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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책/학술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의 저자들은 경제를 소파에 눕혀놓고 경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심리를 분석한다. 24세의 나이에 체코 대통령의 경제 고문을 지낸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오스트리아 주간지 편집장 올리버 탄처와 함께 경제의 정신분석을 시도한다. 이들은 정신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신질환과 경제 사이에서 유사한 점이 있는지, 비교할 만한 행동 패턴과 치료 패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경제시스템이 아주 깊이 손상되고 병들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이런 정신장애 때문에 금융가와 경영가, 정치가들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중 경제를 조종해 경제시스템 자체를 뒤흔드는 주요 정신장애는 다음과 같다.

    현실인식장애: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대신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며 과장된 예언을 내놓는다. 스트레스나 시간 압박을 받는 경영자와 투자자는 미신에 빠지기 쉽고, 사기꾼의 거짓 예언에 현혹된 사람들은 포만 상태에서도 허기를 느끼며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한다.

    공포증: 두려움은 자본주의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감정이다. 건강, 위생, 보험, 식품, 자산, 테러 등에 관한 불안 사업은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미디어를 조종해 공포를 조절하는 황색언론인부터 투자자, 경제학자, 정치가, 테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불안 사업가’들의 힘은 막강하다.

    조울증: 경제는 호황기에도, 불황기에도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생각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며 스스로의 전능함을 믿는다. 문제가 생겨도 돌아보려 하지 않고 신중함을 잃은 채 과도한 소비를 일삼다 결국 빚더미에 나앉는다. 그러나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커진다. 경제가 저속 성장에 진입하면 패닉에 빠져 파산 위협을 느끼거나 희생양을 찾는 등 신경증적인 과잉 반응을 보인다.

    충동조절장애: 도박중독은 금융시장에 만연해 있다. 투자자들은 과감성과 모험성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부자가 되려는 욕망을 이루려고 한다. 자본주의는 오로지 받기만 하고 자신의 이익과 연결된 행위만 하는 도벽 성향을 보인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대가를 치르지 않고 노동, 상품, 자본을 차지한다.

    성격장애: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경쟁 사회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그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인간성, 이타주의, 건강한 이성보다는 이기주의, 잔인한 경쟁, 금전 숭배, 권력의지, 비양심을 주입받은 경영자들이 자본주의의 도구가 된다.

    저자들은 이런 정신장애를 분류하고, 원인을 찾는 데 신화를 이용한다. 프로이트와 융이 그랬듯, 신화는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고, 개인과 경제라는 특징을 통합하기에 적합하며, 현대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문제들과 유사하여 경제에 관한 많은 것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대결에서 나르시시즘과 사디즘적인 병증을 찾아내 관료주의적이고 공격적인 경쟁사회와 연관시킨다. 이 증상은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관리자를 양산해낸다. 제우스와 크로노스가 지배권 싸움을 벌일 때 티탄족은 판이 내지른 비명 때문에 다 잡은 승기를 제우스에게 넘겨주었다. 현대사회에서 ‘판의 비명’은 정보에 해당하며, 사회에 불안을 조장한다. 끔직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은 식품, 건강 등의 사업 전략의 하나로 이용된다.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 겁먹은 시민들은 약국으로 달려갔고,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저자들은 예언가 카산드라와 경제학자, 아프로디테와 인지부조화, 에리시크톤과 소비욕구를 연관 지어 분석한다.

    그중 자본주의의 비극을 핵심적으로 잘 드러내는 신화는 릴리스 이야기다. 히브리 구전에 따르면 릴리스는 아담의 첫 번째 아내이자 이브보다 먼저 창조된 최초의 여성이다. 아담과 평등했던 릴리스는 어느 날 아담 밑에 눕는 성교체위를 모멸과 억압으로 느껴 에덴동산을 뛰쳐나간다. 자유를 얻는 대신 그녀는 신으로부터 무서운 저주를 받게 되었다. 갓 태어난 아이의 피와 영혼을 먹고, 그 에너지로 매일 아기를 출산하고 죽이는 일을 되풀이한다. 릴리스 신화는 시장경제의 좋은 시작과 나쁜 결말을 보여준다. 릴리스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영원한 허기와 소비를 상징한다. 자유는 시장경제의 최고 원칙으로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었지만 또한 수많은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과도한 경제적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고, 왜곡된 시장경제에서는 미래의 자본을 담보로 현재의 부와 행복을 유지한다.

    그러나 저자들이 비판하는 것은 자본주의 그 자체가 아니다. 자본주의는 인류를 부유하게 만들고, 발전시킨다. 이기주의와 협동심 같은 다양한 힘이 균형을 유지하는 한, 성공적인 경제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과도한 경쟁의식과 공격성을 주입받아 심리적 결함을 갖게 되었고,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계속해서 진보하고 성장하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호황기를 건강한 상태라고 보지만, 이런 상태만을 유지한다면 결국에는 우리는 노동을 위한 노동을 하며, 원하지 않는 물건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생성과 소멸이 영원불변한 원리이듯이, 호황와 불황은 자연스러운 순환과정일 뿐이다. 삶을 파괴하는 성장 강박과 물신숭배로부터 벗어나 인간성, 이타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완벽한 체제가 아니다. 사회복지국가를 발명함으로써 공산주의에 대항하였듯이, 내적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심리적 문제점들을 분석함으로써 성장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책 속으로

    우리 시대의 좌우명은 굶주린 사람이 아니라 배부른 사람을 먹이는 것이다. 굶주린 사람을 음식으로 행복하게 하기는 쉽다. 그러나 배부른 사람을 먹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심리학이 동원되어야 한다. 광고, 영업, 마케팅. 광고란 결국 자극적인 방식으로 없는 허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더 확장해보면, 이는 경제위기 때 목격되는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부와 경제학자는 소비 감소를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지속적으로 소비를 늘리는 방법을 고안한다. 영원한 (소비) 허기의 신은 점점 막강해진다. “욕심 내세요.” “탐욕은 섹시하다.” 이런 노골적인 광고문구들이 버젓이 내걸린다. 채워진 허기, 충분한 소비, 과한 욕심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허기가 있을 때 허기를 달래는 산업이 아니라, 없는 허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산업을 고안해내고 확대한다.
    - 1부 ‘릴리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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