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미 국무부 제공)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 1단계는 일단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시작됐다.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첫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으니 “안정을 뒤흔드는 북한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해 달라”고 중국에 직접 주문했다.
틸러슨의 이같은 주문은 지난 17일 독일 본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나왔다.
◇ 북한 제재 위해 중국 압박 시동 회담 직후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 대행은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안정을 저해하는 북한의 행동을 완화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을 압박해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미국의 시각을 담고 있다. 대신 미국은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계속해서 지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강조하면서 “미중 양국은 차이점도 있지만 공동의 이익이 훨씬 더 많다”며 간극 좁히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앞서 우리나라와 일본 외교장관과도 각각 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 뿐만 아니라 북한을 지원하는 단체나 기관도 함께 제재하겠다는 것으로, 실제로 시행될 경우 중국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일 공동성명은 아주 강력한 내용으로 돼 있다”며 “무엇보다도 한미일 3국이 북한의 최근 도발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했다”고 말해 틸러슨 장관과의 회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앞서 틸러슨 국무장관은 인준을 앞두고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서 그동안 중국이 취한 북핵 제재를 “공허한 약속”이라고 지칭하며,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성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결국 이번 미중 양자회담에서 틸러슨의 발언은 중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해 중국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앞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 틸러슨에 쏠린 눈...무난한 첫 데뷔한편,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번 첫 국제 외교무대 데뷔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은 틸러슨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고, 때문에 틸러슨은 이틀 동안 12개국 외교장관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청문회에서 강성 발언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는 거의 상대방의 입장을 듣는 쪽이었다. 국무부의 한 측근은 그가 ‘청취모드’를 유지했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중국에도 북한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해달라고 주문하기는 했지만, 과거 청문회에서처럼 중국의 ‘공허한 약속’ 등의 강성발언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협상이라고 비판한 이란 합의에 대해서도 틸러슨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발언만 내놨다.
틸러슨은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밝히는 것에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동행한 기자들이 거의 틸러슨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는 발언이 없는 수준이었다. 질문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회의에 동행한 한 기자는 그를 ‘조용한 남자(Quiet Man)'라고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틸러슨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을 만났고 친구도 많이 만들었다. 꽉 찬 스케줄”이라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보고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보고할 것이) 많다(Many)”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