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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한국 촛불 봤다"…美 워싱턴에도 광화문이 있었다



미국/중남미

    "우리도 한국 촛불 봤다"…美 워싱턴에도 광화문이 있었다

    • 2017-02-21 13:45

    미 '대통령의 날', 전역서 반 트럼프 시위…참가자들 "한국 촛불에 영감 받아"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은 아니다" 20일 미국 대통령의 날에 트럼프 반대 시위에 나선 미국 시민들. (사진=워싱턴 장규석 특파원)

     

    듀퐁 서클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그것도 백악관에서 2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듀퐁 서클에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No Ban No Wall(이민금지령 반대, 멕시코 장벽 반대)"

    "Donald Trump's got to go away, go away!(도널드 트럼프는 나가야 한다, 나가라)"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일 조지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의 탄생을 기념해 역대 대통령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시하는 '대통령의 날'에 사람들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s Day)"고 외치고 있었다.

    당장 눈에 띄는 건 손수 만든 재치 넘치는 손팻말들이었다. 그리고 아들을 목말 태운 아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자녀와 함께 밖으로 나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이다.

    기자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바로 서울 광화문 앞에서, 부산 서면거리에서, 광주 충장로에서 보던 모습이 워싱턴 듀퐁 서클에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었다. 물론 참가자 수는 한국에 견줄 바에 못 되지만 거리에는 활기가 넘쳐났다.

    시위대는 백악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경찰에게 막혔다. "Shame, Shame! (창피하다 창피해!)"이라고 사람들은 외쳤다. 대신 16번가로 방향을 틀었다. "Whose street?(누구의 거리인가?)"라고 누군가 선창하자 참가자들은 "Our Street!(우리의 거리!)"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은 아니다" 20일 미국 대통령의 날에 벌어진 트럼프 반대 시위. 16번가를 행진 중인 미국 시민들. (사진=워싱턴 장규석 특파원)

     

    대통령의 날을 맞아 벌어진 'Not My President's day(나의 대통령은 아니다)' 행진은 자유롭고 평화로웠다. 물론 행진 중간중간 트럼프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두 대의 할리 데이비슨이 성조기와 함께 파란색 트럼프 지지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 행렬 옆에서 굉음을 울리기도 했다. 촛불 반대 집회에서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기를 들고 나타난다.

    자신을 비숍이라고 소개한 한 트럼프 지지자는 "아니 '나의 대통령이 아니'라니 웃긴다"며 "이 사람들(반 트럼프 시위자)은 우리의 소리도 들어야 한다. 우리가 나설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할리 데이비슨을 끌고 나타난 트럼프 지지자. 미국에서도 대통령 찬성파는 국기를 들고 나온다. (사진=워싱턴 장규석 특파원)

     

    잠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누구도 이들을 비난하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다양성의 미국다운 모습이었다.

    행진 대열에서 어린 딸의 손을 이끌고 집회에 참가한 한 엄마에게 다가가 물었다. "딸이랑 같이 나오셨네요"라고 기자가 물었다. "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참석해야죠. 여기 돌라는 다섯 살인데 벌써 4번째 집회에 나오는거에요" 앨런 버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엄마가 대답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그녀는 더욱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사진을 봤어요. 백만명이 모였다고 하던데요. 한국인들은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어요. 사람들이 꾸준히 거리로 나오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줬어요!"

    5살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앨런 버먼 씨. 그는 한국의 촛불집회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워싱턴 장규석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 촛불집회가 미국의 반 트럼프 시위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는 그녀의 말은 소규모 지역 단위의 반 트럼프 집회를 조직 중이라는 톰 존슨에게서도 똑같이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진을 보면서 사실 한국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에서 저항이 일어나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 여신상의 아랫도리를 움켜잡고 있는 익살스런 그림(트럼프의 성희롱 발언 "grab her by the pussy"를 풍자)을 들고 나온 웬디 오웬스는 한국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언제나 함께하세요. 끝까지 버티세요. 절대 실망하지도 지치지도 마세요! 계속 가는 겁니다!"

    익살스런 손팻말을 들고 나온 웬디 오웬스는 한국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지치지 말고 끝까지 버티자"고 격려했다. (사진=워싱턴 장규석 기자)

     

    이날 대통령의 날에 벌어진 '나의 대통령은 아니다' 시위는 워싱턴 DC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고향인 뉴욕을 비롯해 LA, 시카고, 필라델피아, 애틀란타 등 20개 곳이 넘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됐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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