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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이 '제2의 선의론'포기 못할 이유는?



대통령실

    안희정이 '제2의 선의론'포기 못할 이유는?

    한국의 정치, 이미 보수vs보수의 경쟁으로 넘어와… 文 지지층 넘어선 보수세력이 타깃

    - 새로운 지지층을 찾기 위기 위해 '文보다 더 오른쪽으로' 향하는 安
    - ‘일본이 근대화해줬다’는 식민지근대화론과 닮아있는 安의 '선의' 발언
    - 安이 말하는 '새로운 진보'는 곧 '보수가 될 수 있는 진보'
    - 현 대선의 시대정신? 국민들이 바라는 진보적 의제를 담아낼 수 있어야
    - 한국의 진보정치 영역을 축소해 온 현재의 정치제도·소선거구제도입 등 다변화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02월 21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 정관용> 안희정 충남지사. 계속 논란이 됐던 '선의' 발언에 대해서 오늘 사과를 했네요.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제가 그 점은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표현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걸로 논란의 불씨가 꺼질 수 있을지 또 안희정 지사는 왜 이런 말을 했는지 한국 정치 지형에서 이 말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분석해 보겠습니다.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죠.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안희정 지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같이 한번 들어보고 한번 얘기를 같이 이어갑시다.

    (INSERT) ◆ 안희정>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이 땅의 헌법에 따라서 대한민국을 잘 이끌었던 분들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을 위해서 좋은 정치 하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 됐던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K재단, 미르재단도 사회적인 대기업들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서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어하는 마음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청중들이 이렇게 웃기도 하고요. 안 지사 본인이 처음에는 반어법이었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가 사람의 말을 일단 선의로 해석해야 한다는 건 자기 소신이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말하면서 논란이 증폭되지 않았습니까? 이택광 교수는 이 말, 들으셨어요?

    ◆ 이택광> 저도 처음에는 반어법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의를 가지고서 한 일 아니겠느냐, 4대강 사업이든 K스포츠재단·미르재단이든.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선의겠죠' 이런 의미의 말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 그곳 청중들도 이렇게 생각해서 웃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 같고요.

    사실 오늘 사과를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희정 지사가 분노의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를 또 했어요. 그러니까 오늘의 사과는 선의라는 말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 같고요. 원래 생각이 말 그대로, 어떤 문제들을 선의로 봐야 한다. 또한 그 선의를 보고 대화와 또는 소통을 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윤창원 기자)

     


    ◇ 정관용> 원래 안희정 지사의 정치를 대하는 본인의 태도가 그렇다?

    ◆ 이택광> 그렇죠. 상생의 정치, 이런 것들을 강조하시죠. 스스로 또 그런 말씀을 하셨죠. 본인이 모시던 분들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불행을 보면서 저런 정치가 아닌 다른 정치를 한번 해 봐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요. 이런 말을 또 했어요. 뭔가 상생, 통합, 화합. 본인은 어제 JTBC 뉴스룸에 나와서 '통섭'이라는 말을 썼는데. 어쨌든 그런 말을 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분열을 해소하는 그런 정치인이 되겠다 이런 포부들을 굉장히 많이 밝히셨습니다.

    ◇ 정관용> 통섭이라는 단어는 학문적 용어죠?

    ◆ 이택광> 특히 자연과학.

    ◇ 정관용> 다양한 학제 간의 벽을 허물고 함께 연구하는, 이런 거 아닙니까?

    ◆ 이택광> 통섭은 원래 생물학에서 나온 말이죠. 그래서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다른 학문을 재구성한다는 의미가 있고요.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기에는 통섭 그러면 다 두루두루 통합하는 느낌을 주는 건데요. 아마 안희정 지사는 그런 의미로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안 지사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반이 아닌가. 그리고 정치적 기반을 의식해서 그런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고요. 지금은 사과했지만 분명히 저는 또 안 지사가 이런 태도를 띤 그런 발언들을 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게 본인의 포지션이기 때문에요.

    ◇ 정관용> 원래부터 상생, 통합의 정치를 주장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선의라는 단어가 나왔고 그것은 안희정 지사의 정치적 기반, 위치 때문이다. 그게 뭡니까?

    ◆ 이택광> 일단 제가 볼 때는 안 지사 같은 경우에 자신의 지지기반을 지역, 특정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특정 지역의 기반이 어떤 건지를 일단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고요.

