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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정부의 눈물, 두바이 사막을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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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가정부의 눈물, 두바이 사막을 적시다

    아지악 줄리언 설치 영상 '플레이타임', 자본의 탐욕을 까발리다

    아이작 줄리언, 'EMERALD CITY / CAPITAL (Playtime)', Endura Ultra Photograph, 160 x 240 cm, 2013 ⓒ 아이작 줄리언,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런던)

     

    자본의 운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를 관통한다.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자본의 위기가 오면 국가를 넘어 영향을 미치고, 개인과 가정의 삶에도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 영국 설치 미술가 아이작 줄리언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특성과 본질을 파헤치고, 그 구조 속에서 억압되고 소외된 인간들의 삶을 예리하게 표현한 영상작품들을 선보인다.

    '아이작 줄리언:플레이타임' 전시가 플렛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에서 22일 개막했다. 이 전시는 표제작 '플레이타임'(2014)을 위시해 '자본론'(2013), '레오파드'(2007)의 세 작품으로 구성된다.

    '플레이타임'은 70분 길이로 다섯 개의 에피스드를 다루며, 7개 채널 영상으로 화면이 펼쳐진다. 그 화면은 자연 풍경과 인공 구조물이 강한 대비를 이루면서 고도로 발달된 물질 문명과 소외된 인간 내면을 표현한다. 두바이 사막에 홀로 선 필리핀 여성 가정부와 두바이 중심가의 초호화 고층건물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산 아래 호수 풍경과 그 주변의 짓다 만 콘크리트 주택. 모래 위에 새겨진 필리핀 여성의 발자욱, 눈 위에 새겨겨진 아이슬랜드 가장의 쓸쓸한 발자욱.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자유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이들의 초상을 담고 있다. 필리핀 여성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세 아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두바이로 홀로 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녀는 고용주의 비인간적 처우와 고통스러운 노동 조건에 대해 증언한다. 아이슬랜드 가장은 널찍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듯하였지만, 국가부도로 채무상환에 내몰리면서 석달 만에 내쫓긴다. 대출을 권장하는 은행의 권유에 따랐을 뿐인데. 설산 호수 주변 화산에서 내뿜는 연기는 자본의 무한증식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같다고 작가는 말했다.

    아이작 줄리언, 'ECLIPSE (Playtime)', Endura Ultra Photograph, 160 x 240 cm, 2013ⓒ 아이작 줄리언,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런던)

     

    '플레이타임'에는 또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작품 경매사 시몬 드 퓌리가 직접 출연하고 그와 인터뷰를 하는 리포터 역할로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등장한다. 시몬 드 퓌리는 2008년 재정위기 이후 오히려 미술시장은 기하급수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잇다고 진단한다.

    '레오파드'(37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화려한 바로크 풍의 궁전을 배경을 촬영했다.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로 북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의 위험 가득한 여정이 이 장소를 배경을 재연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판타지와 현실이 혼재된 이 영상은 서구의 근대가 품어왔던 꿈, 그리고 좌절된 희망에 대해 성찰한다. 해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들이 넘치는 가운데 싸늘한 주검이 된 밀입국자들 시신 여러 구가 비닐이 덮인 채 누워 있다. 이 작품이 2007년에 제작된 점을 감안할 때, 난민 문제가 시리아 난민 사태 이전부터 심각했음을 일깨운다.

    '자본론'(31분)은 데이빗 하비와 21세기 현재 '자본론'의 의미에 대해 공개대담을 진행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영국의 문화이론 연구가 스튜어트 홀이 질문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비물질적이면서도, 또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본의 구체적인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자본은 보이지 않고, 중력과 같다.' '우리는 신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골드만 삭스 CEO) '자본은 이동을 한다. 흐름이 멈추는 순간 죽음을 맞는다.' '자본은 늘 투기적 성질을 띤다' '부는 부채를 포함한다.' '주기적 금융 위기를 겪으며 기업가는 충동적 투기를 한다.' '자본은 그것이 가치이기 때문에 가치를 낳는다' 이이 대담에서 질문과 답변은 자본의 본질과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해 본질적이고 함축적인 메세지를 던진다. 이러한 메세지는 '플레이타임'과 '레오파드'를 이해하는 데 열쇠 역할을 한다.

    아이작 줄리언은 1960년 런던에서 출생하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흑인이자 동성애자인 그는 '타자와 화해 가능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 의식을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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