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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5N6에 쩔쩔매는 정부, '독한' 바이러스에 '엉뚱한' 처방



경제정책

    H5N6에 쩔쩔매는 정부, '독한' 바이러스에 '엉뚱한' 처방

    발생 초기 이동제한 조기해제, 사료·분변 차량 전국 활개

    AI 방역 모습 (사진=경주시 제공/자료사진)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난달 16일 첫 발생 이후 41일째인 27일까지 278개 농장이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고, 581개 농장에서 272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또한, 발생 지역도 전국 9개 시·도, 34개 시·군으로 퍼지며, 매일 역대 최악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나빠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긴급행동지침(SOP)이 기존의 H5N1형과 H5N8형 바이러스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번 H5N6형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역당국은 개정된 SOP 마저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AI 발생 초기, 방역대책 실패…이동제한 '조기 해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AI SOP)'을 개정했다. 2014년 발생했던 AI가 장장 669일 동안 3차에 걸쳐 전국을 강타하면서 기존의 SOP를 보완 강화했다.

    먼저, 개정된 SOP에 따르면 야생조류에서 AI가 검출될 경우 주변농장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야생조류 시료 채취 이후 AI 검사 양성 판정이 날 때까지 기간이 오래 걸릴 경우 주변 농장에 대한 이동제한 기간을 14일 이상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소독을 강화하고 사람과 차량에 의한 기계적 수평전파를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지난 10월 28일 충남 천안 풍세면 봉강천에서 야생조류 분변을 채취하고 11월 11일 최초의 양성 확정 판정이 날 때까지 14일이 소요됐으나 방역당국은 주변 10km이내 농장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11월 17일까지 단 6일 동안만 실시했다.

    이미, 중국과 홍콩에서 AI가 창궐하고 있었고 10월 1일부터 'AI 특별방역대책기간'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시료 채취부터 검사 확정까지 무려 14일 동안 미적거린데다 사후조치도 대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 독한 바이러스, 순한 처방…과거 AI 기준에 맞춰 방역

    또한, 개정된 SOP는 AI 증상 발현 날짜를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감염추정시기로부터 21일 전까지 역학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발생했던 H5N8형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나타났기 때문에, 충분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014년 당시 방역당국은 AI 발생 농장의 종사자와 출입 차량 등에 대해 GPS나 CCTV를 통해 경로 추적을 벌여, 발생 이전 21일 또는 발생 이후 21일 동안 만났거나 방문했던 사람과 농장에 대한 차단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AI는 바이러스 감염 이후 단 3일 만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정 SOP 자체가 무의미하게 됐다. 이렇다 보니, 방역당국도 사람과 차량에 대한 역학조사를 사실상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방역당국은 이미 10월 28일 채취한 봉강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일반 닭에 접종한 결과 3일 만에 폐사하는 등 과거 AI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긴장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살처분이다. 과거에는 AI가 발생하면 반경 500m이내 닭과 오리는 무조건 살처분하고 3km이내 농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번 AI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전파속도도 빠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500m이상 3km 이내 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원칙을 지키지 않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26일부터 뒤늦게 예방적 살처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SOP 강화, 오히려 후퇴…사료·분뇨 차량 이동규제 완화

    개정된 SOP는 방역조치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후퇴한 내용도 있다. AI 발생 위험도가 낮은 관리지역과 보호지역 내 사료공장에 대해선 환적장 없이 사료를 직접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AI 발생 농장 인근의 분뇨처리시설 수용능력이 초과됐을 경우 방역지역 외 다른 처리업체로 분뇨를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통상 사료차량과 분뇨차량이 여러 농장을 다니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환적장에서 다른 차량으로 옮기거나 이동을 제한해야 하지만 이런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더구나 방역당국은 2015년 9월에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지침을 개정한데 이어 지난 7월에 추가 보완하면서 매몰 후보지를 사전에 선정하고 침출수 수거량 등을 '국가동물방역 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했지만, 이번 AI 발생 이후 매몰지를 구하지 못해 매몰작업이 지연되는 등 SOP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 방역당국 고위 책임자 '방역 시스템 문제점' 인정

    방역당국도 AI SO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사실에 대해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박봉균 본부장은 "예전에 구제역과 H5N8형 AI에 대해 고생하다보니 여러 가지 방역에 대한 매뉴얼과 SOP가 각각의 질병과 상황에 맞게 세팅돼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따라서, "기본적으로 동일한 바이러스와 동일한 위험성이면 그런대로 잘 맞아서 수습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이번처럼 바이러스도 많이 나오고 전파속도와 전염성이 강하면 이에 맞는 설정이 필요하다"설명했다.

    그는 또, "결국에는 우리나라 SOP가 개별 대응이 아니라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도 같은 생각이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 간단회에서 "근본적으로 (국가) 방역체제가 몇 번 바뀌면서 가축질병도 4단계(관심, 주의, 경계, 심각)로 운영되고 있는데, 일본은 한 단계 조치로 끝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초기에 심각단계 발동하면 산업피해가 막대하다고 하지만 역학조사를 정확히 하기 위해선 4단계 시스템은 좀 고쳐야 될 것 같다"며 "2단계로 고쳐 나가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수 장관은 특히 "우리가 이번에 살처분이 지연되고 하는 이유가 당일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실제 작업에 종사하는 인력 부분에서의 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했던 것 같아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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