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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새해…‘물가‧소비‧내수’ 공포 대공습



경제 일반

    암울한 새해…‘물가‧소비‧내수’ 공포 대공습

    ‘물가급등→소비절벽→내수침체’…주부·직장인·상인, 불안감 증폭‧정부역할 주문

     

    정유(丁酉)년이 밝았지만 새해면 으레 따라붙는 수식어인 ‘희망찬’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해 한국경제가 빠졌던 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기는커녕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1000만 촛불이 만든 탄핵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속에 이념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며 극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금리인상, 사드 한반도 배치 후폭풍은 대외 경제 여건을 악화시키면서 한국경제를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에 따른 계란값 급등 등 신선식품 가격 급등과 식음료 업체들의 기습 가격인상으로 설을 앞두고 물가 비상이 걸렸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절벽이 더욱 가속화하고 장사가 안돼 내수는 더욱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불황인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부, 직장인, 상인들 모두 불안과 근심 속에 암울한 새해를 맞고 있다.

    #1. 1월5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장을 보러온 주부들의 쇼핑 카트는 단출했다. 진열대의 상품을 들었다 내려놨다 좀처럼 카트에 물건을 담지 못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알뜰 코너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살림이 좀 어떠냐는 질문에 주부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임문숙(47.여.송파구 방이동) 씨는 “계란도 그렇고 요즘 물가가 너무 뛰어서 도대체 사먹기가 겁난다”면서 “식탁에 반찬가짓수도 많이 줄여서 거의 ‘원 푸드’”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준희(57.여.송파구 문정동) 씨는 “오르는 걸 제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덜 먹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30개들이 한 판에 1만원을 돌파한 계란을 필두로 배추‧무 등은 평년보다 두배 이상 뛰었고 소‧돼지고기 등 농·축·수산물과 라면, 과자, 주류, 업소용 식용유까지 오르지 않은 것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물가까지 뛰자 소비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8년 전보다 낮았다.

    롯데마트에 파견돼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장정기(61.여) 씨는 “경기가 빨리 좋아져서 판매가 잘돼야 우리도 근무하는 데 지장이 없을텐데”라며 이마를 찌푸렸다.

    #2. 1월6일 점심 서울 무교동 음식점

     

    한 대기업의 팀장인 이모(49.남.관악구 청룡동) 씨는 오랜만에 동기, 후배들과 만났다. 지난 연말 못한 송년회를 대신한 신년회였지만 여러 사정상 점심으로 대체했다.

    이 씨는 “지난해도 경기가 워낙 안좋았는데 올해도 불투명하게 보는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돈을 쓰기가 자꾸 망설여지고 알지 못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닫게 된다”고 토로했다.

    맞은 편의 도모(44.남.성북구 길음동) 씨도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왔는데 송년회나 신년회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면서 “회식도 2차, 3차 가는 게 없고 1차로 끝내는데 다들 많이 불안한 것 같다”고 직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음식점 직원은 “지난 연말에는 평년보다 손님이 20~30%나 줄었다”면서 “새해에는 회복이 돼야 할텐데”라고 걱정했다.

    소득은 그대론데 물가는 뛰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상인은 울고 불황은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의 공포에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3. 1월8일 오후 국회 여야정협의체

     

    새해들어 여야 4당과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정협의체가 8일 처음으로 가동됐다. 가계부채와 AI 대응, 물가안정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연말 올해 예산 조기집행과 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제 심리를 회복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김영란법 부작용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여야정협의체에서 "대외 여건이 여전히 엄중하다"면서 "경제는 심리인데 올해도 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이사는 뾰족한 방책이 없다고 걱정했다. 주 이사는 “소비심리 진작을 위해 딱히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재정 투입 정도가 현재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인 것 같다”며너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민들은 속이 탄다. 대기업 차장인 김모(45.남.경기 고양시) 씨는 “직장인인 저나 살림하는 아내나 경제가 너무 안좋다는 걸 실감하고 있는데 정부는 특별하게 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기 엄마인 장윤경(37.송파구 방이동) 씨는 “국민들이 유리지갑처럼 세금을 내고 있는데 새 나가는 돈이 많지 않나”라며 “그것만 잡아도 국민들 삶이 좀더 나아질 것 같은데 정말 답답하고 불안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오는 10일 설 명절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 성수품 공급을 1.4배 확대하는 등 설 민생안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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