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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한∙북한 어느 편이냐'고 그만 물어보세요



사회 일반

    이제 '남한∙북한 어느 편이냐'고 그만 물어보세요

    [탈북 청년들의 남한 적응기] ③

    글 싣는 순서
    ① 몰래 보던 드라마속 나라로 탈출했지만 웃음이 사라졌다
    ② 탈북 3년, 나도 수다 떨며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③ 이제 '남한∙북한 어느 편이냐'고 그만 물어보세요
    (사진=자료사진)

     

    가족들과의 재회는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을 한순간에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금 내게 서울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고향이 되었다.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활기차고, 사람만큼이나 많은 자동차와 버스는 걸어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거리를 짧은 시간에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 심지어 택시는 아무 시간에나, 아무 장소에서나 탈 수 있다.

    노래방은 재밌고, 홍대의 길거리 공연은 가슴 뛰게 매력적이다. 세상에 맛있는 요리도 정말 많다. 순대와 떡볶이와 치킨! 떡은 떡국을 만드는 데만 들어가는 줄 알았고, 닭으로 할 수 있는 건 백숙 정도만 알았는데, 튀겨서 그렇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니. 돈 많이 벌어서 북한에 치킨집 차리고 싶다.

    커피는 아직까지 잘 마시진 못하지만, 카페는 정말 멋지다. 우리가족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빠 엄마는 열심히 일을 하며 서울 생활에 적응하고 계시고, 공부 욕심이 많은 오빠는 한국의 학생들과 똑같이 수능시험을 치러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 내 차례다. 북한에 있을 때는 꿈같은 거 없이 살았는데,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다. 나는 글을 통해 북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사진=자료사진)

     

    혹여 누군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듣지 않을까, 마음의 문을 닫고 움츠러들었던 지난 시간이 흐르고,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서울에서 나의 오래된 고향과 새로운 고향을 이어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북한 사람이냐고,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당연히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묻는다.

    "만약 북한이랑 남한이랑 축구하면 어디를 응원할 거야?"

    그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한참을 망설이다 대답한다.

    "저는 둘 다 응원하고 싶어요. 어느 쪽이라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거 봐, 너는 아직 완전한 한국 사람이 아니야.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을 응원해. 너는 선택을 하지 못하잖아?"

    그런가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둘 다 응원하고 싶어요.

    이젠 내게 어느 편이냐고 그만 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질문, 정말 따분해요. 나는 서울에 살아요. 주민등록증도 있다고요.

    ※ 우리온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커뮤니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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