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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 빈지노, 특별함 지닌 힙합씬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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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 빈지노, 특별함 지닌 힙합씬 아이콘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22번째 주인공은 저스디스가 지목한 빈지노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일리네어레코즈 제공)

     

    빈지노(Beenzino·본명 임성빈)의 행보는 늘 특별했다. 힙합씬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아 피스쿨 메인 MC로 발탁돼 쟁쟁한 선배 뮤지션들과 호흡했고, 시미 트와이스와 재지팩트(Jazzyfact)를 결성해 청춘의 감성을 담은 세련된 재즈 힙합을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도끼, 더콰이엇이 만든 일리네어레코즈에 합류해 이름값을 높였고, '부기 온 앤 온(Boogie On & On)' '아쿠아 맨(Aqua Man)' 등이 수록된 첫 EP '2 4 : 2 6', 그리고 음원 차트 정상을 찍은 싱글 '달리, 밴, 피카소(Dali, Van, Picasso)'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래퍼로 성장했다.

    그야말로 탄탄대로. 사실 이후부턴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유연하게 발전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빈지노는 대한민국 힙합씬을 대표하는 아이콘 가운데 한 명이 된지 오래다. 힙합씬을 넘어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불리기도. 다음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아트 크루 IAB STUDIO 작업실에서 빈지노와 나눈 일문일답.

     

    Q. 반갑다. 어떻게 지내나.
    "얼마 전 스테파니가 한국에 와서 같이 시간이 보냈다. 그리고 IAB 활동하느라 바빴다. 음악은 손 안 댄지 꽤 됐다. 두 달 정도 됐나? 거의 역대급 텀이다."

    Q. 저스디스가 당신을 인터뷰이로 지목했는데.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오케이션을 통해 저스디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의미' 등 노래도 들어봤고, '마이크 스웨거'에 출연한 영상도 재밌게 봤다."

    Q. 본격적으로 빈지노 이야기로 넘어가자. 힙합 음악에 빠진 계기부터.
    "뉴질랜드 살 때 처음으로 흑인의 랩이란 걸 들었던 것 같다. (빈지노는 초등학교 시절 뉴질랜드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듀스 등의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H.O.T. 인기가 대단했다. 그때도 H.O.T 노래에서 랩 파트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점점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아이돌 음악은 안 듣게 됐다. 한 번은 '버벌진트가 짱'이라고 하면서 god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자 애들과 다툰 적도 있다. (웃음)."

    Q. 버벌진트가 유독 좋았던 이유는 뭔가.
    "너무 똑똑했다. 또 날카롭고 세련됐다. 한국 랩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라임이 한 차원 높았다고 할까. 그 이후 다른 래퍼들의 가사가 유치하게 보였을 정도니까. 그럼 '짱'인 거잖아."

    Q. 빈지노의 랩 스타일을 설명하자면.
    "심플한 것 같다. 지나치게 기교적이지 않은 것 같고, 담백한 느낌이 있다. 또, 주구장창 워드플레이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주제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결국에는 랩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 나온다. 난 너무 복잡하고 계산적이지 못한 성격이다."

    Q. 훅(Hook)을 잘 만드는 래퍼라는 평가가 많다. "쩌는 훅에 장사 없다"는 가사를 내뱉기도 했고.
    "오랜 기간 동안 추구했던 바다. 언젠가 비기(Notorious B.I.G) 영화를 보다가 랩이 다 훅 같으면서 엄청 중독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파생된 부작용은 랩을 만들려다 훅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는 거다. '부기 온 앤 온(Boogie On & On)' 때도 그랬고.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웃음)."

    Q. 영향을 받은 뮤지션을 꼽자면.
    "위즈칼리파(Wiz Khalifa), 칸예 웨스트(Kanye West), 키드커디(Kid Cudi) 등을 비롯해 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받았다. 국내 음악을 많이 안 듣긴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양동근, 버벌진트, 마스터 우 형. 데뷔 초에는 스윙스, 이센스 형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아, 도끼 음악도 자주 들었다."

    Q. '엄친아 래퍼'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
    "싫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거 같기도 하다."

