"

    "금융투자업계는 은행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다."(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아니다. 은행과 금융투자업계는 서로 다른 운동장이다."(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새해들어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사이에 업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설전이다. 먼저 문제를 제기한 쪽은 금융투자협회 쪽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제공)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지난 6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왜 우리나라 금융에 골드만삭스가 나오지 않는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규제가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업계 스스로 야성과 상상력,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외국회사와 맞먹을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쪽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맞받아쳤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은 축구장에서 축구경기를 하고 증권은 농구장에서 농구경기를, 보험은 배구장에서 배구경기를 하라는 전업주의가 기본방향이다. 운동장이 기울어진게 아니라 운동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협회 수장이 때 아닌 운동장론을 들고 나와 공박을 벌인 것은 양 협회에 걸려 있는 현안 때문이다. 황영기 회장이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들고 나오면서 대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불허였다.

    국내 25개 증권사들이 지난 2009년 4월 지급결제업무가 허용돼 비용까지 지불했으나 은행권의 반발로 개인에 대해서만 지급결제가 허용되고 법인에 대해서는 10년 가까이 불허되고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지급결제망은 금융산업 전체의 인프라스트럭처이자 사용자 편익을 위한 서비스"라며 "특정업권이 독점해서 다른 업권의 진입을 막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히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영구 회장은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 안해준다고 해서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하는 것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해야 하는 팀이 축구도 하겠다, 또 손을 잘 쓰니까 축구하면서 손도 쓰고 발도 쓰겠다"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하 회장은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어느 나라에서도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가입한 나라가 없다"며 "몇 년 전 증권사에 개인 지급결제만 허용하고 법인결제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증권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리스크를 안게 되고 이 경우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산업 전체의 인프라스트럭처"라는 주장과 "지급결제망의 안전성을 해치게 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는 형국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기에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하면 삼성 등 재벌기업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여 은산분리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이 논란은 쉽게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각 업권별로 "운동장이 다르다"며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반박했던 하영구 회장은 '종합운동장'론을 들고 나오며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업권간 이해상충 논란을 없애는 한 방법은 종합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포지티브 규제시스템에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할 수 없으며 수익성의 획기적 증대나 금융사의 대형화는 물론 금융인력의 선진화, 나아가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겸업주의 주장은 금융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은행연합회측은 밝혔지만 뒤이은 주장을 보면 은행권의 현안과도 어느 정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초대형 IB육성방안으로 대형 증권사는 이미 허용돼 있는 외환업무에 더하여 대출기능이 대폭 확대되고…과거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과 동일한 상품인 IMA(종합투자계좌)가 허용됨으로써 이미 증권업은 전업주의의 벽을 허물고 겸업주의의 길을 가고 있다"며 증권업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겸업주의를 언급했다.

    하 회장은 뒤이어서는 은행권의 현안인 신탁문제를 제기했다. "신탁업무는 은행,증권,보험업권이 공유하는 업무로서 특정업권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므로 신탁업무의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주고 고객에게는 신탁서비스의 다양성과 질을 높여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불특정금전신탁이나 수탁재산 집합운용 역시 논의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신탁업은 2004년 전까지는 은행만이 독점적으로 영위했고 불특정금전신탁도 은행에서 자유롭게 거래됐다. 2004년 자본시장법에 의해 신탁업이 규제되면서 자산운용사 운용영역과 겹친다는 이유로 불특정금전신탁의 판매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서 신탁업 발전을 위한 TF를 발족하고 독립적인 신탁업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앞으로 신탁업 발전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면서 불특정금전신탁을 논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연합회측은 독립적인 신탁업법을 마련하려고 하는 이상 불특정금전신탁을 논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독립적인 신탁업법을 마련하려고 하면서 예전 은행에서 다뤘던 불특정금전신탁을 논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투자협회측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영기 회장은 "신탁업을 자본시장법에서 따로 빼내고자 하는 취지 뒤에는 다른 업권이 신탁업을 통해서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은 남의 돈을 받고 위험을 감수하는 업이기 때문에 위험감수나 보호장치 등이 어느 업권보다 정교하게 마련돼 있다. 신탁이라는 업무를 다른 업권에서 자산운용업을 직접 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회장이 들고 나온 것은 전업주의이다.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있고 사냥꾼이 있는데 사냥꾼은 사냥을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를 해서 쌀과 꿩을 거래하는 교역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지 업권간 경계가 사라져 버리면 다시 원시사회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서로 다른 운동장', '종합운동장', 전업주의에 기반을 둔 '교역의 장' 등 양 협회수장이 내놓고 있는 각기 다른 주장은 나름대로의 논리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두 자기 업권의 현안과 결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현안은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데다 각 업권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만큼 쉽게 해결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측은 이번 기회에 불특정금전신탁에 대한 논의를 통해 불특정금전신탁 업무 재개를 원하지만 금융투자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증권사들이 수년째 법인 지급결제 허용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은행 측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들 현안을 묻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각 업권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각종 운동장론이 나온 이상 공론의 장에 올려놓고 기득권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고 타당한 방안을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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