    ◇ 정관용> 충청권?

    안희정 충남지사가 1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청년협업농장을 찾아 청년 농업인들과 쌈 채소를 따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 새로운 지지층을 찾기 위기 위해 '文보다 더 오른쪽으로'향하는 安

    ◆ 이택광> 충청권을 생각하고 있는 거 같고. 당연히 지사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뒤에 중앙 정치로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중앙 정치에 사실 기반이 없어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왼쪽의 의제들을 실질적으로 지금 이재명 시장이 다 가져가 있는 상태이고요. 그리고 더불어민주 내에서 중도적이고 굉장히 합리적인 어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들은 실질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다 가지고 있죠. 문재인 전 대표하고 상당히 겹치는 지점들이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아무리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갈 수 없는 선이 있어요. 그 선 너머로 안희정 지사는 본인의 어떤 외연을 확장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국민의당의 안철수 후보가 가지고 있는 그러한 지점들까지 가서 거기에 있는 유권자들을 지지를 획득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결국 부동층을 생각하면서 한 발언들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논란은 됐지만 안 지사의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공감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일본이 근대화해줬다’는 식민지근대화론과 닮아있는 安의 '선의' 발언

    ◇ 정관용> 그러니까 다시 정리하면 본인은, 저희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할 때 제가 중도 표현을 쓰니까 자기는 중도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진보다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마는. 소위 우리가 통상적으로 표현하는 부동층, 중도층, 그쪽으로의 외연 확장이 안희정 지사의 정치적 기반일 수밖에 없다?

    ◆ 이택광> 그렇죠. 그렇지 않으면 사실 중앙정치에서 안 지사가 본인의 입지를 다지기에는 어려울 거라고 보고요. 결국 그게 많은 부분이 안철수 의원과 겹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거는 정치공학적인 생각이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가 생각하는 것은 안 지사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본인을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사회에서 진보라는 이미지는 굉장히 과격하고 배타적이고, 비판적이고. 어제 뉴스룸 나와서도 안 지사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20세기 사상의 핵심은 비판과 해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본인은 그런 비판이 아닌 통합의 어떤 사고를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20세기에 없었던 건 아니죠. 왜냐하면, 우리가 익히 알듯이 뉴라이트의 그런 새로운 역사관 이야기할 때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것이 사실 이런 거죠. 학문적으로 내재적 접근법이라고 부르는데요, 안 지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상당히 그때 역사 논쟁을 벌였던 식민지 근대화론이 생각이 났어요. 결국, 식민지라는 것이 꼭 나쁜 게 아니라 거기에 선의가 있었다. 그게 뭐냐 하면 근대화죠. 지배하기 위해서는 근대화를 시켜야 하니까. 개인들을 만들어내야 하고 시민들을 또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굉장히 민족주의적인 그런 관점들, 역사관들이 실질적으로 식민지 과정에서 학습된 것들이거든요.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하면서 식민지가 우리에게 기여한 바가 있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펴는 건데요. 사실 이게 저는 안 지사의 고유 생각이라기보다는 좀 뭔가 안 지사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주는. 지금 정치적 입지 때문에 본인의 생각이 약간 혼란스러워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좀 들더라고요.

    ◇ 정관용> 안 지사의 이런 상생, 통합의 정책을 식민지 근대화론까지 연결하시면 안 지사가 조금 화낼 수 있겠는데요.

    ◆ 이택광> 재미있는 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셨던 그분들이 말하는 그런 역사관은 보통 신역사주의관이라고 불러요. 신역사주의라고 학문적으로 부르는데 그것은 좌파들의 역사관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포스트모던한 역사관이죠. 그래서 서구 사회에서는 진보 쪽에서 신역사주의를 주장합니다. 이른바 보수들의 실증주의적인 역사관들을 반대하는 그런 입장으로 좌파에서 들고 나온 게 신역사주의관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파들이 흥미롭게도 그걸 가져가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게 되는 좀 역전 현상이 있었죠.

