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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접촉: 스킨십의 심리와 의학적 효능'



책/학술

    신간 '접촉: 스킨십의 심리와 의학적 효능'

     

    '접촉 : 스킨십의 심리와 의학적 효능'은 독일의 의사 베르너 바르텐스가 촉각의 탄생부터 사회적 역할, 의학적 기능 등 접촉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의료현장에서 터득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사례를 토대로 접촉이 우리 삶에 주는 이익을 심리·의학·진화론적 맥락에서 설명한다. 아울러 스포츠와 의료, IT 영역으로 파고드는 접촉 산업의 현주소를 조망한다.

    ‘접촉하다’라는 단어는 여러 나라 언어에서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이 말은 직접적으로 만지는 행위를 이른다. 손을 잡고, 끌어안고, 부드러운 이불 속으로 들어가 기분 좋은 촉감을 체험하는 것. 동시에 이 단어는 어떤 느낌이나 상황에 압도당하는 순간, 그러니까 감정적·심리적인 상태를 은유한다. 그런데 속속 드러나는 신경과학과 의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육체적 접촉과 정신적 접촉 간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행복한 풍경을 볼 때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연인과 키스할 때 더 왕성하게 뿜어져 나온다. 속상한 상황과 마주할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낮선 누군가가 갑자기 내 몸을 만질 때도 똑같이 분출된다. 뇌가 정신적 접촉과 육체적 접촉을 비슷한 자극으로 간주하고, 동일한 신경 통로를 통해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정신적 접촉’은 비유가 아니라 직유인 셈이다. 나아가 뇌과학은 신체 접촉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적·육체적 상태를 고양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거듭 증명해내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촉의 실제적 가치와 치유 효과를 강조한다. 1970~1980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던 때였다. 막강한 의료 개입으로 사람의 손길 없이 조산아들을 돌볼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이 갖춰지고, 병원 인큐베이터에는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붙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진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물론 예외가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조산의 위험으로부터 멋지게 회복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사들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병원의 추적조사 끝에 몇몇 야간 간호사들이 규정을 위반하고 우는 아기들을 팔로 안아 달래며 쓰다듬어 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조산아용 집중치료실은 부모가 원하면 어제든 아기를 안고 쓰다듬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21세기 과학자와 의사들은 신생아에게 부모의 손길이야말로 그 어떤 의료적 처치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최근 버지니아 대학교 제임스 코언 교수는 사람들이 손을 잡는 이유와 이 단순한 행동이 지닌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유익을 뇌 스캐너를 통해 상세하게 밝혀냈다. 여러 차례의 연구에서 코언은 손을 잡는 행동이 주관적인 공포감을 현격하게 낮추고 혈압을 비롯한 신체 기능에도 탁월한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맥락에서 실시한 다른 실험결과, 파트너로부터 애정 어린 접촉을 받지 못하는 남성은 대조군에 비해 스트레스의 생물학적 흔적이 쉬이 사라지지 않으며 심장장애와 심근경색, 각종 암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접촉이 생명체의 생장을 돕고, 수명까지 연장시킨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 심지어 바퀴벌레조차 접촉이 결여되면 발달장애가 오고 난세포를 만들지 못하는 등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안타까운 건 접촉에 대한 현대인의 모순적인 태도다. 청결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하면서 우리는 타인과의 스스럼없는 접촉을 꺼리게 됐다. 그런 한편으로 호의적 접촉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커진다. 세계 각국의 설문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바, 현대인의 절반은 접촉 결핍을 강하게 호소한다.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태생적으로 인간은 접촉을 통해 치유와 안녕을 얻도록 설계된 피조물이므로.

    이러한 틈새를 파고든 것이 이른바 접촉 산업이다. 현재 독일 웰니스 산업규모는 연간 700억 유로(87조 5천억 원가량)에 이르고 심신치료와 마사지, 커들 파티 등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성황을 이룬다. 이게 다가 아니다. 촉각의 파워는 21세기 IT 산업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으니 엄지와 검지의 마술 같은 연동을 이용해 새로운 세상을 활짝 열어젖힌 아이폰이 그 선두주자다.

    저자 바르텐스는 최신의 학문적 인식들을 토대로 접촉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특유의 쉽고 명랑한 문장으로 접촉의 기원과 효능, 접촉 산업의 현재와 미래까지 전망하는 이 베스트셀러 작가는 스위스 여성 학자의 말을 빌려 독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한다. “지금 당장, 두 팔로 파트너를 안으세요. 그러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책 속으로

    “침과 땀, 정액, 체취는 가장 강하게 메스꺼움을 일으키는 물질에 속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섹스를 즐길 수 있는가라는 매혹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몸이 땀으로 끈적끈적해지고, 축축한 체액을 교환하고, 서로 만지며 키스하고 쓰다듬는 것은 성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169쪽

    파트너끼리 자주 키스를 하고 애정 행위를 했을 때 타액의 코르티솔 농도가 감소했다. 이는 직업에서 생긴 문제와 불만을 하소연했던 커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연구자들은 “성적인 행위의 교환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생기는 코르티솔 상승을 완화시킬 수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행복한 파트너 관계는 매우 건강한 것으로,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막아주는 최고의 보호장치다.” -174쪽

    반면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손님과 가볍게 접촉할 경우, 팁의 액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저 가까움과 아늑한 느낌을 전달하는 접촉이면 된다. 접촉을 받은 손님들은 기분이 고양되고 유쾌해지며 들뜬 기분이 들어 대범해진다. -248쪽

    의학적 치료에서든, 소아과와 연애관계, 우정 및 가정에서의 심리적·신경학적 문제에서든, 접촉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노동 분야뿐 아니라 여가와 스포츠 분야에서도 접촉의 유익한 효과에 대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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