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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기 난동' 유독 근절 안 되는 이유



사건/사고

    '국내 항공기 난동' 유독 근절 안 되는 이유

    '귀가조치' 등 솜방망이 처벌…현황관리 소홀

    만취한 남성이 기내에서 승무원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 사실은 미국 유명 팝가수의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항공기 안전운항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내 난동이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항공 당국의 '기내 난동' 근절의지도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술취한 남성이 난동을 벌인 사실이 미국 유명 팝가수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져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A(34) 씨는 계속 말을 걸었지만 대꾸하지 않자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승객 B(56)씨의 얼굴을 때리는가 하면 이를 저지하던 승무원 2명과 정비사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등 2시간 가량 소란을 피웠다. A 씨는 지난 9월에도 기내에서 난동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두바이행 항공편에서는 B 씨가 계속적인 와인 서비스를 거절하자 주방으로 직접 가서 와인병을 무단으로 가져가 음주를 시도하다 제지당하자 승무원을 위협한 사례도 있었다.

    승무원들이 제압을 시도하자 거세게 반항하는 모습이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같은 기내 난동은 국적항공기에서만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폭언 등 소란행위, 음주 후 위해 행위, 폭행 및 협박은 지난 2012년 30건, 2013년 46건, 2014년 66건, 지난해 57건, 그리고 올 상반기에만 32건이 발생했다.

    항공기 난동은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협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국토부는 2014년 말 이른바 땅콩 회항사건을 계기로 처벌규정을 강화한 '항공보안법'을 지난 1월부터 시행했다.

    폭언 등 소란행위, 음주나 약물 복용 후 위해를 가한 경우 벌금을 500만 원 이하에서 1000만 원 이하로 높였다.

    또 기장의 업무를 위계나 위력으로 방해하는 경우는 '벌금 500만 원 이하'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처럼 강화된 규정마저도 외국에 비해서는 처벌 수위가 낮다.

    미국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에 대해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위험한 무기가 사용된 경우는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부산에서 괌으로 가는 항공편에서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제지당하자 행패를 부린 40대 한국인 치과의사는 지난달 미국 법정에서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호주의 경우 승무원을 폭행, 협박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그러한 폭행과 협박이 승무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공항 등지에서 난동을 부린 자국인을 '비문명 행위자' 명단에 올리고 출국이나 은행대출 등에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처럼 처벌 수위가 약한데다 항공당국은 기내 난동자들이 어떤 처벌 받았는지는 따로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항공보안법에는 소란이나 폭행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항공사가 경찰에 신병을 인계를 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다만 "그 이후에 어떻게 처벌받는지는 사법기관이 판단할 몫이어서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현황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내 난동' 근절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사법기관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기내 난동이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항공대 황호원교수는 "국내 기내 난동사건이 외국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 범죄를 처벌하는 정도가 낮아 대부분 훈방으로 끝난다"고 밝혔다.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한 사법당국과 항공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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