    Q. 래퍼들이 워너비로 꼽는 래퍼가 됐다. 기분이 어떤가.
    "흐뭇하긴 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귀감이 되어서 행실을 똑바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거나 하진 않는다."

     

    Q. 2008년부터 꽤 오래 활동했는데, 슬럼프는 없었나. 있었다면 극복법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슬럼프가 온다. (웃음). 슬럼프가 찾아오면 일상생활에서 리프레시(refresh)하는 편이다. 요즘은 반신욕을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쇼핑도 하고. 주로 혼자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활동을 하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간다."

    Q. 빈지노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결정적 순간들을 꼽자면.
    "일단 앨범이 없었을 때 피처링 등을 통해 선보인 벌스(verse, 절)들. 재지팩트와 핫클립 앨범, 첫 솔로 EP '2 4 : 2 6', 그리고 싱글로 먼저 발표한 곡 '달리, 밴, 피카소(Dali, Van, Picasso)'다."

    Q.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있다면.
    "2011년인가 2012년에 찍은 한 화보 사진. 100만원 정도 받고 찍었는데, 너무 구리게 나왔다. (웃음). 그런데 그 사진을 2년 정도 쓰더라. 기업의 횡포였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도 계속 회자되고."

    Q. '쇼미더머니' 등 힙합 소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은 없다.
    "다들 하는 건 안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쇼미'가 처음 나왔을 때 반감이 조금 있었다. 그런데 도끼와 더콰이엇 형이 나오고 나서부터 '내가 반감가지면 뭐하나' 싶더라. 보면 재밌기도 하고. 아무튼 난 짜여진 판에서 운명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다. 너무 치열해서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출연 하지 않은 래퍼가 거의 없을 정도로 '쇼미'가 주류가 된 분위기다. 이센스, 허클베리피 등 안 나간 래퍼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없다. 내가 그 중 한 명이고 나만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Q. 여러 아티스트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했다. 자신만의 피처링 참여 기준이 있다면.
    "일단 노래가 좋아야 한다. 그리고 돈도 맞아야 하고, 그 사람과의 친분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간이 맞아야 한다."

    Q. 지난해 발매한 정규 앨범 '12'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자유분방했던 이전 곡들과 다르게 왠지 모를 고뇌가 느껴지더라.
    "앨범을 작업할 때 느꼈던 감정이 그랬다. 군대 등의 문제로 쫓기듯 작업을 했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은 뭔가 제한이 걸리면 되게 힘들어한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계속 머릿속에 있었고 그게 노래로 표현됐다. 그걸 거부하고 자유로운 척 해봤자 해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 트랙 '위아 고잉 투(We Are Going To)'에선 또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데, 해외여행을 했을 때의 기분을 썼기 때문이다."

    Q. 댓글 등 반응도 살피는 편인가.
    "가끔 DC트라이브(힙합 커뮤니티)는 들어간다. 앨범이 나왔을 때 리뷰도 보고. 좋은 댓글만 골라서 보려고 하는데, 안 좋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자의식 과잉이다', '망해야 한다' 댓글들. 그들에게 '당연하지 이 XX야'라고 해주고 싶다. 아티스트가 남을 배려하면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Q. 독일 출신 모델 스테파니 미초바와 열애 중이다.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데, 신경 쓰이지 않나.
    "전방 2~3m에서 '찰칵 찰칵' 소리가 나고 사인 해달라고 하는 둥 모처럼 데이트를 방해할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사람이 엄청 몰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하지말라고 화를 낸다. SNS에 사진 올리고 그게 기사화 되고 이런 건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한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

    Q. 아트 크루 IAB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뭔지는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다. 대규모 프로젝트냐고? 대규모든 소규모든 비밀로 하겠다. (웃음)."

