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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김반장, '박근혜 너머'를 노래하다



문화 일반

    광장의 김반장, '박근혜 너머'를 노래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마을운동 아닌 옛마을운동"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 처벌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벌써 여덟 차례나 이어오고 있는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 현장은 말 그대로 해방구다.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도 하나인 거대한 외침이 울려 퍼지는 광장에서는 그간 한국 사회를 짓누르던 수많은 부조리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 자본가·권력가를 제외한 99% 절대다수임에도 핍박 받는 노동자·농민, 무한경쟁을 강권하는 사회에서 약자로서 혐오와 비하를 감내해야만 했던 여성·장애인·성소수자…. 시민들은 그렇게 이곳 광장에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더불어 살 수 있는 '박근혜 너머' 세상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6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촛불집회 등장한 그룹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공연도 이러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날 멤버들과 함께 광화문광장 무대에 오른 김반장은 "저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된 게 너무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무엇보다 요즘에는 조국이라는 말이 되게 생소한 말이 된 것 같은데, 제가 태어나서 사는 나라, 사는 동네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반장은 "제가 사는 곳이 좀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첫 곡 연주를 시작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가 여기에 모여/ 나라를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여/ 어기야 디기야 어기야 디기야 어기 여엉차/ 서울시민 힘을 모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가세/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서울시민 동네방네 다 모였네/ 모두 모두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세/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울지 말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덩실덩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미소 건네며 웃음 지으세/ (중략)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옛마을운동/ 그동안 잊혀졌던 그 모든 것을, 정신을 되살려 오늘에 되살려…"

    ◇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 처벌 촉구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반장과 윈디시티'가 추구하는 레게 음악은 '아리랑' '뱃노래'와 같은 우리 고유의 가락과 깊이 통하는 면이 있다. 이날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공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한히 흐를 수 있는 단순한 리듬 위에 자신의 처지와 주변 상황을 풍자하는 즉흥적인 가사를 얹어 놓는다는 점도 그렇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반장이 꽹과리를 들고 치는 모습이 전파를 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어진 곡은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흥겨운 리듬이 인상적인 '잔치레게'였다.

    "오늘밤 이곳에/ 비빔 풍악단이 왔네/ 흥겨 흥겨 흥겨운 음악을/ 삼태기로 전하러 왔네// 날이면 날이면 날마다/ 오는 풍악단이 아니랑께/ 걱정근심 뒤로 허고/ 이 순간 속에 살아계시게//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오늘밤 여기에 잔치가 나/ 잔치가 났네 잔치가 나…"

    노래를 마친 김반장은 "이번에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국민 대통합은 진짜 이뤄진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보면 너무나 참, 뭐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담합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저희들은 이 정부가 퇴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밥값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세금을 받고 서비스하시는 분들이 그 서비스를 너무 게을리하시니까. 자기 이익대로 서비스한다는 건 서비스가 아니잖아요. 그런면에서 우리가 서비스업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웃으시고요. 그래야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아~ 복 받아가요"라는 후렴구 사이 사이 메시지를 전한 세 번째 곡을 마친 김반장은 "저는 한국사람으로 태어나서 늘 무대에 서는 게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서 큰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어르신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는 마당에서 놀았는데, 이렇게 단상에 올라와서 (공연)하는 것이 항상 쑥스럽다"며 자신의 생각을 광장의 시민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면 무대 앞 시민들과) 같은 결에서 만나지를 못해서 아쉬워요. 저한테는 이것(무대와 객석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것)도 프레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로 문화라는 것을 영유하면서 살고 있는데,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땅의) 토박이로서 갖고 있는 '토박이 문화'를 잘 가꾸고 계승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것들이 다 없어지고 사라져서 저 같은 서울 사람은 고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응답하라 1988' 같은 것도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진짜 잘 사는 게 양적으로 이렇게 많이 왔으니까 질적으로 (어떤 것을 가져갈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 처벌 촉구 촛불집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및 참가 시민들이 세월호 탑승자를 의미하는 구명조끼를 입고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반장은 "저희가 외국 전체를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문화 선진국이라는 데 가서 보면 자기들 사는 것 소중하게 생각하고요, 자기 전통들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그런 것들을 등한시하고 소외시키면서 이렇게 온 것 같아요. 정치인을 뽑을 때도 얼굴 반반하고 어느 대학 나왔고 어느 지방 사람인지를 항상 보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인격이든 인덕이든 인간 됨됨이는 사실 내 자식도 잘 안 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됐어요."

    앞서 첫 곡에서 김반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옛마을운동"이라고 노래한 데도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까닭이리라. 김반장의 마지막 발언은 자연스레 마지막 노래 '모십니다'로 연결됐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수많은 세월을 돌고 돌고 돌고 돌아서/ 어떤 인연으로 우린 만나게 됐는지/ 그 누가 알 수가 있으랴만은/ 어쨌든 우리 여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어지러운 사바세계 여기 이곳에/ 부대끼고 상처주고 상처를 받고/ 너와 내가 그렇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오늘만은 우리 함께 만나렵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울고불고 세상에 나와 눈을 떠보니/ 당췌 알 수 없는 모습들 뿐이네/ 기왕 간 거 한평생 나는 무엇할란가 여기/ 그대들 앞에서 노래하며 모시렵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얼싸절싸 모십니다 모십니다/ 반가운 여러분 우리 음악으로 모십니다"

    김반장은 노래 말미 리듬이 계속 흐르는 가운데 무대를 내려와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광장을 누비며 다음과 같이 전한 뒤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엄마는 엄마답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각자 앉은 자리에서 역할을 잘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어요. 저는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아이가 없지만, 우리 조카가 제 나이가 됐을 때는 정말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동감하시죠?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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