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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특혜' 정권 동원됐나…'사상 초유' 입시비리 의혹



교육

    '정유라 특혜' 정권 동원됐나…'사상 초유' 입시비리 의혹

    최순실에 靑 입시문건 유출…朴 "체육계 감사하라" 지시도 사전열람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의 단초가 된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전체가 동원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각종 입시 비리는 많았지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사실로 규명된다면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긴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파문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TV조선은 26일 최씨 측근의 사무실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지난 2014년 4월 29일 작성한 '체육특기자 입시 관련 문건'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청담고 3학년이던 정씨가 같은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 출전과 수시모집을 앞두고 한창 대입을 준비하던 시점이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에는 △단체종목에서 개인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관이 개입되는 면접 비중을 줄이고 개인 기록지표 등을 대입 기준에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은 작성 당일 밤 9시 4분에 최씨에게 팩스로 전달됐고, 이튿날인 4월 30일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주요 내용들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당시 발표된 내용이 정씨가 치를 '2015학년도'가 아닌 '2016학년도' 입시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정부의 입시 정책과 방향을 사전에 챙겨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문은 커지고 있다. 다른 민감한 입시 정보들에도 최씨가 자유롭게 접근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정씨는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선화예중에 다니며 성악을 전공했지만, 2012년 고교 진학을 앞두고 갑자기 체육특기자가 됐다. 정씨가 합격한 청담고는 원래 체육특기학교가 아니었지만, 그해 시교육청에 신청해 2012년부터 승마특기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시 청담고가 모집한 승마특기생은 1명이었고, 그해 승마특기생으로 고입 지원한 학생은 서울 전역에서 정씨뿐이었다. 정씨가 대입을 치르던 2015학년도 이화여대 입시에 사실상 첫 승마특기생이 생긴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정씨의 이대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획득 과정에도 정권 차원의 '사전 포석' 정황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정씨는 청담고 2학년생이던 2013년 4월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했지만, 2위에 그쳐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자 경찰이 '판정 시비'를 이유로 점수를 낮게준 심판들을 불러 조사했다.

    급기야 5월엔 청와대가 대한승마협회를 감사하라고 지시한다. 정씨는 그해 6월 열린 마장마술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시 출전, 4위를 기록하며 결국 아시안게임 선수권을 따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경기단체 임원들이 본인 명예를 위해 협회장을 하거나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우리 체육 발전을 위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실력이 있는데도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새 정부에 있어선 안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국무회의 3시간 전에 최순실씨의 PC에 고스란히 저장됐으며, 파일의 최종 저장자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부속비서관이었다고 jTBC는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부터 대한체육회 산하 2099개 경기단체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정씨 대학 보내기 프로젝트를 위해 비선 라인이 국정에 개입한 꼴"이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판정 시비'가 불거진 그해 4월 국회 교문위 회의에서 안 의원이 정씨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문체부 김종 2차관과 일부 여당 의원은 정씨를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당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2007년부터 2014년 3월까지 거의 모든 경기에서 1, 2위를 휩쓸다시피 한 선수더라"고 정씨를 두둔했다. 이에 김 차관도 "고등학생으로서는 성인들과 똑같은 수준의 성적"이라며 "우리가 이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정치권에서 소위 불공정한 세력과 결탁해서 괜찮은 유망주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아주 오랫동안 훌륭하게 커 왔더라"고 보호막을 쳤다. 김 의원은 3개월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같은 사실들은 결국 정씨 '이대 보내기'에 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까지 총동원됐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정씨 특혜 입학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뒤 한참이 지난 21일부터 조사에 착수, 이르면 다음주부터 특별감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고구마줄기처럼 불거져 나오는 의혹들을 감안할 때, 교육부가 여론을 의식해 감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입시 비리를 둘러싼 의혹 주체들이 이미 정씨와 최씨 개인을 넘어,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와 여당까지 확대된 상황이어서다. 가뜩이나 대입에 민감한 국민들이 교육부의 감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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