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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으킨 나란데!"…상처 받은 '성장 밀알'



사건/사고

    "우리가 일으킨 나란데!"…상처 받은 '성장 밀알'

    • 2017-02-15 04:00

    '아스팔트할배'의 탄생…왜 그들은 아스팔트 위에 섰나 ③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친박 보수세력의 결집이 심상치 않다. '어버이연합' 등 노인 층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운동은 진보 진영이나 젊은 세대는 물론 기존 시장보수세력과도 성격이 다른, 섬과 같은 존재다. 도대체 무엇이 이 어르신들을 추운 날 아스팔트 위에 서게 했는가. CBS노컷뉴스는 6차례에 걸쳐 개인사와 현대사를 관통하며 '아스팔트 할배'의 탄생 배경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잡아죽이자!"…폭력과 혐오 발언 그리고 눈물
    ② 집회 때마다 군복, 왜?…"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③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밀알'의 외침
    ④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⑤ 21세기에 남은 박정희 시대의 한줌? 아니 '절반'
    ⑥ 젊은 보수주의자가 '아스팔트할배'에게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12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젊은 시절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A(72) 할아버지는 1972년 독일에 광부로 '수출'됐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막대한 실업과 외화부족 현상을 타개하고자 노동력을 해외로 송출할 때다. 경제성장으로 취업 기회가 많았던 독일 사회에서는 힘든 일자리가 A 씨의 몫이었다. 할아버지는 2년 간의 파독광부 생활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국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 집회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었던 참전 경험과 함께 얘기하는 것은 '경제'다. 개인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소모됐던 과거의 아픈 기억은 노인들 자신이 '성장의 밀알'이었다는 자부심으로 바뀐 지 오래돼 보였다. 따라서 친박 집회 참가자들에게 탄핵 정국은 이 자부심을 흔드는 반역사적인 상황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외화벌이에 동원됐던 젊은이, 지금은 노인이된 이들 세대의 노동 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독일의 경우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자본주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던 만큼, 한국인 광부들은 지하 1000m의 막장에서 일했고 간호사들은 시체를 닦는 일 등 독일인들이 꺼리는 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모든 고생이 국가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했고, 정권은 그들을 애국자로 띄웠다.

    비슷한 시기 중동건설 붐도 맥락이 비슷하다. 맹 모(71) 할아버지는 1969년부터 5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조국 번영의 밀알이 됐다"고 했다. 당시 "낮에는 잠을 자고 시원한 밤에 일하자"며 중동 진출이 회자됐지만 실제로는 땡볕 아래서 일하는 게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맹 할아버지는 그 시절을 얘기하며 "어떻게 세운 나란데 이렇게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영희(83) 할머니 역시 "우리는 진짜 꿀꿀이 죽을 끓여먹여가며 나라를 만든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제12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들에게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젊은 세대는 과거에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는지를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다. 감성적이고 배부른 젊은 세대가 성실하고 묵묵히 일하는 대신, 개개인의 권리와 의지를 폭발시키며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연장에서, 아스팔트 할배는 경제와 안정을 위해서였다며 그 시절의 독재를 정당화할 뿐 아니라 지금도 '계엄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복에 탄띠까지 착용하고 집회에 참가한 김지환(73) 할아버지는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하고 경제를 살린 것을 모른다"고 했다. 이희중(65) 할아버지 역시 "군정을 할 때 상당한 국가발전이 있었다"며 "그때 전혀 독재국가라는 것을 모르고 근면하게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아스팔트 할배들의 인식은 "이게 어떻게 만든 나라인데"라며 정치권에 복귀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인들은 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과는 달리 그들의 젊은 근육과 정신을 실제로 국가에 바쳤다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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