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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놔준 투수의 흑역사, 그런 삼성이 잡은 우규민



야구

    삼성이 놔준 투수의 흑역사, 그런 삼성이 잡은 우규민

    '7년 만의 투수 영입이야' LG에서 FA로 풀린 사이드암 우규민(오른쪽)이 5일 삼성과 4년 65억 원 계약을 맺은 뒤 김동환 삼성 구단 대표와 악수를 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최근 프로야구에서 삼성 출신 FA(자유계약선수) 투수들의 성공 사례는 드물었다. 물론 전체 투수 FA를 봐도 성공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으나 유독 삼성 출신이 더 낮았다.

    해서 야구계에서는 '삼성이 놓아준 투수라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해당 투수의 몸 상태나 구위를 잘 아는 만큼 삼성이 FA 협상에서 크게 베팅을 하지 않았던 데는 까닭이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에서 FA로 풀린 투수들은 적잖다. 이들 중 장원삼, 윤성환, 안지만 등이 남았고, 사자 군단을 떠난 투수들도 있었다. '투수 왕국' 삼성이었던 만큼 기대감이 컸지만 썩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정현욱(은퇴)과 배영수, 권혁(이상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삼성이 투수 FA를 잡았다. 삼성은 5일 LG에서 FA로 풀린 사이드암 우규민(31)과 4년 65억 원에 계약했다. 삼성이 트레이드 등이 아니라 순수하게 외부 투수를 영입한 것은 2009시즌 뒤 장원삼 이후 7년 만이다.

    과연 삼성은 어떤 이유로 우규민을 붙잡았을까. 또 우규민이 이전 삼성이 놓아줬던 투수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인가는 내년 이후 야구 팬들의 또 다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삼성 출신 FA 투수, 모두 부상에 신음

    삼성 불펜 핵심으로 활약했던 정현욱은 2012시즌 뒤 LG와 4년 28억6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적 첫 시즌 54경기 2승5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ERA) 3.78로 활약하며 11년 만의 LG 가을야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현욱은 이듬해 25경기 32이닝 남짓 투구에 그쳤다. 부상으로 2015시즌을 쉰 정현욱은 올해 17경기 21이닝 ERA 7.29를 기록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야구는 물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민 노예'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헌신적인 투구를 펼친 후유증이 컸다.

    '푸른 피의 에이스'였던 배영수도 마찬가지. 2000년 삼성에 입단, 7번의 우승을 경험하는 등 15년 뛰었던 배영수는 2014시즌 뒤 한화와 21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배영수는 2년 계약을 제시한 삼성에 다소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같은 33살인 윤성환에게는 4년 80억 원을 안긴 것과 대조적이었다.

    삼성에서 FA로 풀려 이적해 LG에서 은퇴한 정현욱(왼쪽부터)과 한화로 둥지를 옮긴 배영수, 권혁.(자료사진=LG, 한화)

     

    배영수는 계약 첫 시즌인 지난해 4승11패 ERA 7.04를 기록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협상 당시 삼성 관계자는 "배영수는 수술 전력이 있는 데다 최근 피안타율 등 구위가 떨어지는 양상이었다"면서 "그래도 예전 에이스였기에 2년+@ 계약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혁은 조금 다른 경우다. 삼성을 떠난 이후에도 나름 활약했지만 혹사에 시달려 결국 수술대에 오른 케이스다. 2002년 삼성 입단 뒤 역시 7번의 우승을 경험한 권혁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아 2014시즌 뒤 한화와 4년 32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적 첫 시즌인 지난해 권혁은 무려 78경기 112이닝을 소화했다. 9승17세이브 6홀드를 올렸으나 13패를 안았고, ERA는 4.98로 주전급이 된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도 66경기 95⅓이닝을 던져 6승2패 3세이브 13홀드 ERA 3.87을 기록한 권혁은 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우규민, 삼성의 안목을 입증할 것인가

    투수라고 해도 삼성은 잡을 FA는 확실히 잡았다. 활약이 괜찮았다. 2013시즌 뒤 당시 투수 최고액인 4년 60억 원에 계약한 장원삼과 2014시즌 뒤 4년 80억, 65억 원에 사인한 윤성환과 안지만이다.

    장원삼은 비록 올해 난타를 당했지만 2014년 11승, 지난해 10승을 거뒀다. 윤성환도 지난해 17승에 이어 올해 도박 혐의 악재에도 11승을 수확했다. 안지만도 지난해 역대 한 시즌 최다 37홀드를 찍었는데 다만 올해는 도박 스캔들로 31경기 만에 시즌을 접었다. 삼성이 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삼성이 잡은 FA 투수가 우규민이다. 사실 우규민은 올해 주춤했다. 28경기 등판, 6승11패 ERA가 4.91이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등 32승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전 행보로 본다면 삼성이 우규민을 잡은 것은 의외일 수 있는 부분이다.

    우규민은 가장 큰 구장인 잠실을 떠나 내년부터는 규모가 작은 라이온즈 파크를 홈으로 쓰게 된다. 과연 땅볼 피처의 진가가 발휘될지 관심이다.(자료사진=LG)

     

    하지만 삼성은 우규민의 부진을 일시적인 것으로 봤다. 삼성 관계자는 "우규민은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폼이 부드러워 부상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진은 삼성전 완봉승의 후유증과 볼넷에 대한 강박증 등 심리적인 부분이지 몸 상태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삼성 홈 구장과 궁합도 영입의 한 이유다. 구단 관계자는 "우규민은 KBO 리그에서는 드문 땅볼 유도형 투수"라면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 적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개장한 라이온즈파크는 팔각형 구조로 좌중, 혹은 우중간의 어지간한 타구가 넘어간다. 투수의 땅볼 유도가 필수적인 구장이다.

    물론 현 FA 시장의 상황이 우규민 영입의 가장 큰 이유다. 삼성 관계자는 "사실 올해가 아니면 투수 보강이 어렵다"면서 "최소 2년 정도는 FA가 없기 때문에 선발진 구축의 마지막 기회라 여겨 우규민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내년 FA 투수는 윤규진, 안영명(이상 한화)에 내후년은 장원준(두산) 정도다.

    삼성이 놔준 투수들과 삼성이 붙든 투수들의 운명. 과연 우규민이 FA 투수를 골라내는 삼성의 예리한 안목을 입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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