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사진=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만 카드'를 이용한 대중국 압박이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하나의 중국' 정책의 재검토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중국의 아픈 곳을 한껏 찔렀다.
중국은 당장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날을 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트럼프의 막무가내 식 압박전술에 곤혹스러워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 트럼프 "우리가 그 정책(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 있어야 하나?"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면서도 "무역이나 다른 분야를 두고 중국과 합의를 도출해낼 수 없다면 우리가 그 정책에 얽매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통화조작과 관세, 남중국해 요새화가 미국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솔직히 북한에 관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는 핵무기가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우리를 전혀 돕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핵심 외교정책인 '하나의 중국' 정책을 남중국해 문제, 북핵 문제 등과 연계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반면 중국이 처음으로 반발했던 지난 2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서 "짧고 훌륭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에게 전화를 걸어오는데 받지 않는 건 무례한 일"이라며 중국의 속을 다시 한번 긁었다.
지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 회동 뒤 미국 정부에 의해 유지돼 오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 中 "엄중한 우려" 강한 반발, 트럼프 좌충우돌에 혼란 조짐도…'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중국 정부는 즉각 반응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더 나아가 "중미 관계의 건강한 발전과 양국 간 주요 분야의 협력은 실현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 1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를 관람온 한 중국 서포터즈가 중국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의 주권, 영토 완정(完整·완전하게 갖춤)에 관한 문제이자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원칙이 지켜져야만 양국간 관계발전의 정치적 기초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겅 대변인은 "이런 전제조건(하나의 중국 원칙)이 방해받거나 훼손될 경우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은 필연적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외교부 대변인은 강한 어조로 항의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발언에 있어서 절제하는 모양새를 여전히 유지했다.
트럼프가 차이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이래로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트럼프 당선 직후 왕양(汪洋)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워싱턴에 상무연합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정작 뉴욕을 들러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지 않는 등 중국은 트럼프 정권과의 접촉에 극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에 대해 '신중론'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노선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근저에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트럼프 캠프 내부의 친중 혹은 지중 인사 파악에 소홀히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가 트럼프 의중 파악에 어려워 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아직 트럼프에 대해 관망 중이며 최근 싱크탱크 등 학자들을 중심으로 미국으로 가서 미국 학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워싱턴과 뉴욕의 분위기를 알아보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 대사관과 접촉에 시큰둥하던 중국 고위 관리들까지 최근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적극적으로 접촉하려 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속내 파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하나의 중국' 정책 '대북 압박' 지렛대로 쓰나문제는 트럼프-차이잉원 전화통화로 불거진 대만 문제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남·북 관계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취임 뒤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대가로 중국에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압박해 나갈지는 현재로는 미지수다.
더 나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이려 하려는 시도가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발언이 실제 이어질 경우 중국이 대만 문제를 현상 유지하기 위해 남중국해,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 요구를 좀 더 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중국이 트럼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북한에 대해 덜 협조하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대중 강경노선이 지속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친한 테리 브랜스테드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중 미국대사로 지명한 것에 중국 측이 기대감을 표시한 것만 보더라도, 트럼프 정권 초반 치열하게 기선잡기 싸움 중인 미국과 중국이 어느 순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