    그래서 안 지사가 본인이 '나는 진보다'라고 말하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새로운 진보일 수는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안 지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건 아니다라는 거죠. 이미 있고, 이미 한물간 이야기고, 이미 지나간 내용이고 또 그것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이 낳았잖아요. 역사에 대한 가치상대주의가 발생하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실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태도가 가치상대주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의 폐해가 있기 때문에 안 지사 본인이 원하는 것과 달리 본인 주장하고 있는 논리가 그렇게 새롭지 않다, 이게 딜레마인 거죠.

    2015년,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安이 말하는 ‘새로운 진보’는 곧 ‘보수가 될 수 있는 진보'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지금 이재명 시장이 상징하는 바는 현재의 대립구도를 보수 대 진보의 대립구도로 보는 그런 시각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안희정 지사는 어떻게 지금의 대립구도를 읽고 있다고 보십니까?

    ◆ 이택광> 사실 이재명 시장이 굉장히 그걸 잘 치고 나갔는데요. 저는 안 지사는 기본적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수들의 경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보수 대 보수.

    ◇ 정관용> 본인도 보수다.

    ◆ 이택광> 본인도 새로운 진보라는 개념 자체도 본인도 새로운 보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보수가 제자리를 찾는. 그런데 이 구도가 그렇게 새로운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상식 대 비상식이라는 구도, 상식 대 몰상식,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가 있거든요. 또 이미 아주 오랫동안 반민주 대연합이라는 기치 아래 이러한 노선들을 추구해 왔습니다. 안 지사 역시 이 대립구도를 조금 이어가려는 거 아닌가 싶은 거고요. 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안 지사의 이런 생각들이 옛날 생각이다. 예전 2002년부터 지속해 왔던 그런 생각의 반복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진짜 이분은 2002년도 그 당시의 시대정신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상식 대 몰상식, 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보게 되면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대동단결시켜서 몰상식을 제거하자는 거, 배제하자는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면 상당히 반파시즘적인 생각인데. 그래서 범민주 세력들이 연합해서 몰상식한 반민주 세력들을 고립시키자. 이런 예전의 전략들을 연상시키는.

    - 현 대선의 시대정신? 박근혜 정권 들어설 때부터 이어져 온 국민들의 진보적 열망을 담아야

    ◇ 정관용> 그걸 예전의 전략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이택광 교수는 지금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보시는 겁니까?

    ◆ 이택광> 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 정관용> 어떤 면에서요?

    ◆ 이택광> 일단 지난 2012년 대선 때를 훑어보시더라도 대부분의 의제가 경제민주화라든가 복지사회라는 것이 기치였고요. 박근혜 정부가 실질적으로 보수적 의제를 가지고 집권을 한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박근혜 정부를 보면 정말 속이 타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했어요. 색깔도 바꾸고요. 저는 우리 동네에 걸려 있던 새누리당의 구호를 아직 잊지 못해요.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이 달성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물론 다 거짓말로 들통이 났지만 물론 그때는 그런 의제를 가지고 갔죠. 다시 말하면 국민의 절대다수가 진보적 의제를 지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 정관용> 이미 2012년부터?

    ◆ 이택광> 계속 지금 말씀을 드리지만 지금 이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속았다'는 거예요. 그 의제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의제를 실현해줄 거라고 믿었는데 속았다는 거죠. 제가 볼 때는 그 의제를 실현해줄 사람을 찾는 거예요. 그게 현재 대선의 시대정신이죠. 그래서 안 지사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조금 약간 시대에 동떨어졌다.

    ◇ 정관용> 글쎄요. 이택광 교수 말처럼 2012년부터 이미 시작된 경제민주화, 복지라는 진보적 의제는 5년이 지나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으니까 우리 사회를 더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는데 지금 또한 특별한 게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라고 하는 아주 전근대적인 또 몰상식한 권력남용이 발생했고 이것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약간 옛날식 전략이라 하더라도 상식 대 몰상식, 이런 대립구도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 이택광> 그렇죠. 그러니까 안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거죠. 그러한 상식 대 몰상식을 누가 지지를 할까를 가만히 생각해 보셔야 한다는 거죠. 결국 저는 그게 일종의 보수, 특히 지금은 이전의 새누리당이라든가 박근혜, 또 친박세력에 실망감을 느낀 보수 부동층이 상당히 많은 부분, 합리적 보수라고 부르든 그런 분들이 안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이 들고요.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거 아닌가 이거죠.