    Q. 2011년 일리네어레코즈에 합류했다. 최근 일각에선 불화설을 제기하던데.
    "재미있는 소문인 것 같다. 일리네어가 다른 크루에 비해 만나는 횟수가 적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 아닐까. 다들 고양이 같은 성격이다. 나도 랩할 때 '일리네어'를 외치는 타입도 아니고. 아, 가끔 생각나면 외친다. 사실 일리네어는 서로에게 크게 바라는 게 없다. '내가 이 정도 했는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런 게 없다. 씬에 있으면서 그런 문제로 사이가 나빠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우린 계약서도 없다. 우리의 처음 목표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자는 거였다. 지금 당장 동갑이 형(더콰이엇의 본명)한테 '저 일리네어 나갈게요'라고 해도 '그래, 생각해봐'라고 할 거다. 아마 동갑이 형이 '지노가 나간다는데?' 하면 도끼는 '아, 그래요?'라고 할 거고."

    Q. '엠비션뮤직'이라는 일리네어 산하 레이블이 생겼다.
    "내 의견이 반영된 건 아니다. 그런데 창모, 효은이, 해시스완 등 픽(PICK)한 아티스트들이 다 괜찮더라. 너무 유별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는 친구들이다. 딱 느끼하지 않게 잘 골랐다. 그 세 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기도 하고."

    Q. 재지팩트 2집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던데, 요즘 음악 작업을 쉬고 있다니 큰일이다.
    "IAB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하루하루 바쁘게 산다. 군대도 가야하고 하니 더 '빡세게'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몰아서 하기엔 아쉬운 작업이 될까봐 템포를 천천히 하고 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안 나오기도 하고. 일단 작년에 앨범이 나왔고, 피처링도 간간히 했으니 그걸 들어 줬으면 한다."

    Q. 재지팩트 시절 빈지노 랩이 더 공감가고 좋았다는 팬들도 있던데. 왜일까.
    "일종의 플라시보(placebo) 같은 게 아닐까. 그런 말을 듣고 그렇게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지. 아, 근데 그런 건 있겠다. 예전엔 공감대를 중요시 했다. '이건 공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게 티가 나야 하는 시대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난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아티스트이고 싶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걸 팬들이 알아 줬으면 한다.

    어쨌든 플라시보 효과를 조심하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슨 게임이 재밌다 거나 영화가 재밌다 거나 할 때 나도 그 재미를 알아야할 것만 같은 게 있지 않나. 남들이 욕할 때 '맞아' 편하고. 그런 걸 지양하고 자기 기준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음악을 들을 때도 남이 뭐라고 하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고. 사실 그게 어렵다. 나도 그러니까."

     

    Q. 2017년 '힙합 릴레이' 첫 주인공이다. 올해 힙합씬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난 2년간 루키들이 많이 나놨다. 올해는 그들의 경쟁이 조금 더 치열해질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더 유명해지는 래퍼도 있을 거고, 사라지는 래퍼도 있을 거다. 루키들의 심화과정이랄까. 이거 진짜 재밌겠는데?"

    Q. 빈지노에게 힙합이란?
    "항상 표현 수단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내 음악이 마냥 힙합적이지만은 않다. 항상 뭔가 섞는 걸 좋아한다. 하이브리드 힙합 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하이브리드 비빔 힙합이 좋겠다. 아무튼 모든 문화가 고유의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힙합이 짱이야'라는 생각이 없다. 힙합이 아닐지언정 흥미로운 게 있으면 그걸 즐기고 싶다."

    Q. 어느덧 빈지노도 30대가 됐다.
    "2.0의 시대가 갔다. 이젠 3.0 버전인데, 계속해서 더 나은 버전이 되고 싶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으면 한다."

    Q. 현 시점에서 꿈과 목표는.
    "재지팩트 노래를 많이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제 조금 더 내 인생을 정리하면서 살고 싶다. 또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고, 건강하고 싶다. 빨리 군대 다녀와서 자유의 몸이 되고 싶기도."

    Q. 군입대를 앞둔 심정은. 정리해야할 게 많을 것 같은데.
    "마음의 준비는 오래 전에 됐다. 너무 오래 끌어온 이슈니까. 지금은 그걸 끝냈을 때 느낄 기쁨이 기대되기도 한다. 아직 정확한 입대 시기는 잘 모르겠다."

    Q. 뮤지션으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야망을 주든지, 아니면 야함을 주든지 영감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단 생각이다."

    Q. 지금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
    "주고 있다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차원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항상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한다."

    Q. 빈지노가 지목할 다음 래퍼는.
    "산체스를 지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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