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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들은 어떻게 행복팀의 노예가 됐나?



경남

    농아인들은 어떻게 행복팀의 노예가 됐나?

    피해자 1천여명, 피해금액 4백억원 추정...피해자 다수 신고조차 안해

    전국의 일명 '행복팀' 피해 농아인들이 경남 창원에서 수사촉구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경남CBS 이상현 기자)

     

    "우리를 파탄시킨 행복팀을 반드시 처벌해주시고, 우리 돈을 돌려받게 도와 주세요."

    농아인 A(53)씨와 B(47)씨 부부의 소리없는 절규가 이어졌다. 이들 부부는 농아인 투자 사기조직인 '행복팀'의 피해자들이다.

    이들 부부가 행복팀을 만나게 된 3년전의 일이다. 알고 지내던 한 농아인의 "행복팀을 통해 투자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 졌다.

    행복팀은 투자를 받아 농아인들을 위한 회사와 아파트를 건설하고 복지혜택을 받게 해주는 단체라는 그럴듯하게 설명한 그 농아인은 "3개월 안에 투자금의 3배를 돌려주겠다. 자동차와 연금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제2금융권에서 집을 담보로 2억 5천만원을 빌려 행복팀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자는 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라는 걸 이들 부부가 알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올해 초 경찰의 행복팀 피해자 신고를 받는다는 공문을 SNS를 통해 보게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수십만원의 빚을 갚느라, 공장에서 뼈빠지게 일을 하고 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얼마전부터 남편A씨의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그야말로 파탄날 지경이 됐다.

    일명 '행복팀' 피해 농아인이 작성한 대출 관련 메모 (사진=창원중부경찰서 제공)

     

    이들 부부처럼 행복팀의 유혹에 걸려들어 피해를 본 농아인들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500여명이다.

    피해 농아인들은 350여명의 정회원을 포함해 약 1천여명의 농아인들이 피해자를 봤다고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7억에 이르는 돈을 행복팀에 투자했다가 날리게 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피해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아인들은 대부분 사회와 단절돼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들끼리 서로 쉽게 믿는 등 집단 신뢰감이 두텁다.

    거기다가 농아인 대부분이 생활형편이 좋지 않아 금전적인 유혹에도 쉽게 빠질 수 밖에 없고, 금융이나 투자와 관련된 지식이 많지 않았다.

    행복팀은 이같은 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어느 정도 말하기가 가능한 농아인들로 '의사소통팀'을 꾸려 농아인들이 금융기관 본인 확인 전화를 대신받거나 직접 대출받아 송금을 하도록 처리해줬다.

    또, 한번 행복팀에 빠져들면 빠져 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관리했다.

    조직에 들어온 농아인들이 투자를 거부하거나 조직을 탈퇴하려고 하면 여러명이 몰려가 협박하거나 회유했다.

    행복팀의 농아인 상대 투자설득 교육용 그림 (사진=창원중부경찰서 제공)

     

    또 피해농아인들에게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는 '충성맹세서'를 받거나, 대표나 팀장 등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거나 조직을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이고 3대를 거지로 만들 것이라는 내용의 행동강령까지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단합과 결속을 핑계로 주기적으로 합숙교육을 통해 세뇌교육을 하거나, 다단계 사기처럼 신규 농아인 투자자를 유치해올 것을 요구했다.

    조직에서 운영하는 SNS에는 행복팀과 관련 거짓 자료를 올리며 총책인 일명 '제일 높으신 분'을 사이비 종교집단처럼 신격화시켰다.

    실제로 행복팀 간부들은 '제일 높으신 분'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총책에게 돈을 전달했다.

    행복팀은 내부정보가 외부로 새나가면 의심되는 조직원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외부 접촉을 막기 위해 피해 농아인들이 농아인협회나 교회, 개인 모임 등에 나가지 못하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피해 농아인들이 수년동안 생긴 조직에 대한 신뢰감 때문에 총책 등이 검거된 뒤에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김대규 수사과장이 9일 행복팀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경남CBS 이상현 기자)

     

    창원중부경찰서 김대규 수사과장은 "행복팀은 피해자들을 주변 인물들에게서 고립시키고 수년간 사이비 종교집단처럼 세뇌교육을 반복해 수사가 진행된 위에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는 농아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피해 농아인들은 9일 창원지검과 경남경찰청, 창원지법에 행복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행복팀에 피해를 본 한 농아인은 "검찰, 경찰과 법원에서 '행복팀'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통해 농아인 사회의 오래된 병폐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농아인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반드시 도려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농아인들에게 투자 수익을 미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일명 '행복팀' 총책 A(44)씨 등 조직원 36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A씨 등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행복팀'이라는 유령단체를 만들어 농아인들을 상대로 고수익 보장 등을 내세우며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주겠다. 아파트와 연금도 제공한다"고 속여 농아인 5백여명에게 28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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