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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력을 쫓는 교수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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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권력을 쫓는 교수들의 민낯

    (사진=자료사진)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쇠고랑을 찬 인사들 가운데는 대학교수 출신이거나 교수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유독 많다.

    '업무수첩'으로 유명세를 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최순실의 수행비서'격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모두 교수 출신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 입학 건으로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포함해 5명의 이대 교수들이 무더기 구속됐다.

    전문가적 식견과 대외적 명망이 높은 교수 직함을 가진 자들의 날개 없는 추락이다. 물론 대다수 교수들은 연구에 정진하고 후학을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최순실 게이트로 철창신세를 지게 된 교수들의 민낯은 학자적 양심을 내팽개친 채 권력에 굽신대는 해바라기의 모습 그 자체다.

    특히 지난해 정유라의 이대 특혜 입학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유라에게 보냈다는 한 교수의 이메일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네. 잘하셨어요. 늘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유라가 작성했다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리포트에 교수가 보낸 극존칭의 답글이다.

    정유라 뒤에 버티고 있는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을 염두에 둔 때문이겠지만 교수로서의 권위나 자존심은 찾아볼 수 없다.

    일부이겠지만 나쁜 대학교수들의 일탈(逸脫)은 순수해야 할 진리의 상아탑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스승을 존경이 아닌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그런가 하면 공직이나 정치권을 기웃거리다 으레 선거철이 되면 등장하는 '폴리페서 (polifessor)'도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의 '프로페서(professor)'를 합친 조어로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를 일컫는다.

    올해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조기 대선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교수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교수들의 '줄서기'와 대선주자들의 '세몰이'가 결부된 합작품인 셈이다.

    여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 '국민성장'에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8백 명이 넘는 교수와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질세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23일 학계를 중심으로 7백여 명의 지지자들이 함께 하는 '전문가 광장'을 출범시켰다.

    박사학위를 가진 대학교수급의 전문 지식인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순기능은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정 정치세력과 함께 하는 정파성을 드러내는 것은 학자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대학교수가 공직이나 정치권으로 진출할 경우 휴직 상태로 교수직을 보장하는 관행은 폐지돼야 한다.

    세간에서는 존칭을 사용할 때 초·중·고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敎師)에게는 '교사님' 대신 '선생님'으로 부르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敎授)에게는 '선생님' 대신 '교수님'으로 부른다.

    그런데 존경의 대상인 선생님과 스승을 뜻하는 '사(師)'자는 교수가 아닌 교사에게 있다.

    권력을 쫓는 부나방이 아니라 학생들의 스승으로 다시 태어나는 교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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