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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북미 비밀접촉, 미국이 더 원했다"



정치 일반

    정세현 "북미 비밀접촉, 미국이 더 원했다"

    -북미대화, 서로 필요성있기 때문
    -민간대화 일축? 사실상 반관반민
    -美, 대선 앞두고 북풍 막아야 돼
    -北, 차기 미 정부에 메시지 전달
    -대화하려는 北, 플랜 B 준비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를 한다고 해서 세계가 다 나서서 강력하게 대북제재를 함께하는 줄 알았는데 북한과 미국은 비밀 접촉을 한다고 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이 사람들은 왜 만났고 우리는 또 어디까지 가야 되는 걸까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정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 정세현> 안녕하세요.

    ◇ 변상욱> 강력한 대북제재가 진행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북한과 미국은 만났습니다. 이 비밀 접촉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정세현> 지금 강력한 대북제재가 진행이 안 되는 것이죠.

    ◇ 변상욱> 대북제재가 안 되고 있다?

    ◆ 정세현> 지금 우리가 사드배치 방침을 발표하고 나서 중국하고 러시아가 대북제재 2270호 대열에서 사실상 빠져나갔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다음에 이번 워싱턴에서도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도 했고 그 다음에 이어서 국방장관끼리의 연례안보협의회라는 것도 했습니다.

    거기서도 '한미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합의를 했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이거는 북한보다는 미국이 어떤 점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변상욱> 미국이 더 필요성을 갖고 있다?

    ◆ 정세현> 지금 미국 현 정부는 임기가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모색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다만 미국의 싱크탱크나 그 다음에 차기 정부를 구성할 사람들은 '오바마 때의 북핵 정책 가지고는 안 되겠다. 오히려 오바마 때 전략적 인내라는 북핵 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5번이나 하지 않았느냐? 앞으로 6~7번 핵실험을 하게 되면 이건 정말 곤란해진다. 그래서 사전에 이걸 막으려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그런 모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필요를 미국 측에서도 느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안은 북한이 했을 거예요. 그러면 그 중간에 다리 놓은 사람들이 대개 북한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토니 남궁이니 레온 시갈이니 이런 사람들이 다리를 놨겠지만요. 결국 북한에서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미국의 차기 정부를 상대로 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고, 미국은 미국대로 오바마 정부가 끝난 뒤 북핵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런 모색을 하는 차원에서 서로 만났다고 봅니다.

    ◇ 변상욱> 차기 정부의 비전과 관련돼 있다고 말씀하신 그 부분과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 정부도 그렇고 미국 국무부도 그렇고 '민간 차원의 회동이다, 민간 차원의 대화다'라고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서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민간 대화라고 볼 수는 없는 거겠죠?

    ◆ 정세현> 반관반민이라고 봐야죠. 우선 첫째로 북한 대표들이 전부 당국자들이고, 북한은 민간이 없지 않습니까? 북한은 민간이 없잖아요.

    ◇ 변상욱> 그렇죠. 누가 나가든 당의 명령으로 나가는 거겠죠.

    ◆ 정세현> 그 다음에 미국 측에서 나간 사람들도 그냥 단순하게 학자나 대학 교수, 전문가들이 아니고 과거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전선에서 북한과 협상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만든 로버트 갈루치, 그다음에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만든 조지프 디트라니, 이런 사람들은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고 소위 북한의 말에 숨은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해서 아마 그들이 돌아가면 보고서를 작성할 겁니다. 그러니까 이걸 단순한 민간 차원의 대화라고 의미를 줄이는 것은 '자기가 못하니까 이런 식으로 깎아내리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 변상욱>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 조지프 다트라니는 6자회담 차석대표였던 그 사람이죠. 그리고 시걸 국장도 역시 동북아 안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관료 출신의 인물이고요.

    ◆ 정세현> 그러니까 시갈이 다리를 놨겠죠. 10월 3일, 10. 4 정상선언 9주년 행사 때 와서 연설도 하고 했죠. 한국도 잘 알지만 북한도 잘 아는 미국 내 한반도통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변상욱> 그러면 미국 측은 그렇다고 치고요. 북한 측에서 나온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전 차석대사. 이 두 사람의 성격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 정세현> 한성렬 씨도 지금 외무성 부상을 하고 있는데요. 과거에 오랫동안 UN 북한대표부의 차석대사로 있으면서 미국과 꾸준히 대화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내 미국통이고 미국 창구죠. 북한은 넘버1보다 넘버2가 더 핵심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UN대사보다도 차석대사인 한성렬은 미국 내에 아는 사람이 많아요. 지금 장일훈 씨도 UN 차석대사로 있는데 그도 역시 많은 인맥을 지금 이미 구축했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게 앞으로 우리가 소위 쿠알라룸푸르 회의 이후에 북미 동향을 주시해야만 하는 그런 이유입니다.

    ◇ 변상욱> 그러면 결국 이런 반관반민의 대화는 정부 간 대화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군요?

    ◆ 정세현> 저는 그렇게 봅니다. 과거에 그런 경우도 있고요. 대표적인 것이 꼭 반관반민은 아니지만 1994년 북핵위기 때, 6월에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선생, 나중에는 대통령되셨지만 DJ의 권고를 받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 변상욱> 네, 특사로 갔죠.

    ◆ 정세현> 그때도 '민간 차원에서 간 거다. 우리는 전혀 관계없다. 우리는 그에게 전혀 미션을 준 적이 없다'라는 식으로 다른 소리를 했지만 그가 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해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바로 미국 정부가 '잘됐다, 한국 정부도 그걸 받아라.'라고 했고요.

