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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장편소설 '없는 사람'



책/학술

    최정화 장편소설 '없는 사람'

    장은진 장편소설 '날짜 없음', 정길연 소설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 등

     

    최정화의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실제 2009년에 벌어졌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을 배경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물도, 전기도, 음식도 없이 77일 동안 감금당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에 갇혀 지낸 악몽 같은 삶의 기록. 그런 힘없는 자들의 삶을 깡그리 무너뜨리기 위해 그 안에 위장 고용된 밀고자들의 세계가 그려진다. 이미 체념 속에 스며들어 묻혀버린 이 작고 힘없는 자들의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공간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망각하고, 잊혔던 그곳에서의 사건들로 인해 다시 선과 악, 정의와 부정, 옳고 그름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만의 싸움이 현재로 복원되어 우리의 싸움으로 이야기되고, 전이되고 확대되는 순간, 과거는 거짓을 토해내고 진실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일터에서, 광장에서, 또 보이지 않는 어느 외진 곳에서 세상과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께 이 글이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농성장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의 출간이 그들에게 아주 잠깐이라도 힘이 되는 소식이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말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40쪽 |1만3000원

     

    장은진 장편소설 <날짜 없음="">은 긴 겨울이 계속되는 기이한 재난을 배경으로, 모두가 떠나 버린 텅 빈 도시에서 살아가는 연인의 하루를 다채로운 감정과 대화 들로 채워 넣은 장은진식 고립형 재난 로맨스다.

    장은진이 주목하는 이들은 떠나지 않고 남은 자들, ‘하지 않을 것’을 택한 사람들이다. 추위와 공포를 무릅쓰고 도시를 탈출하면 더 나은 곳에 도착할지도 모른다거나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들에겐 지금 하고 있는 연애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이 젊은 연인의 태도는 우리 세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지니는 태도 혹은 가치관에 대한 거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연인이다. 아직 해 보지 않은 것, 나누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떠나지 않은 그들은 확신한다. 여기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떠난 연인이 있다면 그들은 "서로에게 들려줄 새로운 이야기가 없"어서일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절대로 따라가지 말아요." 거듭 약속하는 연인의 결심은 단호하다. 끝나지 않는 폭설 속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그들에게는 보장된 미래가 없다. 이곳을 떠난다면 더 나은 곳을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미래 없음'과 '확신 없음' 사이에서 그들은 '떠날 이유 없음', 함께 남을 것을 택한다. 그들은 하루를 1년처럼 생생히 감각하고 기억하며 보내려 애쓴다. 컨테이너 박스 바깥은 회색 눈에 뒤덮인 무채색의 세상, 영하의 온도에 얼어붙은 무감각의 세상이다. 그러나 연인이 대피한 컨테이너 박스 안은 그들이 나누는 설렘과 질투, 신뢰와 다툼 같은 다양한 색채를 띤 감정과 서로를 더 깊이 껴안으려는 감각 들로 채워져 있다. 마지막까지 함께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은 이들. 소설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하루'를 고민하는 연인의 밀고 당기는 하루를 보여 준다.

    책 속으로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우리는 해 본 것보다 해 보지 않은 게 많았다. 우리가 만났을 때 세계는 이미 눈에 덮여 있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함께 자전거를 탄다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 하루종인 침묵으로 걸어도 전혀 심심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사이였지만 우리는 말없이 길고 곧게 뻗은 산책로를 걸어 본 적이 없었다. 길은 어디로도 가지 못하도록 사방이 막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보냈다.
    -197쪽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68쪽 |1만3000원

     

    정길연 소설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는 피할 수 없는 상처를 안은 두 남녀가 운명적으로 만나 서로의 아픔을 딛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포토에세이스트의 본업을 접고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 '나무물고기'를 운영하는 은탁. 오래전 자신이 짝사랑했던 '성당 누나' 소정의 자살 이후 집을 떠났던 그는, 몇 해 전 자신을 짝사랑했던 혜란이 그를 배웅하고 돌아가던 길에 자동차 사고로 즉사하자 그 죄책감으로 더 이상 공항로를 지날 수 없게 된다. 고향인 부령으로 돌아온 그는 과거를 잊기 위해 매일 방파제를 달린다. 한편 뉴욕에 머물던 린은 스물두 번째 생일에 생모가 따로 있다는 아버지의 이메일을 받은 데 이어 다음 날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듣고 급히 귀국한다. 장례를 치른 후 린은 화가인 어머니가 그린 생모의 누드화와 양귀비꽃빛 머플러를 손에 넣게 되자 생모의 연고지인 부령으로 향한다. 은탁은 린의 강렬한 출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토록 잊고자 했던 과거를 복기하게 되고, 린은 은탁을 통해 미지의 과거라는 퍼즐을 맞추느라 나무물고기를 떠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린과 은탁은 생의 반복과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게 되는데……

    작가는 이 소설이 "망각과 복원, 기억의 소멸과 기억의 재구성에 관한 이야기"이며, '잊거나 잊히는 일에 절박한 사람들이 그 어디쯤에서 마주치게 된다'고 말한다.

    정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40쪽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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