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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재단을 너무 잘 알아 불행 싹텄나?



법조

    박근혜·최순실, 재단을 너무 잘 알아 불행 싹텄나?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사유화'를 염두해두고 설립했다는 정황이 관련 재판 증언과 진술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두 재단 사유화가 중간에서 꼬리가 밟히는 바람에 결국 사유화는 실패했다. 따라서 두 사람도 사유화에 대한 속사정은 숨기고 법정 안팎에서 각각 "실체가 없는 얘기"라고 부인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 영남대·정수장학회·육영재단 함께 한 재단 전문가

    불행의 시작은 어쩌면 그들이 재단설립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영남대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육영재단 이사장도 지냈다. 박 대통령이 공직에 머무르지 않을 때는 늘 '재단 이사장 인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씨는 부모를 비명에 잃은 박 대통령을 늘 곁에서 보좌하며 불가촉 신임을 얻었다. 육영재단을 두고 동생 박근령씨와 박 대통령이 다툴때도 최씨는 전 남편 정윤회씨와 함께 곁을 지켰다.

    박근령씨 남편 신동욱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육영재단 분쟁과정에서 정윤회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실체는 파악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3대 재단'을 운영하면서 밖으로는 '공익적 활동'으로 포장했다. 공익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안으로는 '사유화'가 가능한 단체는 재단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이 3대 재단을 운영한 경험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착안점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알게 됐다.

    (사진=자료사진)

     

    ◇ 미르·K스포츠재단 '영구적 사유화' 추진한 최순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지금까지 두 재단은 '한류 세계화'를 위해 만든 것이지 절대 퇴임 후를 대비한 것이 아니라고 지금껏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 씨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영입한 정동춘씨(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운영자)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6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두 사람의 거짓말을 깨는 '폭탄 발언'을 했다. 정 씨마저 이제 최 씨에게 등을 돌렸다.

    정씨는 "재단을 만든 사람은 대통령이고 돈(기금)을 걷을 수 있는 사람도 대통령 밖에 없으며 최씨 단독으로 전경련에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라면 맡고, 유지하라면 유지하며 아바타처럼 움직였던 최측근 인사마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실'을 실토하고 나선 것이다.

    정씨 말고도 대통령과 최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는 진술과 증언은 차고 넘친다. 재단 인사는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최씨가 아는 인물들로 채워졌고 주요 사업과 운영도 최씨 결재를 일일이 거쳤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K스포츠재단의 관계를 폭로한 이 재단의 노승일 부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한때 최씨 심복역할을 했던 노승일 부장은 "K스포츠 재단이 설립되기 하루 전 최씨가 '더블루K'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더블루K가 정책을 만드는 '헤드쿼터, 즉 머리'라면 K스포츠 재단은 돈만 갖고 실행하는 몸통 관계였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의 영속화를 염두해두고 사업 계획과 실행을 진행했다. 어쩌면 퇴임 전 수익구조를 위한 사업을 지나치게 빨리 무리하게 진행하다 사달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 엘리트 체육을 장악해 돈을 버는 사업구조다.

    노승일씨는 24일 재판에 출석해 "최씨가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작성한 '스포츠클럽지원사업 전면개편 방안'이라는 문건을 주면서 혼자만 보고 밖에는 보여주지 말라는 대외비 문건을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문건 부제에는 'VIP가 지시한 스포츠클럽 지원사업에 대한 개편과 방안을 보고 드림'이라고 적혀 있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문건은 최씨 알선으로 문체부 2차관으로 임명돼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씨가 최씨에게 몰래 건네준 것이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가 통합됨에 따라 태릉선수촌에서 기존에 실시하던 '엘리트 체육'을 여타 선진국처럼 '스포츠클럽' 중심으로 민간으로 넘긴다는 것이다. K스포츠재단이 '중앙지원센터'가 되고 이를 흡수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노씨는 이 문건을 보고 "최순실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문건 자체가 어떻게 (실현)가능하냐. 말도 안된다"며 고영태씨와 함께 황당해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지시와 협조, 묵인 아래 한국 엘리트 체육 지각판을 흔든 뒤 K스포츠 재단이 전국 5개 거점에 스포츠 클럽을 세우고 장차 국가대표를 꿈꾸는 부모와 청소년을 상대로 엘리트 체육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최씨는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최씨는 롯데와 SK등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 추가로 강제모금을 벌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 롯데그룹 지주회사 그림 본떠 '미르·K재단 장악' 시도

    최 씨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사유화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그림을 본떠 미르재단과 K스포재단, 더블루케이 등을 통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즉 컨트롤타워를 만들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주회사 이름은 '인투리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분을 장악하고 있는 롯데제과를 통해 계열사를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만들려는 계획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최 씨는 인투리스라는 지주회사로 양 재단과 더블루케이, 플레이그라운드 등 최씨 소유의 회사를 한군데로 묶은 뒤 스포츠시설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시, 컨퍼런스 등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구상이었다.

    검찰은 "이것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수시로 연락하고 두 재단을 사유화하려 한 증거"라고 재판정에서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이 재단 실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학교법인도 공익이지만 그에 따른 이득은 있다. 예를 들면 임직원을 취업시키고 이사장으로 대접받는다. 처분권은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지만 사용권은 설립자가 독점적으로 행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자기 재산을 출연해 만드는 건데 미르와 K재단은 박 대통령이 만들면서 다른 사람 돈으로 했다"며 "그렇다면 돈을 낸 기업이 설립·운영자가 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운영권을 뺏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은 처음부터 재단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그렇다면 이것은 설립자금을 재단이라는 명목으로 받아챙긴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뇌물을 받아 고아원에 기증해도 뇌물죄가 성립하는데, 미르·K스포츠 재단 뇌물죄 논쟁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며 "특검이 맹백한 결론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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