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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희정의 '생각과 착각'



칼럼

    [칼럼] 안희정의 '생각과 착각'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윤창원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년을 함께 했다. 그 세월의 더미만큼이나 정치 스타일에서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달변가다. 말(言)의 맛과 멋을 안다. 논리가 견고한 만큼 정치적 소신과 이상도 뚜렷하다.

    지난 2007년 대선 참패 뒤 그가 남긴 '친노폐족(親盧廢族)'이라는 말은 10년이 흐른 지금도 휘발성(揮發性)이 여전하다.

    이번에는 선의(善意)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3주전 탄핵정국에서 불거진 '대연정(大聯政)' 발언의 후속이다.

    (사진=안희정 충남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도 선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가정해보자는 화법(話法)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적어도 최순실과 한 몸이다 시피한 박근혜 대통령과 '선의'를 연결지은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선의'에서 비롯됐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분노한 때문이다.

    전경련이 선의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위한 모금을 주도한 것이라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이 전경련을 탈퇴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결국 안희정 지사는 자신의 분명한 소신이라던 입장을 하루 만에 거둬들였다. 민심의 공감을 얻지 못한 말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한 것이다.

    안 지사는 21일 "(제 발언으로)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 점은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 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또 "지금의 국정농단 사건에 이른 박근혜 대통령을 예(例)로 든 것은 많은 국민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례가 적절치 못했다"고 고개 숙였다.

    (사진=안희정 충남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전날까지만 해도 "계산된 말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다. 제 마음 속에 있는 제 말"이라고 어금니를 물었던 그다.

    그러나 "분노가 빠졌다"고 지적했던 문재인 전 대표가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감싸기 제스쳐를 선물하면서 안 지사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공교롭게도 2005년 대연정을 제안했다 "참 나쁜 대통령" 소리까지 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 2010년에 쓴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대연정 제안은 완전히 실패한 전략이 되고 말았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소회(所懷)를 밝힌 바 있다.

    그나마 안 지사가 자신의 잘못을 빨리 깨끗하게 사과한 것은 문재인 진영과의 불필요한 확전을 막고,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지율 20%를 돌파하며 수직 상승했던 안 지사에게 이번의 교훈은 자신의 자서전 제목처럼 '담금질'의 계기가 돼야 한다. 담금질은 뜨거운 쇳덩어리를 식혀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안 지사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준 이번 논란이 중도외연 확장을 노리다 나온 자충수인지,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화법이 부른 화(禍)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안 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서생적(書生的) 문제의식과 상인적(商人的) 현실감각'의 균형점을 잠시나마 놓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생각과 착각'이라는 책을 펴냈다. 스스로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생각이 착각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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