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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언론도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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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언론도 공범"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언론, 진실 보도 약속·박근혜 퇴진 촉구

    31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가 주최한 '대통령은 사퇴를! 언론은 진실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취재하고 보도하라! 그래야 언론이다"
    "방송 MBC와 KBS에 '기레기'만 있나?"
    "사상 초유 '바지 대통령' 사태, 공영방송 MBC와 KBS는 무엇을 하는가"
    "이명박근혜 정부에 길들여진 '기레기'는 각성해라"
    "정권에 아부·침묵했던 언론도 박근혜 국정파탄 게이트 공범"

    31일 오전 11시 20분, 광화문 광장에 신랄한 문구의 피켓이 대거 등장했다. 정국을 뒤흔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외면하고 침묵해 온 언론을 겨냥한 말들이었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2개 단체)가 주최한 '대통령은 사퇴를! 언론은 진실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뿐 아니라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단체가 모두 참여해 '언론의 진실 보도' 및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한목소리를 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최순실이 국정농단한 것, 누가 그렇게 하도록 했나.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준 숭고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맘대로 처분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자격이 없다.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언론이 똑바로 됐더라면 이런 일들이 생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KBS, MBC 이른바 공영언론은 다른 매체에서 '최순실'에 대해 보도할 때도 꼼짝도 하지 않고 해명성 기사 몇 개만 늘어놓고 대통령이 사과한다니 그제야 부랴부랴 (보도)했다"며 "언론은 이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자들이다.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노동자 여러분, 우리는 침묵을 향한 경쟁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서 역사를 바로세워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부여받은 성스러운 사명이다. 끝까지 진실보도를 위해 함께 싸우자"고 당부했다.

    ◇ KBS·MBC·SBS·YTN노조, "죄송하다" "다시 태어나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다뤄왔던 방송사 구성원들의 '자성'과 '다짐'도 들을 수 있었다.

    기자들의 '보도 요구'를 한 달여간 무시하다가 지난 26일에야 TF팀을 만들어 대응 중인 KBS에서는 "죄송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며 (보도책임자들이 보도 요구를 무시해도) 저희가 더 발제하고 싸웠어야 했다. 자기검열에 빠졌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저희는 (KBS)기자협회와 함께 보도본부장·보도국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꿈쩍 없다. 책임져야 될 보도본부장과 국장이 지난 주말 내내 뉴스를 주도하고 있다. 고대영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번이 국민께 마지막으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로 알고 끝까지 싸우겠다. 열심히 싸우겠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정이 나쁜 것은 KBS뿐만이 아니다. 그간 정권비판적인 보도에 몸사리는 모습으로 비판받아 온 MBC는 지난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취재진이 철수하기까지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엊그제 (MBC 기자들이) 촛불집회 쫓겨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MBC 기자, MBC 취재 카메라 맞다"면서도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파업 이후 MBC에 알 수 없는 이력의 기자들, PD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MBC가) 신입 안 뽑은지 3, 4년째다. 그 자리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 공정방송 주장하는 사람들은 해고됐다. 변호사 수, 소송비용 상관없으니 얼마든지 소송하라고 해, 하는 게 MBC의 현실이다. PD들은 스케이트장 관리하고 MD하고 있다. 아나운서는 10명이 나갔다. 방송을 안 시킨다. 그래놓고 공정방송하자고 하면 그건 회사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말하면 전보시키고 정직 먹이고 그 소송이 대법원까지 간다. (…) 강한 언론이 강한 정권을 만드는 것이다. 언론을 이렇게 두면 그 해악이 박근혜 정권에게 가고, 그대로 그 피해를 국민이 받는다. MBC노조(언론노조 MBC본부)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 내부에서 (방송을) 제대로 돌리라고 열심히 부르짖고 있다. MBC에 더 관심 가져 달라"

    (사진=황진환 기자)

     

    언론노조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 역시 "저희는 공범이었다. 대통령이 뭐라고 하면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그게 사실인 줄 알고 열심히 받아쓰고 방송했다. 사실은 최씨 일가가 뒤에서 무당춤을 추며 조종하는 거대한 인형극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게 사실보도인가. 지금까지 우린 연극을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라고 자조했다.

    윤 본부장은 "회사 정치권력은 청와대에 밉보이면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놀리로 내부 기자들을 끊임없이 겁박해 왔다. 기자들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번만 넘겨보자며 하루하루 현실을 회피해 왔다. 그러다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에 쓸려나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언론 본질을 흐리고 타락한 정치권력에 줄 대서 저희의 입을 막아보려는 어떤 시도에도 무릎 꿇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박진수 지부장은 "뒤에 있는 피켓을 볼 수가 없다. 과연 우리가 떳떳했나, 우리가 언론인의 책무 다했나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YTN은 2008년 해직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동료가 3명이나 남아 있다"며 "그런데도 KBS, MBC, YTN 공영언론 사주들은 개인 영달과 출세에 목말라 언론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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