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가도에서 이탈하면서 당장 경선 국면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주자들은 향후 표심의 향방을 놓고 차별성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권교체냐 아니면 더 좋은 후보를 위한 검증 강화냐를 놓고 때아닌 '프레임 전쟁' 마저 벌어지고 있다.
◇ 潘心 어디로 갈까 '촉각'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소속 대선 주자들은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표심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장 경선을 앞둔 주자들은 갈 길 잃은 보수·중도층의 표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하고 반대로 주자들간 본격적인 검증 무대가 펼쳐졌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반 전 총장 지지층이 충청과 영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60대 이상, 보수 이념 가치를 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범여권 유력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 표심이 지리멸렬할 지 아니면 대결집을 시도할 지도 변수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본격 대선행보에 나서면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이 '유권자 단일화'로 결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예 투표를 포기하고 사표로 남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 전 총장 지지세력이 제3지대로는 이동하지는 않을 것"(문재인 측), "충청대망론에 얹힌 표 일부가 우리쪽으로 올 것"(안희정 측), "진정한 민주당의 후보가 누구인지 판별할 때가 됐다"(이재명 측) 등 각 캠프는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펼쳐질 판세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반드시 정권교체" vs "정권교체는 상수(常數), 누가 더 나은지 결판"반 전 총장 탈락으로 차기 대선 관심도가 여권에서 야권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프레임 전쟁' 분위기 마저 감지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안희정 지사는 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권교체 그 이상의 가치가 저 안희정"이라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국가를 제대로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30년 동안 정당 정치인으로 훈련받아왔다"며 문 전 대표보다 준비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재명 시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라고 하는 강력한 상대가 나타나니 야권이 위기의식 때문에 문 전 대표쪽으로 지지율이 확 몰렸다"며 "이제는 (유권자들이) 좀 더 나은 정권교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모아진 민심에 따라 정권교체는 상수가 된 만큼 이제는 '문재인 대세론'을 깨고 어떤 정책과 비전으로 국가를 설계할 지를 놓고 본격 경쟁해야한다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측은 지나친 '프레임 논리'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탈락했어도 정권교체 세력과 정권연장 세력의 대결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황교안 총리 등 보수진영의 움직임과 세결집 시도를 주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 구도에 변화가 생겼을 뿐 정권교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상수라면 조금 더 확실한 경쟁력과 우리 사회를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정권교체 하나만을 놓고 고민했다면 이제는 여러 개 평가항목을 놓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 관계자는 "흡족하지는 않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문 전 대표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평가항목지가 던져졌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측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는 '묻지마 정권교체' 요구가 강했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정권교체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시점"이라며 "더 낳은 세상을 담보할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이재명 시장의 재반전 모멘텀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각 캠프 모두 국정농단에서 촉발된 정권교체 요구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반 전 총장 탈락 이후 현 판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리고 각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선 전략을 다듬고 있는 셈이다.
◇ 潘 탈락 이후 야권 주도권 잡기 '분주'민주당이 당장 이번주 선거인단 모집 등 본격적인 경선 체제에 들어가면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후보 모두 각자의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 태세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안보와 경제가 파탄나고 민생이 피폐해져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진 만큼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작업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재벌·검찰·언론 개혁과 4차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면서 당장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민생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자료사진)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이 정쟁이나 정치적 이슈로 현재 구도에 변화를 주려고 시도하겠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민생행보를 계속하며 준비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이념적 이분법이 통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나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안희정"이라며 "지금까지 사드와 복지 문제 등에서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했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공약을 이제부터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은 지난달 22일 5시간에 걸친 '안희정의 전무후무 즉문즉답 출마선언'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권자와 만난 것처럼 현재의 대담 방식 토론이 아닌 모든 후보가 한 자리에 모여 상호토론을 할 것을 당 지도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간적 제약을 받는 TV토론이 아니라 5시간 이상 후보자들이 함께 온오프라인에서 상호토론을 벌인다면 문재인 대세론이 인물론으로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이 시장 측 관계자 역시 "당 예비후보 등록일은 있지만 마감일이 없어 문 전 대표가 후보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토론회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결국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TV토론에 딱 3차례 나선 것과 뭐가 다르냐"고 문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
이 관계자는 "당원과 대의원, 유권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컨퍼런스형 토론회를 통해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며 "박근혜 방지 경선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 측은 또 최근 '공짜밥'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안 지사 측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지난 10년간 새누리당과 피터지게 싸우면서 주장했던 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라며 "국가 자원과 예산을 어디에 효율적으로 배치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반 전 총장 중도 탈락으로 범여권 내 유력 후보가 등장하기 전까지 차기 대선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스몰텐트' 논의와 별도로 당분간 민주당 경선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 주자들도 중도 보수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고, 선명성 경쟁에도 치열하게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까지의 지지율 추이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