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사르트르 첫 번째 철학서 <자아의 초월성>



책/학술

    사르트르 첫 번째 철학서 <자아의 초월성>

     

    <자아의 초월성=""> 사르트르의 첫 번째 철학 저작이다.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근본 질문에 대해 사르트르는 자아가 행위의 배후에 있는 모종의 주체가 아니라, 의식의 활동을 통일하는 초월적 대상이라고 논한다. 이러한 새로운 자아 개념은 자아의 본질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음을 함축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는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라는 사르트르 사상의 핵심 명제를 예견하고 있다.

    1933년, 사르트르는 후설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베를린에서 유학하는 동안 후설의 현상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독자적인 의식 이론을 펼친 결과가 곧 1936년에 출간된 사르트르의 첫 번째 철학서 <자아의 초월성="">(La transcendance de l’Ego)이다.
    "“모든 의식은 무엇에 '대한' 의식이다."라는 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제가 등장하는 이 책은 <존재와 무="">라는 현대 철학의 대작을 예비한다.

    근대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도정에서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토대를 사유 주체인 '나'에서 찾았다. '나는 생각한다(Cogito)'에서 출발한 데카르트 이래 철학의 화두였던 '나'는 세계 전체를 자기 자신으로 환원하고, 타자를 알 수 없는 것으로 기각할 위험을 늘 수반했다. <자아의 초월성="">은 이러한 주관적 관념론 또는 유아론을 비판하며 윤리적·정치적 실천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찾으려는 사르트르의 지향이 초기부터 일관적으로 견지되었음을 보여 준다. 독자는 사르트르의 문학, 정치 실천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자아의 초월성="">에 가장 정교하고 투명한 언어로 압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자아는 의식 속에 사는 '거주자'와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다. 자아는 의식의 모든 활동을 통일하는 초월적 대상이다. 우리의 모든 상태, 행위의 배후에 존재하는 자아란 허구이며, 자아는 오로지 반성을 통해서만 출현한다는 것이다. 나, 나의 의식, 나의 내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서양 전통과 결별하며 '내적 삶'에서의 해방을 추구하는 사르트르의 이 책에 대해 시몬 드 보부아르는 아래와 같이 평했다.

    "<자아의 초월성="">은 우리 모두를 심리적인 것, 자아, 유아론으로부터 탈출하게 한다. 유아론을 철폐함으로써 우리는 관념론의 덫을 피했고, 사르트르는 자신의 주장이 가진 도덕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실천 역량을 역설했다."

    <자아의 초월성="">의 1부는 칸트에서 시작한다. 칸트는 주지하듯 모든 표상들의 통일 원리로 작용하는 초월적 통각을 상정했다. 사르트르는 이러한 칸트의 해결이 '사실'의 차원까지 미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여기에서 후설의 현상학을 가져온다. "현상학은 '사실'에 관한 학이며, 현상학이 제기하는 문제들이란 '사실에 관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24쪽)

    이어 2부에서는 자아의 구성이 본격적으로 검토된다. 자아 또는 의식과 혼동되곤 하는 '상태', '행위', '성질' 등의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는 가운데 사르트르의 자아론이 개진된다. 자아는 모든 상태들, 행위들, 성질들의 통일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자체 초월적인 것이다. 그리고 "자아의 본질적인 기능은 실제로 이론적이라기보다는 실천적인 것이다."(127쪽)

    책 속으로

    대부분의 철학자들에게 자아는 의식의 "거주자"이다. (……)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자아가 형식적으로도 질료적으로도 의식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자아는 [의식의] 바깥에, '세계 안에' 있다. 타인의 자아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세계의 한 존재이다. ─ 17~18쪽

    그러나 만일 나가 초월적인 것이 된다면 그것은 세계의 모든 변화에 참여하게 된다. 나는 절대자가 아니고, 결코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으며, 다른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에포케가 작용하는 가운데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나가 더 이상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 순간부터 유아론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실제로 '나만이 절대자로서 존재한다.'라고 정식화하는 대신에, '절대적 의식만이 절대자로서 존재한다.'라는 자명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 133쪽

    우리는 지난 몇 세기 동안의 철학에서도 현상학만큼 현실적인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현상학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세계에 발 담그게 했고 그들의 모든 불안과 고통 그리고 분노의 무게마저도 돌려주었다. 불행히도 나가 절대적 의식의 구조로 남는 한, 현상학은 "도피적 교설"”이라고, 여전히 인간의 일부를 세계 밖으로 내몰며 그로 인해 참된 문제들을 외면한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 만일 자기를 세계와 엄격하게 동시적인 존재자로, 세계와 마찬가지의 본질적 특성들을 가지는 존재로 만든다면 이러한 비난들은 더 이상 정당하지 않을 것이다. ─ 134쪽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