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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연설문 뜯어보니…보수 후보 맞나?



정치 일반

    반기문 연설문 뜯어보니…보수 후보 맞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보수와 주파수 맞지 않을 수도…검증 넘어야

    지난달 31일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일성에는 지난 10년간 최고 국제기구의 수장을 맡으면서 얻은 경험과 경륜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환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과연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후보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인류의 평화와 인권보호, 가난한 나라의 개발, 기후변화 대처, 양성평등을 위해서 지난 10년간 열심히 일했다는 부분. 사무총장직 수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상관없는 주관적 판단이지만 향후 국내 활동도 과거 10년의 연장선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반 전 총장이 던진 의제는 진보 의제에 가깝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사무총장 재직 중에 성(性)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여러번 해 왔고 이로 인해 상도 받았다.

    ◇ 박 대통령 우회비판, 촛불민심 존중

    우리 사회를 '총체적 난관'으로 규정하면서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힘을 준 부분은 대권을 꿈꾸는 모두가 해야 하는 가치중립적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패권과 기득권 더 이상 안된다"고 한데서는 패권주의로 비판 받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뿐만 아니라 보수 기득권층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 연설에서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과 선긋기도 관찰된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도 손수 보고 느꼈다"는 부분이다. 그런가하면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폐습과 불의는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다"고 한 부분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진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부분도 주목해 볼만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는 부분에서는 청년들과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갖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배려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자신의 과거에 대한 셀프 칭찬을 통해서나마 드러난다. "어디를 가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그 사회의 지도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늘 촉구했다"는 것인데, 자신이 촉구했던 그런 지도자가 되겠다는 열의도 느껴긴다.

    대통령을 탄핵심판의 장에 끌어내린 촛불민심을 '광장의 민심'으로 표현하면서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결코 잊으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층이나 "이른바 '정통보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에 가까워 보인다.

    새누리당 정용기 원내수석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연설문 낭독 직후 패권과 기득권 배격을 강조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과거의 패권·계파 정치를 타파하고 새롭게 변화하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논평했지만 제 논에 물대기에 가까워 보인다.

    ◇ '검증' 파고 넘을까?…곳곳이 지뢰밭

    (사진공동취재단)

     

    반 전 총장이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한 지점에서는 자신이 위치할 지점이 여도 야도 아닌 제 3지대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정권교체를 통한 정치개혁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야권과 필연적으로 갈라서서 대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관찰된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나 성공 여부를 귀국 직후 읽은 15분 가량의 연설문을 통해 예단할 수는 결코 없다.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23만달러 수수설, 동생·조카 사기 혐의 피소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이 부분에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떠 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여기에 10년간 국내에 있지 않았고, 정치권 생리에도 밝지 못해서 발걸음을 내딛는 곳곳이 지뢰밭일 수 있다.

    반 전 총장 귀국 뒤에 여야 정당과 대선주자들이 온도차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검증 우선'을 내세운 것은 개인과 주변, 정치적 능력, 비전 제시 등 모든 면에서 말 그대로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윤관석 수석 대변인은 "당당하게 국민 검증대에 오르길 촉구한다"고 밝혔고, 국민의당 고연호 수석 대변인도 "철저한 검증으로 국민을 납득시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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