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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다짜고짜 돌 던졌는데 혐오 범죄 아니라니…



인권/복지

    여성에게 다짜고짜 돌 던졌는데 혐오 범죄 아니라니…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신병원이나 전과기록이 없어 가능성 낮다"
    "국내엔 '혐오 범죄' 선례 없어 인정 힘들다"

    '돌덩이 폭행' 사건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지난 10일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다뤄지면서부터다. 단순한 묻지마 폭행이라는 주장, '강남역 살인사건'과 유사하게 여성을 노린 '혐오' 범죄라는 게 논쟁의 큰 줄기다.

    ◇ 길 가는데 다짜고짜 큰 돌 들고…

    한 남성이 지난 1월 14일 새벽 2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송파구·옛 신천역) 근처 인도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2명에게 커다란 돌을 휘둘렀다.

    이 때문에 여성 A(25) 씨는 치아가 손상, 함몰됐고 B(25) 씨는 얼굴 가죽이 4㎝ 정도 찢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큰 돌을 두 손으로 들고 온 남성이 갑자기 돌로 내리찍었다"며 "이후 돌을 내려놓고 뒤돌아 걸어갔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그에게 "야"라고 소리치자, 이 남성은 되돌아 여성들에게 걸어오려다가 여성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을 본 후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를 찾으며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겠지만 '묻지마 폭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월 23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가해자는 취업준비생 S 씨로 드러났다. S 씨는 "(술을 마셔) 필름이 끊겨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S 씨를 조사한 후 "정신병력이나 전과기록이 없어 여성 혐오나 묻지마 범죄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여혐에 빠진 일베충일듯(haha****)", "자기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는 인간이 가장 찌질하고 한심한 쓰레기라 생각한다(ergd****)", "여성 두 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정말 큰 범죄다(ad63****)"라는 등 여성혐오 범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돌덩이'까지…

    '묻지마 폭행'을 가장한 '여성 혐오'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에서 직장인 C(23) 씨가 한 주점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 다녀오다 여성을 기다리며 다른 칸에 숨어있던 김 모(34) 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피해 여성과 일면식도 없던 그는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당했기 때문"이라고 답해 공분을 샀다.

    그는 법정에서도 "내가 유명인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인기가 많을줄 몰랐다"거나 "어떤 여성이 담배를 피우다 내 발 앞에 꽁초를 던지고 가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는 등 횡설수설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16년 12월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그는 "범행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 여자애에게 면목없다"면서도 "반성이나 후회의 마음은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해 6월, 대전 대덕구에서는 D(16) 군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여성을 미리 준비한 커다란 돌덩이로 무차별 폭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D 군은 "지인과 말다툼을 한 후 화가 나서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무섭고 건장한 남성은 보복당하거나 저항할까 무서워서 여자를 쳤냐(박**)", "가방에 벽돌 준비해서 도망갈 수 없고 사람 없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힘이 약한 여자한테 범죄를 저질렀으면 계획범죄지 저게 어떻게 우발적 범죄냐(HyoC****)"는 등 강하게 비난했다.

    ◇ "'혐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범죄'는 인정하겠느냐"

    그러나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같은 범죄들을 해석할 때 단순하게 '묻지마 폭행'이나 '여성 혐오 범죄' 식으로 극단화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3일 한국여성민우회 이은수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약자가 공포, 위협이 노출될 경우는 당연히 많다"며 "미국에선 동성애 혐오 등으로 나타나고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 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혐오 범죄' 개념이 '여성 혐오'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의에 대한 사회의 폐쇄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활동가는 "분명히 공론화되어야 하는데 괜한 꼬투리잡기식 항의가 많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에서도 어떤 사건에 대해 '여성 혐오다'라고 결론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쉽게 말해 그런 선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여성 혐오' 범죄로 지정된 사건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범죄 유형을 추가하는 데 난색을 표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여성 혐오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무슨 범죄까지 인정하겠느냐. 기본적 토론이 이뤄질 것, 같은 유형의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 이를 모아 공통점을 분석해 사례화할 것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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