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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100일 '춘래불사춘'…"이 미친 세상에"



문화 일반

    광장의 100일 '춘래불사춘'…"이 미친 세상에"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2월 탄핵·황교안 사퇴·공범세력 구속·촛불개혁 실현' 14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중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이어온 촛불집회가 5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앞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4차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4일은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의 이 말을 두고, 역사학자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서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역사비평사·2013)을 통해 "한국현대사에서 춘래불사춘은 겨우내 얼어붙은 독재 체제를 녹이려고 했던 민주화운동의 지난한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42만여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노래를 통해 춘래불사춘의 모순을 직시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지지의 뜻을 보냈다.

    첫 곡으로 '잊어 버리고 싶어요'를 부른 뒤 멤버 덕원은 "이 겨울 많은 분들이 (촛불집회에) 나오시면서 춥고 힘든 순간도, 그리고 '이게 뭐하는 건가' 자괴감이 드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다 잊어 버리고 승리의 기억만 가져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음 곡은 '잔인한 사월' 들려 드릴 텐데요, 다가올 봄은 잔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건넵니다."

    "거짓말 같던/ 사월의 첫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데/ 왠지 나만 여기/ 혼자 남아/ 가야 할 곳을/ 모르고 있네// 떠들썩하던/ 새로운 계절/ 그 기분이 가실 때쯤/ 깨달을 수 있었지/ 약속된 시간이/ 끝난 뒤엔/ 누구도 갈 곳을/ 알려주지 않는 걸// 나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 것도 없는/ 나의 지금은/ 깊어만 가는/ 잔인한 계절// 봄이 오면 꽃들이/ 피어나듯/ 가슴 설레기엔/ 나이를 먹은/ 아이들에겐/ 갈 곳이 없어/ 봄빛은 푸른데…"

    ◇ "우리에게 3월은 새로 시작하는 달…새로운 시작에 기대 갖는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2월 탄핵·황교안 사퇴·공범세력 구속·촛불개혁 실현' 14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브로콜리너마저 멤버 덕원은 마지막 곡 '졸업'을 부르기에 앞서 "이 노래를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이런 자리에서 부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정말로 미쳐가는 세상을 우리가 막거나 되돌리거나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정적인 선율 위에 부조리한 시대를 살아내는 우리네 좌절과 희망을 담아낸 직설적인 가사를 입힌 이 노래는 광장의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몇몇 청년들은 "행복해야 해" "잊지 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등 인상적인 가사를 따라 불렀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중략)//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박태균 교수는 앞서 소개한 저서에서 "3월이 되면 봄이라는 기대 속에서 무언가 새로 출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아래와 같이 전하고 있다. 입춘에 열린 14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광장의 외침을 외면한 채 대선에만 초점을 맞춰 가는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2월에는 탄핵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엔 3월이 가장 더운 계절이라 방학을 하고, 유럽이나 일본은 4월에 학기를 시작하지만, 한국에서는 3월에 모든 학교가 새 학기를 시작한다. 우리에게 3월은 새로 시작하는 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에 기대를 갖곤 한다." (83쪽)

    "역사는 언제나 진행 중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 역사를 더 아름답고, 더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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