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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만 있고 메시지 없는 '반기문 정치'



국회/정당

    이미지만 있고 메시지 없는 '반기문 정치'

    희화화 된 이벤트 행보 …"무슨 메시지 주려는 건지 모르겠다"

    반기문 전 총장.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연일 '대권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최근 닷새 동안 영호남을 아우르는 일정을 소화하며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섰지만, 그의 복귀를 기다린 여권 내에서조차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실망스런 반응이다.

    ◇"정치교체" 앞세웠지만…이벤트식 광폭행보에 고개 '갸웃'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패권과 기득권은 안 된다"며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정치권과 선을 긋고 '새 인물'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국내 행보를 시작하며 가치와 비전을 밝히면 자연스럽게 이를 중심으로 한 연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오히려 그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인천공항 입국 당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지하철 승차권을 끊는데 지폐 2장을 겹쳐 넣으려 했다는 점도 구설수에 올랐다.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며 지하철 탑승 일정을 공개, '현장 마비 민폐' 논란이 인 데 이어,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과정에선 누워있는 환자에게 그대로 죽을 떠먹인 '무신경'이 지적됐다.

    이처럼 행보를 둘러싼 논란과 이어지는 해명 속에 정작 그가 꺼내놓는 메시지는 묻히고 있다는 평가다.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움직일 때마다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이미지 제고에 무게를 두면서 오히려 '낡은 정치 이미지' 안에 갇히게 됐다는 비판이다.

    한 여권 의원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기성 정치인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반 전 총장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청년들과 김치찌개를 먹고, 지하철에 타보고 하는 보여주기식 행보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메시지도 물음표…주특기 외교·안보 현안에도 특유의 모호한 태도

    반기문 전 총장. 윤창원기자/자료사진

     

    행보를 떠나 그가 내놓는 메시지 자체도 입길에 올랐다. 충청권의 맹주 김종필 전 총리도 반 전 총장에 대해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강하고 당당한 메시지의 일성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조금 아쉽다"고 평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메시지보다는 찬반 의사를 밝히는 선에서 신중론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 "합의가 소녀상 철거와 관련돼 있는지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만약 관련돼 있다면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과거 협상 당시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힌 점을 고려해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주변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만 했다. 주특기인 외교 안보 현안과 관련해 "자신이 가진 글로벌적인 부분과 경험을 국정에 좀 확실하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 귀국 하루 뒤인 13일 청년들과 함께한 김치찌개 오찬 자리에서 내놓은 발언들도 '반기문식 메시지'로 자주 거론된다.

    반 전 총장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어렵다는 목소리에 "보육 지원을 위해서는 국민조세 부담, 정부 예산 부담 등의 형평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청년 창업 문제를 두고도 "재정지원 등은 아마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언급만 반복했다.

    ◇돈 문제 언급하며 정당합류?…여권 내 실망기류 '역력'

    반기문 전 총장. 자료사진

     

    특히 반 전 총장이 16일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하다"며 기존 정당 합류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여권 내 실망 기류가 역력하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돈이 없다며 (정당 합류 관련) 말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 전 총장이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좋다고 말했던데 국내 브레인하고 얼마나 얘기한 가운데 나온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다른 대권주자들은 개혁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새 인물과 정치교체론을 구심점으로 한 여권 개혁의 기대가 '금전 발언'으로 희석됐다는 것이다.

    한편 캠프 구성원의 한계가 반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평했지만, 그를 돕는 '마포캠프' 구성원들 가운데 진보적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야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이명박 정권의 부활"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친이계가 반 전 총장을 고리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이라는 부정적 분석이 따라붙는 한 그의 행보에 힘이 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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