    ◆ 이택광> 그렇죠. 본인의 입지를 다지는 데 이것이 상당히 성공적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일정한 외연 확장은 있겠지만 좀 한계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지금 안 지사 입장에서도 그런 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갈 데가 없다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경선에서 안 지사가 어떤 다른 어떤 변화를 추구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 갔을 때는 여러 가지 면에서는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겠죠.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국민들이 바라는 '진보적 의제'를 '보수의 프레임'에 담아내고 있는 현재의 정치 지형

    ◇ 정관용> 그런데 단순히 당내의 경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민주당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더 진보 쪽이 많으실 테니까 거기에서는 안희정 지사의 이와 같은 포지션 이런 게 좀 불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경선을 만약 통과해서 본선에 나간다면 안 지사의 이러한 포지션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 이택광> 상당히 유리합니다. 그러니까 안 지사는 그런 측면들 때문에 이런 발언들을 한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본인은 전략적이지 않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전략을 믿고 있는, 진심으로 믿고 있는 분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측면에서 경선에서는 좀 불리하겠지만, 본선에 갔을 때는 안 지사의 이런 포지션이 상당히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게 안 지사의 숨어 있는 어떻게 보면 장점인 거죠. 그래서 아마 이걸 어필할 것 같고요.

    그래서 지금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저는 어쨌든 안 지사의 이 포지션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본인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고. 이렇게 되는 이유는 제가 볼 때는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은 진보적인 의제들을 바라고 있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들은 상당히 보수적이에요, 그러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이택광 교수의 강조점은 뭐냐 하면 국민들이 진짜 바라는 것은 진보적 의제들인데 우리 정치권은 정치권 전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기 때문에 그걸 못 담아낸다?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걸 담아내지를 못하는 거예요. 일단 국민들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바가 모순적일 수 있거든요.

    ◇ 정관용> 그러면 국민들의 요구와 정치 지형의 간극, 괴리가 벌어진 거잖아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이택광> 그게 사실 저는 대의제 민주주의 내에 진보적 의제를 담아낼 수 있는 틀이 사실 실질적으로 2012년 총선 이후에 종결됐습니다. 그러니까 정당이 사라졌잖아요. 진보 정당이 일단 사라졌고요. 박근혜 정부가 통진당을 해체해버렸죠. 그러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왼쪽의 당을 담당할 수 있는 당이 정의당 하나가 남아 있는데 정의당조차도 사실 상당히 많은 부분의 진보 의제를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와 있는 정당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 국민의 뜻을, 국민의 요구를 받아내지 못하는, 그러니까 국민의 진보적 의제를 보수적 프레임으로 받아내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거예요. 계속 오목거울에다가 계속 얼굴을 비추고 있으니까 계속 얼굴이 오목하게 보이는 거죠.

    ◇ 정관용> 진보적 정당들이. 통진당 해산은 별개로 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았기 때문에 결국은 소수화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이 속마음은 진보적 의제를 원하지만, 정치적인 행동을 할 때는 진보 정당을 싫어하는 거예요?

    ◆ 이택광> 저는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선거제도.

    ◆ 이택광>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국민들이 일단 투표 행위는 합리적으로 한다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런 선거제도와 이런 선거구도 그리고 또 이런 정치적인 어떤 구조 내에서는 일단 어떻습니까? 대통령이 누군가가 돼야 하죠. 진보, 보수가 되든 본인의 그런 뜻들을 실현해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이게 사실 우선시 되기 때문에 이런 거죠, 그러니까.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시면 지금은 좀 바꼈지만 원래 라이크(like)라는 버튼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러면 내가 그 후보를 지지하면 라이크를 누르는 수밖에 없어요. 그 후보를 지지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여러 가지 이유들은 사실 그 라이크를 누르는, 한 표를 행사하는 데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누르든지 아니면 무시하든지. 그게 문제인 거죠.

    ◇ 정관용> 단순 다수득표자가 1등이 되는 소선거구제, 결선투표제 없는 대선 이런 구도가 우리의 진보정치 영역을 위축시켜왔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 이택광> 그런 면에서 선거제도를 사실 다변화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그것 때문에. 다당제라든가 여러 가지 대책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 정관용> 좋습니다. 안희정 지사의 상생, 통합 그리고 선의라고 하는 식의 정치, 과연 마지막 승리까지 갈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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