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건설노조 측 제공)
"사고나면 당신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아이들을 두드려 팬다"
현대건설이 대구 황금동 현대 힐스테이트 공사 현장에 세운 입간판 내용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건설노조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현대건설을 규탄하고 나섰다.
논란이 된 입간판은 2m 길이의 것으로 "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는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을 경우, 개인의 책임이라는 소지가 다분한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대상화하는 등 자극적인 표현도 담고 있다.
23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공식 성명을 통해 지탄하고 나섰다.
조합 측은 "죽고싶어서 일하는 사람은 없다. 입간판 내용은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건설노동자 노동에 예의를 갖추고 '망발'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다른 노동자에게 일하다 사망하면 저렇게 될 것이라고 쓸 수 있겠느냐"라며 "산재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다. 사고나면 안전수칙 지키지 않은 노동자 책임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일갈했다.
조합 측은 이어 입간판 속 다른 황당한 내용도 강하게 비난했다.
조합 측은 이어 "(현대건설은) 여성이 남성에 종속돼 있다고 여기며, 산재보상금을 써 없애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며 "건설노조엔 여성 조합원들도 있다. 그들 역시 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모가 흘린 땀방울의 소중함'을 후손에게 독려는 못할망정 노동자를 얕잡아보고, 철지난 (성차별) 인식을 설파하는 현대건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간판을 본 이들도 공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후배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충격받았다. 노동자 비하, 여성 혐오, 책임 방관…. 현대건설 제정신인가? 현장의 노동자 뿐 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비하하는 이런 문구를 만든 현대건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개돼지로 보지 않고서야"라고 일갈했다.
이화여대 공식 트위터에는 "현대건설은 자본으로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고 경고 문구에서 여성혐오까지 드러냅니까?"라는 글이 게재됐다.
트위터 이용자 '@kct****'도 "현대건설(의) 천박한 여성 인식. 노동자를 개돼지로 보는 XX 현대건설"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 표어들이 천편일률적이라 사내 관리자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구로 작성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바로 철거했다"고 23일 한겨레에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