    그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그게 못마땅했었습니다. 카터가 가는 것도 못마땅했고 그다음에 정상회담을 미국이 주선해서 다리를 놓는 걸 싫어했는데요. 나중에 미국 정부에서 받으라고 권고하니까 받았죠. 민간 차원이니까 미션 없다는 이야기는 그건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미국에서 이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간단히 볼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 변상욱> 타이밍 얘기도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국 대선이 어떻게 보면 클라이막스에 가 있는 이 시점에 꼭 만나야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꾸려진 다음에 만나면 너무 늦는 건지요?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민간 쪽 사람들을 갖다가 슬그머니 보낸 건지요? 이 타이밍이 맞는 겁니까?

    ◆ 정세현> 지금 저는 이 타이밍을 미국이 굉장히 의미 있게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10월 10일에 11월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처럼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할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하지 않았단 말이죠. 이건 북한이 다른 타이밍을 노리고 있지 않나?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 변상욱> 다른 타이밍이요?

    ◆ 정세현> 예를 들면 11월 8일에 일을 벌여버리면 미국은 난장판이 되죠. 과거에도 2006년 10월 9일 핵실험 하기 전에 2006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날에 장거리미사일을 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아주 난장판이 됐었는데요. 바로 그런 걸 막으려는 의도가 있고요.

    두 번째는 북한이 지금 저렇게 준비가 돼 있다면 협상 전략 차원에서 6차 핵실험 또는 7차 핵실험까지도 갈 수 있다고 미국은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관리를 하는 차원에서, 다시 말해 '그런 일하지 말고 앞으로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 즉 말하자면 '협상을 통해서 당신네들이 얻고 싶은 것을 미국이 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줘야 북한이 사고 안 칠 거 아닙니까?

    ◇ 변상욱> 그렇죠.

    ◆ 정세현> 그러려면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면 책임 문제가 생기니까 미국 정부의 얘기가 통할 수 있는, 지금 민주당이라는 점에서는 이 사람들이 얼마든지 오바마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물론 이제 다트라니는 부시 정부 때 활동했던 사람이지만 전직 관료라는 점에서는 현 정부와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미국으로써는 이들을 활용해서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 더 이상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줘야 하는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슬그머니 가는 걸 허용했으리라고 봅니다.

    ◇ 변상욱> 그런데 물꼬를 슬쩍 트거나 아니면 대선을 위해 북풍이 불지 않도록 관리조정하는 타이밍이라 하더라도요. 분위기가 이렇게 대화 국면으로 가면 그동안 초강경으로 대북제재하겠다고 움직였던 건 어떻게 됩니까? 좀 썰렁해지는데요?

    ◆ 정세현> 성동격서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 변상욱> 성동격서요?

    ◆ 정세현> 소리는 이렇게 요란하게 지르지만 이미 대북제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슬슬 빠져나갔기 때문에요. 이건 전적으로 사드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기운이 빠지고 있고 더구나 5차 핵실험에 대한 UN제재가 지금 핵실험으로부터 오늘이 45일인가 그럴 거예요. 그런데 전혀 진전을 못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2+회담의 합의도, 그리고 20일에 끝난 한미 국방장관끼리의 연례안보협의회의 합의도 사실은 공허해 진거에요.

    ◇ 변상욱> 그러면 강경 일도로 가고 있는, 성동격서가 아닌 계속 동쪽만 치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대로 가게 되는 건가요?

    ◆ 정세현> 이러면 안 돼요. 사실 이렇게 소리는 그렇게 지를지라도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가 한미 간에 합의가 됐고, 또 우리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얘기기 때문에 갑자기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쿠알라룸푸르 미북 접촉을 계기로 해서 미국 차기 정부와는 대화와 협상 방식으로 북한이 문제를 풀 가능성이 높다는데 대비를 해야 되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플랜B를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그 플랜B에서 제일 걸리는 것은요. 지금까지 누가 뭐라도 우리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또 UN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마는 ‘먼저 비핵화를 하고 그다음이 평화협정이다’라고 얘기를 해왔고요. 북한은 ‘뭔가 평화를 보장해 줘야 핵개발을 덜할 거 아니냐?’라는 얘기를 해왔고요. 이 순서를 갖다가 우리가 바꿀 수 있을 것이냐? 이 문제인데요.

    ◆ 정세현> 사회자께서는 물건 사보셨죠? 장사는 안 해보셨겠지만 물건은 사보셨죠?

    ◇ 변상욱> 그렇습니다.

    ◆ 정세현> 물건 사고 팔 때 파는 사람은 일단 비싸게 부르죠. 파는 사람은 싸게 깎으려고 그러고요. 처음에 장사하는 사람이 부르는 물건 값을 그대로 인정하고 흥정을 시작합니까? 그러니까 북한은 평화협정부터 해 달라고 그러고, 미국은 비핵화부터 해달라고 그러고 이렇게 서로 얘기가 엇갈리지만요.

    이거는 결국 9. 19공동성명에 합의했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그러니까 철저한 상호주의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나왔던 얘기를 스타트 포인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거기서 서로 흥정을 생각하면 되지요. 미국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얘기는 그렇게 해서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변상욱>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거 아니냐? 저렇게 해서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계속하고 평화 체제 논의는 질질 끌면서 실험을 계속하다가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 굳히고 그렇게 해서 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거 아니냐?' 그런 걱정도 합니다.

    ◆ 정세현> 그러니까 바로 그런 걱정이 들수록 북한이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묶어두는 그런 협상을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 보면 북한은 대화를 하는 동안은 사고를 안 치거나 비교적 적게 칩니다. 대화가 없는 동안 틈새 시간, 말하자면 대화 중간에 틈새 시간이 길어질수록 북한의 협상 카드는 커집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플랜B를 준비해야 된다고 하는 말씀 저희가 귀담아 듣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변상욱>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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