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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정남 '암살자' 행적 되짚어보니…미스터리 여전



국방/외교

    [르포] 김정남 '암살자' 행적 되짚어보니…미스터리 여전

    • 2017-02-19 05:00

    베트남女, 닷새동안 호텔 3곳 머물며 태연자약…종업원들 "믿을 수 없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두 여성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의아함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맨 처음 붙잡힌 베트남 여성 두안 티 흐엉(Duan Thi Huong·28)의 경우 호텔 방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범행 후 호텔 로비에서 '셀카'를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김정남을 살해한 용의자 중 한 명인 두안 티 흐엉은 지난 11일 쿠알라룸푸르 공항 근처의 클래식 호텔 306호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사진=박초롱 기자)

     

    흐엉은 사건 이틀 전인 지난 11일 공항에서 가까운 클래식(Qlassic)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 호텔의 총괄 매니저인 애런 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체크인 리스트에 흐엉의 이름이 있다. 경찰에서 그녀가 호텔을 떠난지 4일만에 찾아와 조사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일 이 호텔의 CCTV는 용량이 다 차 흐엉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

    흐엉은 다음날인 12일 걸어서 5분 거리의 시티뷰(City View) 호텔로 옮겼다. 그녀는 오후 2시쯤 이 호텔에 들어와 이틀 밤을 묵겠다고 말했다. 이 호텔의 리셉셔니스트는 CBS취재진과 만나 "그녀는 영어가 매우 유창했다는 점 빼고는 별로 특이점이 없었다. 모습은 평범했다. 신문에 나온 'LOL'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두안 티 흐엉이 지난 13일 김정남을 살해한 직후까지 머물렀던 시티뷰호텔 전경 (사진=박초롱 기자)

     

    흐엉은 이 호텔에서 12일 자정쯤 미리 가위를 빌렸다. CCTV가 호텔 프론트 바로 위에 달려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어 13일 오전 9시 15분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뒤 바로 호텔로 돌아와 그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 변장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셉셔니스트는 "청소부가 흐엉이 묵었던 방을 청소할 때 자른 머리카락이 방에 많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흐엉이 체크인 할 때는 긴 머리였지만 체크아웃 할 때는 단말 머리였다. 그녀는 13일 오전 11시 30분쯤 호텔에서 나갔다. 김정남이 살해된 뒤 2시간 15분쯤 지나서였다. 그녀는 인터넷 와이파이(Wi-Fi)가 잡히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며 예약한 이틀 중 하루만 머문 뒤 떠났다.

    시티뷰 호텔을 떠난 흐엉은 또 지근거리의 스카이스타(Sky Star) 호텔로 옮겼다. 이 호텔에 들어와 "와이파이가 방에서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호텔 매니저인 제건(Jegan) 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흐엉은) 매우 어려보였고 활동적(active)이고 친근해(friendly) 보였다"면서 "남자친구와 여행온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살인자라니)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두안 티 흐엉은 김정남을 살해한 직후 곧바로 이전에 머물던 호텔을 체크아웃한 뒤 지근거리의 스카이스타 호텔로 옮겼다. 이 곳 로비에서 셀카를 찍고 눈에 띄는 큰 곰인형을 들고 체크인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박초롱 기자)

     

    그녀는 1m 정도 되는 큰 곰인형과 핑크색 옷가방, 종이가방을 들고 와 체크인을 했다. 시점상 범행을 저지른 뒤 다른 호텔로 옮긴 것인데, 굳이 눈에 띄는 차림으로 호텔을 찾은 것은 비상식적이다. 이날 역시 'LOL'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제건 씨는 "그녀는 체크인을 할 때 호텔 로비를 둘러보며 셀피(셀카)를 찍기도 하는 등, 전혀 살인을 저지르고 온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경찰에 잡히기 직전(16일 새벽)인 15일까지 머물렀다. 그녀는 거의 방에만 있었고, 가끔 인근 식당에서 포장된 음식을 사다 먹었다. 주변을 돌아다닐 때는 항상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흐엉은 이 호텔에서 23일까지 머물기를 요청했지만, 선납을 하지 않아 숙박기간을 연장하지 못했다. 15일 오전 6시 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로 '우버(택시)'를 부를 수 없자, 리셉션 직원의 휴대전화로 공항으로 가는 우버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을 나선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6일 새벽 공항에서 붙잡혔다. 그녀가 머물렀던 방에서는 녹색과 파란색의 컨택트 렌즈가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또다른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Siti Aiahah)가 붙잡힌 호텔은 말레이시아의 번화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암팡'지역의 플라밍고(Flamingo) 호텔이라고 보도했다.

    두 여성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지만 범행 전후 함께 머물지 않았던 점도 의아하다. 현지 언론은 흐엉이 "시티 아이샤와 함께 여행을 왔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범행 후 멀리 도망치거나 바로 출국하지 않고 자신이 머물렀던 공항 인근 호텔 주변을 전전한 것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다.

    흐엉은 지난 16일 체포된 뒤 경찰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여행을 왔다가, 여기서 만난 남성 4명이 "장난을 좀 쳐보자"고 말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녀는 범행 직후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 바로 공항을 빠져나와 공항 근처 호텔로 향했다.

    장난처럼 벌인 일이라면 김정남이 쓰러졌을 때 최소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그녀는 현장을 바로 빠져나와 각각 다른 호텔로 향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의문점을 캐는 한편 18일 붙잡힌 북한 국적의 남성 리정철(Ri Jong Chol)을 조사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남을 살해한 공범으로 18일 북한 국적의 리종철(Ri Jong Chol)이 잡힌 쿠알라룸푸르의 다이너스티 가든 호텔. (사진=박초롱 기자)

     

    리씨는 18일 자신이 살던 쿠차이라마 지역 다이너스티 가든(Dynasty Garden) 콘도미니엄에서 별다른 저항없이 붙잡혔다. 이 곳은 93m²(약 28평) 정도가 월세 1500링깃(약 39만원) 정도로, 주로 근처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라고 현지 한인은 전했다.

    리씨는 체포 당시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신분증인 'i-KAD'를 지니고 있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리씨 역시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이 곳에서 거주해 왔던 점, 또 자신의 집에서 순순히 붙잡힌 점 등이 석연치 않아 앞으로 조사돼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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