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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가 '찬조경제'된 진실을 알고 싶다



법조

    '창조경제'가 '찬조경제'된 진실을 알고 싶다

    (사진=자료사진)

     

    "근거없는 비방·폭로"라고 주장하고 묵살하던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위해 770억 원을 모금했지만 '순수한 돈'이니 '죄 없는' 재단은 문제 삼지 말라 한다.

    지난 달 21일 발언이니까, 꼭 한 달 만의 해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중은 한달간 새까맣게 타들어 간 것 같다. 그간의 일로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을 것이다.

    불리하면 '국기문란, 지라시'라고 곧바로 검찰을 동원하고 가이드라인을 줬던 대통령이다.그런데 '근거없는 폭로'라며 검찰에게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아는 척도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더 이상 방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국민들은 지난 한 달 동안 기가 찬 일들을 목도해야 했다. 대통령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이 이대 교정을 활보하며 딸의 성적을 바꾸고 지도교수를 제멋대로 조인트 까대는 '영화'같은 현실을 감당해야 했다. 일부 재벌 오너의 운전기사 갑질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엄마의 그 딸이다. 모녀 위세가 명불허전이다. 정유라 어록은 압권이다. "돈도 실력이다,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 온 국민의 뒷골을 들쑤셔 놓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하기야 말(馬) 타고 사학명문 교문을 뚫었으니 오죽하랴. 대학 학장이라고 하는 자는 "정윤회 부인입니다. 잘 하세요"라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무엇이 그들에게 이런 '위세와 권세'를 주었을까.

    대통령은 재단 모금액 770억 원이 "순수한 돈"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할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고 논의해 모아진 돈이라 했다. 기업 스스로 자발성을 유독 강조했다.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경총 회장은 "미르 재단 법인이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었다"고 폭로했다. 국내 4대그룹 가운데 A 기업은 "K스포츠 재단이 80억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강제성을 은연중 드러냈다. 참석하지도 않은 회의록을 들이밀고 도장을 찍으라는 증언까지 나왔다, 그러한데 '순수한 모금'이라고 믿지 않으면 '괴담이고 법경시 풍조'로 몰아 붙이려 한다.

    (사진=자료사진)

     

    미르 재단은 작년 10월 26일을 전후 팔레스호텔에서 군사작전 하듯 번개처럼 탄생했다. 재단 설립까지 48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재단 법원 등기는 6시간 17분의 초고속 기록을 달성했다. 권력과 정부가 밀어주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유례없는 신기록들이다.

    대기업들 불만도 초고속으로 시중에 알려졌다. 미르가 설립되고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기업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작년 11월 당시 한 경제신문 논설은 '미르에 왜 돈을 냈냐'고 물었더니 기업 관계자가 "내라니까 냈다"고 적고 있다. '누가 내라고 했냐'고 다시 물으니 "다 아시면서…"라고 꼬리를 내렸다 한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믿으라 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한가지 더 있다. '근거없는 폭로'라고 버티던 대통령이 '순수성을 믿어 달라'면서도 대통령 자신과 최순실 관계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지난 한달 동안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이 도대체 누구냐는 물음이 시중에 아우성 쳤다. 그러나 '자발적 모금'이라는 해명 뿐이다. '의문의 여인' 최순실과 정유라는 일국의 왕조 가문보다 더한 특권을 누렸는데, 대통령은 그들에 대해 한마디도 없다.

    정유라는 엄마 최순실이 이대 교정을 휘저으며 대학 학장과 교수를 무력화 시키는 한편 수업을 받지 않고도 학점을 따게 하는 '위력'을 직접 체감했다.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는 말이 그냥 불쑥 튀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승마협회를 감독하는 문화체육부 국·과장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가는 것을 보니 간은 더 부었을 것이다. 그래야 정유라가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에 적은 글을 해독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 정윤회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해 왔다"라고 썼다.

    대통령 해명이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꼬리 자르기 실체는 '재단은 건드리지 말고 개인비리만 쳐라'는 것이다. '근거없는 폭로'라고 막연히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기 때문에 나온 카드다. 검찰은 이 선을 넘지 말라는 신호다.

    그러나 기업 모금' 성격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한 자발적 모금이라고 둘러대기에는 의혹이 너무 커졌다. 시중에는 '창조경제'가 아니라 오히려 '찬조경제'라는 말이 이미 파다하다. 자금 모금과정의 불법성이 드러나면 '자금 유용'은 세발의 피요, 곁가지다. 판이 달라진다. 미리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낫다. 가을은 진실을 마주하기 좋은 계절이다. 어느새 늦가을로 접어들고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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