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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극혐' 사진들 흡연율 낮출까



보건/의료

    '섬뜩·극혐' 사진들 흡연율 낮출까

    • 2016-12-11 12:16

    10종의 그림·문구 담뱃갑 앞뒤로 50% 이상 차지…"흡연경고그림, 장기적으로 효과 발휘할 것"

    앞으로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섬뜩하고 혐오스러운 사진들이 게재될 예정이어서 세계 3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얼마나 낮아질지 관심이 쏠린다.

    새롭게 도입되는 흡연경고그림(폐암)

     

    흡연경고그림은 지나치게 혐오스럽다는 지적에 반대의견도 많았지만, 보건당국이 13년간 노력한 끝에 오는 23일부터 처음 도입된다.

    경고그림 위치 등을 놓고 담배업계와 씨름한 정부는 해외와 비교하면 그렇게 혐오스럽지 않다고 주장한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흡연경고그림은 23일 이후 담배공장에서 반출(담배공장에서 재고 집합처로 나가는 단계)되는 담배부터 겉면에 삽입해야 한다.

    담배 유통 과정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자들이 새로운 담뱃갑을 확인하는 시점은 내년 1월 말이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2015년 19세 이상 성인남성 흡연율은 39.3%고 이는 OECD 34개 회원국 기준으로 볼 때 그리스, 터키에 이어 3위다.

    ◇ 적나라한 구강암·얼굴 없는 가족사진들 '끔찍'

    담뱃갑 경고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비가격 금연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분류된다.

    2001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도입된 후 101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담배 포장 앞뒷면의 65%를 건강경고 문구나 그림으로 포장하도록 하는 의무지침을 공포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흡연경고그림(후두암)

     

    우리나라의 흡연경고그림 도입 논의는 2002년부터 진행됐지만, 번번이 국회 본회의 안건에도 올라가지 못하다가 지난 6월 가까스로 도입이 확정됐다.

    흡연경고그림은 크게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질병 부위(병변)의 사진 5종과 간접흡연, 조기 사망, 피부노화, 임산부 흡연, 성기능장애 등을 주제로 한 이미지 5종으로 분류된다.

    흡연경고그림은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를 넘는 크기로 부착된다.

    경고그림 아래에 부착되는 경고 문구 크기까지 고려하면 담뱃갑 앞뒷면의 절반이 흡연경고그림과 문구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경고문구는 질병 사진 밑에는 '○○(해당 질병명)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가 들어가고 흡연경고 이미지에는 각기 다른 경고문이 삽입된다. 또 금연상담전화번호(☎1544-9030)도 함께 기재된다.

    간접흡연 이미지에는 '부모의 흡연은 자녀의 건강을 해칩니다', 임산부 흡연 이미지에는 '임신 중 흡연은 유산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됩니다'라는 문구 등이 있다.

    흡연경고그림은 담뱃갑 뒷면에도 동일하게 삽입된다. 단, 모든 이미지에 동일하게 '담배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라는 문장이 들어간다.

    새롭게 도입되는 흡연경고그림(간접흡연)

     

    새롭게 도입되는 흡연경고그림(성기능장애)

     

    경고그림과 문구는 일반 궐련뿐만 아니라 전자담배, 씹는 담배, 물담배, 머금는 담배 등의 포장지에도 삽입된다.

    씹는 담배·머금는 담배, 물담배에는 각각 구강암과 폐암 병변 사진을 담은 경고그림과 함께 '씹는 담배(머금는 담배·물담배)는 니코틴 중독을 일으킵니다'라는 경고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경고그림은 24개월 주기로 교체되는데 복지부 장관은 변경 6개월 전에 담뱃갑에 표시될 그림 10개 이하를 고시해야 한다.

    ◇ 경고그림 넣자 흡연율 평균 4.2%p 감소…"장기적 효과 커"

    흡연경고그림을 도입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흡연율 감소 효과는 강력하다.

    성인 흡연율 감소에도 도움이 되지만 담배에 처음으로 손을 대는 청소년들이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만드는 예방 효과도 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국가 18곳의 흡연율은 경고그림 도입 전후로 평균 4.2%p 감소했다.

    가장 감소 폭이 큰 나라는 브라질(14.8%p)로 경고그림 도입(2002년) 전인 2000년에 15세 이상 흡연율은 35.4%에 달했지만 2008년에는 21.6%로 줄었다. 브라질 이외에도 캐나다(-7.8%p), 벨기에(6.4%p), 노르웨이(-6%p)의 흡연율 감소 폭도 컸다.

     

    복지부는 우리라나 청소년 흡연율이 7.8%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흡연경고그림이 청소년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의 경우 흡연경고그림 도입 후 청소년 흡연율이 2001년 22.5%에서 2006년 16%로 연간 1%p씩 떨어졌다.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로 유명한 호주는 비흡연 청소년의 약 3분의 2 이상이 경고그림이 흡연예방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복지부는 흡연경고그림이 담뱃값 인상에 이어 흡연율 감소에 또 하나의 효과적인 '충격요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율은 금연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금연정책을 정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흡연율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흡연경고그림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작을 수 있지만, 흡연에 대한 호기심을 차단하고 담배회사의 마케팅 공간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영향력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부연구위원은 "한 번 가격을 인상하고 끝내는 가격정책과 달리 흡연경고그림은 24개월마다 새로운 그림으로 바꾸기 때문에 흡연에 대한 사회적 경고를 주기적으로 환기할 수 있다"며 "신규 흡연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담배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을 바꾼다는 차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담배가격 인상은 가격이 10% 오르면 흡연율이 4%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지만, 금연경고그림에 대한 정확한 통계적 분석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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