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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협상 문건을 없애려고 했나요?"



법조

    "위안부 협상 문건을 없애려고 했나요?"

    法 "보존기간 5년, 파기 가능성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출처=청와대)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을 보여주는 '한·일 국장급 협의' 문건의 보존기간이 5년에 불과해 파기될 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합의해놓고, 그 협상 과정마저 서둘러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통해 나타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가 "한·일 국장급 협의 문서를 공개하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다.

    법원은 "비공개로 제출된 이 사건 정보의 일부를 열람한 결과 원본의 보존기간이 5년으로 기재돼 있어 이후 재분류 심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서의 보존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번 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은 중요한 기록물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26조 1항은 '영구, 준영구, 30년, 10년, 5년, 3년, 1년'으로 보존기간을 구분하면서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나 지역사회의 역사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물 ▲다수 국민의 관심사항이 되는 주요 사건 또는 사고 및 재해 관련 기록물 ▲외국의 정부기관 혹은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 협상, 교류활동에 관한 주요 기록물 등이 영구 보존 대상이다.

    반면, 5년 보존 대상은 ▲기관을 유지하는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예산·회계 관련 기록물 ▲그밖에 3년 이상 5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록물 등이다.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한·일 국장급 협의 문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국가의 역사경험을 증명할 중요한 사료다. 외국 정부와의 협상 기록물에 해당할 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항이라는 점에서 영구적으로 보존돼야 한다.

    또한 중요한 외교문서는 30년이 경과하면 심의를 거쳐 일반에 공개된다. 1965년 한·일 협정 관련 문서들도 소송을 거치긴 했으나, 156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참여정부 때인 2005년 모두 공개됐다.

    이 모든 것은 외교부가 해당 문서들을 30년 이상 보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외교부가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상 문건에 대해서는 보존기간을 5년으로 정해놓은 만큼 영구 보존을 위한 재분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위안부 문제는 해방 후 70년이 지나서야 논의됐던 것이고,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개인의 성향이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보존·파기할 사항이 아니다"며 "이런 굴욕적인 외교가 이뤄지지 않도록 사례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위안부 협상 문서에 떳떳하지 못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보존기간을 5년으로 정해서 빨리 없애버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다"며 "외교부는 어떠한 근거에서 보존기간을 5년으로 정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가 소송지휘권을 가진 법원에조차 한·일 국장급 협의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양국이 1차 국장급 협의를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이듬해 12월 27일까지 모두 14차례 국장급 협의가 개최됐다. 이번 판결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비공개 협의 2건을 포함해서다.

    협상 책임자는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현 싱가포르 대사)과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국제협력국장(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국장의 후임)이었다.

    위안부 소녀상(자료사진)

     



    법원은 한·일 국장급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외교부의 처분이 적법한지 판단하기 위해 외교부 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외교부는 1~7차 협의와 비공개 협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가운데 '군의 관여', '강제연행'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내용만 발췌해 비공개로 제출했다.

    이에 법원이 비공개 협의 전문과 6~12차 협의 전문을 제출하라고 거듭 명령했지만, 외교부는 비공개 협의 전문과 6·7차 협의 전문만 제출했을 뿐 8~12차 협의 문서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일절 제출하지 않았다.

    윤 상임대표는 "8차 협의가 있었던 2015년 6월은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말한 시점이자 미국 정부가 압력을 넣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8차 국장급 협의 때부터 박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문서를) 파기하기 전에 심사를 한다. 한·일 청구권 협정 때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심사를 하면 영구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며 "위안부 국장급 협의도 영구 보존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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