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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재산인 몸, 바로 우리가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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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의 재산인 몸, 바로 우리가 만듭니다"

    [코트의 숨은 조연] ② 트레이너

    오리온 이승현이 쓰러지자 트레이너들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KBL 제공)

     

    농구 코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오롯이 코트 위를 누비는 선수들, 그리고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주연으로만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조연들도 필요하다. 선수단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니저를 비롯해 선수들의 몸을 관리해주는 트레이너, 상대를 면밀하게 파악해주는 전력분석원, 그리고 외국인 선수의 손발 역할을 하는 통역까지. 농구 코트의 숨은 조연들에게도 잠시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보려 한다.[편집자주]

    경기 도중 선수가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 나가는 사람이 바로 트레이너다. 또 부상 후 재활 과정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람도 트레이너다. 비시즌 선수들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몸을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사람도 트레이너다. 슛 연습 때 공을 받아주는 역할은 보너스다.

    현재 프로농구 각 구단마다 2~4명씩으로 트레이너 팀을 꾸리고 있다. 트레이너팀이 있지만, 비시즌 기간 전문 트레이닝 회사에 외주를 맡기는 구단도 있다.

    트레이너의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의 몸을 책임진다.

    트레이너는 크게 세 가지 업무로 나뉜다. 체력 트레이너와 의무 트레이너, 그리고 재활 트레이너다. 말 그대로 체력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근력, 컨디션 유지 등을 담당하고, 의무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부상을 체크, 관리한다. 재활 트레이너는 진단 결과에 따라 보완 훈련을 진행한다.

    SK 한대식(47) 체력코치는 "체력, 재활, 의무로 나뉜다"면서 "가장 처음 움직이는 것은 의무 트레이너다. 의무 트레이너가 움직여서 선수 상태를 파악하고, 병원 진단 결과에 따라 재활 기간이 나오면 재활 트레이너가 체육관 복귀 전까지 운동을 한다. 이후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은 체력 트레이너"라고 설명했다.

    물론 팀 상황에 따라 업무를 겸하기도 한다. JDI 스포츠클리닉에서 오세근(KGC), 배구 김연경, 문성민, 유도 송대남 등의 재활을 책임졌던 오리온 우건영(34) 트레이너는 "재활이 전문이지만, 웨이트 트레이닝도 봐준다"고 말했다.

    크게 체력, 의무, 재활 세 분야로 나눠지지만, 실제 움직이는 것은 함께다.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소통은 필수다.

    우건영 트레이너는 "전체적으로 같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고, 한대식 코치는 "트레이너끼리 미팅을 많이 한다. 선수의 훈련 과정 등을 놓고 좋냐, 나쁘냐,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에 대한 토론을 하는데 많이 싸우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가면 안 된다. 서로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너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단순히 운동만 좋아한다고 트레이너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트레이너가 된 후에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 그만큼 기술이 계속 발달하기 때문이다.

    우건영 트레이너는 "대학 때 공부를 뭘 할지 고민하다가 운동을 좋아해서 대한운동사협회 자격증 연수를 들었다"면서 "이후 명지대 트레이너를 했고, 더 알고 싶어서 JDI 스포츠클리닉에 들어갔다. 배구 대표팀 트레이너도 했다가 오리온에 왔다"고 말했다.

    한대식 코치는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책이다. 또 유명한 체력 트레이너들의 영상도 보고, 세미나도 듣는다"면서 "선배들이 박사인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런 운동이 좋다, 요즘 트렌드가 어떻다 이야기해줘 도움이 된다. 또 미국 전지훈련을 가면 그동안 배고팠던 지식의 먹거리를 많이 산다"고 웃었다.

    선수들의 재활도 트레이너의 몫이다. JDI 스포츠 클리닉 시절 오세근의 재활을 맡았던 오리온 우건영 트레이너. (사진=우건영 트레이너 페이스북)

     

    선수들과 관계 유지도 중요하다. 한대식 코치의 경우 교육학을 배울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이 훈련을 왜 하는지 이해시키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

    우건영 트레이너는 "훈련을 안 하려 할 때 힘들어서 그런 건지, 하기 싫어서 그런 건지 잘 판단해야 한다. 너무 힘들면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좋아질 것이 없다. 계속 해야 하니까 하루 쉬고, 3~4일 더 열심히 해도 된다"면서 "선수에게 왜 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선수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바꿀 수도 있다. 조절해가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들이 가장 힘들 때는 역시 선수들의 부상 때다. 특히 어렵게 복귀하자마자 또 다치면 힘이 쭉 빠진다.

    한대식 코치는 "선수가 부상 후 복귀했는데 하루 뛰고 또 다칠 때다. 트레이너 막내는 어떤 선수 때문에 머리가 다 빠질 정도"라면서 "그럴 때면 질타를 받는 것은 트레이너다. '괜찮다고 했는데 왜 이러냐'고 한다. 선수도 미안해하고, 우리도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우건영 트레이너 역시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기쁠 때는 당연히 반대의 경우다. 부상을 털고 코트 위를 누빌 때, 또 한계가 있는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선수가 훈련을 통해 그 이상 발전하는 경우다.

    우건영 트레이너는 "내가 재활시킨 선수가 경기장에서 잘 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면 뿌듯하다"고 말했고, 한대식 코치는 "어떤 선수가 처음 들어왔을 때 남들이 5정도 선수라고 했는데 8까지 올려서 빛날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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