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오늘의 논평] 황교안,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는 듯한 행보



칼럼

    [오늘의 논평] 황교안,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는 듯한 행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요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열차에서 낙마한 뒤 그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황 총리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만 보이고 있다.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대선출마 여부를 집중 추궁했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했고 대선에 나가겠다는 건지 안나가겠다는건지는 도통 밝히지 않았다.

    10일 국회 본회의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심지어 '그렇게도 국정안정이 중요하다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정에 전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국정을 바르게 끌어가기 위해 국회에서도 협조해달라"는 뚱딴지 같은 답변으로 대신했다.

    황 총리는 출마 여부를 밝히는 순간 주가가 거품처럼 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출마를 선언하는 즉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책임, 병역문제, 삼성X파일 수사 등 거센 검증에 직면할 테고, 출마를 안한다고 하면 몸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호한 발언과 함께 주가를 높이기 위한 그의 대선주자급 행보는 정치 9단 수준이다.

    방문하는 곳도 전국의 장애인시설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복지 경제 분야별로 짜여져 치밀한 계산이 엿보인다.

    권한은 대통령 대행이니 사실상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급이다.

    여기에 촛불에 눌려 잔뜩 웅크리고 있던 새누리당이 대놓고 띄우기에 나서면서 그는 보수의 아이콘으로까지 몸집이 커 버렸다. 황 총리로선 가히 꽃가마에 탄 기분을 느낄 만도 하겠다.

    그러나 꽃가마가 산으로 가는지 강으로 가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당장 구제역 사태에 대한 대처가 문제다.

    황 총리는 AI사태에 이어 구제역이 사상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경기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A형이고 국내엔 백신이 없는데도 두 종류의 구제역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 발생했는지, A형 바이러스 백신이 국내에 있는지 없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국가위기 관리를 총책임져야 할 총리가 7시간 30분이 넘도록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이번주 안으로 백신접종을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하라"는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다.

    엄밀히 말해 황 총리가 새로운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을 모른 것은 방역당국 관료들의 책임이긴 하다.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은 9일 오전 황 총리 주재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는데도 황 총리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후 대처는 총리의 몫이다. 황 총리는 9일 오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지만 방역당국을 질책하지는 않았다.

    하루가 지난 10일 오전 회의에서도 "서로 다른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더욱 위기감을 갖고 방역조치를 철저히 해달라"는 원론적인 주문만 내놓았을 뿐이다.

    더욱이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야당 의원들이 A형 구제역 발생 사실을 제 때 보고받지 못한 점을 추궁한데 대해 "유전자 검사 진행과정에 시차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소 짜증섞인 반응까지 보였다.

    10일 국회 본회의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황 총리는 "'대권놀음'이나 '대통령 코스프레' 하지 말고 위기 관리에 집중하라"는 야당과 바른정당의 지적을 정치공세쯤으로 치부할 일도 아니고 불쾌하게 여길 일도 아니다.

    AI는 이미 지난해 말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7년 만의 심각단계까지 올라선 구제역 위기는 백신을 추가 수입하기까지 방역망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구제역 사태는 국가적 위기관리의 총책임을 맡은 그에게 진짜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건강한 보수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기에 그가 잘 극복하면, 대선에 나오든 안나오든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자격이 있음을 입증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극렬 반대하는 광장의 '아스팔트 보수'에만 기댄다면 대선 도전의 길도 미래도 그저 봄날 허공에 사라질 한낱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