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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란 사지 마세요'…가격 '비싸고' 품질 '떨어지고'



경제정책

    '왕란 사지 마세요'…가격 '비싸고' 품질 '떨어지고'

    산란닭 2200만 마리 살처분 여파.. 농가 퇴역노계 마구 산란투입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주부 박지숙(45세)씨는 평소 동네 마트에서 중간 크기의 대란을 샀으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마트에 갈 때마다 대란이 동이 나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비싼 왕란을 구입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계란찜을 하기 위해 껍질을 깨보니 껍질 두께가 너무 얇은데다 흰자위도 쉽게 풀어져 놀랬다.

    박 씨는 “계란이 살짝만 건드렸는데도 쉽게 깨지고 흰자위가 탱탱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며 “이처럼 신선도가 떨어지는 계란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주부 박 씨가 구입한 왕란은 십중팔구 70주령 이상 늙은 노계(老鷄)가 낳은 계란일 확률이 높다.

    AI가 확산되고 산란 닭의 32%인 2245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생산량이 줄어들자 도축 직전의 늙은 닭까지도 계란 생산에 동원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계란이 시장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

    ◇ 산란 닭, 늙을수록 알 크기 커지고 껍질은 얇아져…신선도 유지 취약

    산란 닭은 부화 후 20주 정도 자라면 알을 낳기 시작해, 보통 80주령이 지나면 도축돼 통조림 등 가공용 재료로 처리된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산란 닭이 70주령이 넘어가면 산란율이 60% 이하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사료값도 나오지 않게 된다”며 “보통 80주령 전후로 바꾼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교체주기가 이번 AI 발생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산란계 농장들은 국내 계란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해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 개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 노계 도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90주령 이상 100주령 된 닭까지 알을 낳고 있다”며 “산란율이 떨어져도 워낙 (계란)값이 좋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6일 기준 왕란(68g 이상) 산지 출하가격은 1개에 217원으로 11월 평균 161원 보다 무려 35%나 급등했다.

    또한, 왕란 바로 아래 크기인 특란(60~68g)은 6일 기준 212원으로 11월 평균 155원에 비해 37% 인상됐다.

    문제는 70주령이 지나면 알을 낳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품질도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산란 닭은 오래될수록 알의 크기가 커지고 껍질이 얇아지게 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닭이 오래 살았다는 것은 그만큼 알을 많이 낳았다는 얘기로, 항문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닭이 사료를 통해 섭취하는 칼슘 양은 변하지 않는데 항문이 커지다 보니까 거기에 맞춰 알의 크기가 커지고 껍질은 얇아지게 된다”며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환우(換羽)…닭 사료공급 중단, 회춘시켜 알 생산 유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심지어 산란계 농장들은 70주령 이상 노계의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환우(換羽)’를 유도한다.

    환우는 조류가 털갈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젊어지는 일종의 ‘회춘’ 현상을 말한다. 농장에 들어오는 빛을 완전 차단하고, 사료를 일주일 정도 먹이지 않으면 늙은 닭에서 새로운 털이 나면서 산란율이 갑자기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동물복지단체 관계자는 “이런 환우 조치는 동물 학대에 해당 한다”며 “상당수 농장들이 계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종종 사용하고 있는데 계란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민간인 재산인 산란계의 도축 연한을 정할 수는 없다”며 “농장주인들이 환우조치를 통해 계란 생산을 늘리는 것에 대해 제재할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 AI 장기화…계란 품질저하 우려

    우리나라 산란계 농장들은 병아리를 한꺼번에 입식해 일정 기간 계란을 생산하다 산란율이 떨어지면 노계를 동시에 도축하는 올인 올아웃(All-in, All-out)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AI 발생 이전에 한 달 평균 400만 마리의 병아리가 입식되고 동시에 400만 마리의 노계가 도축됐다고 보면 된다.

    산란 닭의 생애를 평균 80주로 봤을 때, 부화돼서 알을 낳기 직전까지 1~20주령 닭과 20~40주령, 40~60주령, 60~80주령 닭이 각각 25%를 점유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AI 발생이 이어지게 되면, 병아리 입식에 차질이 빚어져 1~20주령 닭의 비율은 줄어들고, 60주령 이상 노계 비율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계란의 품질이 계속해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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