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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고 예뻐져야 훌륭한 사람인가요?"



문화 일반

    "살 빼고 예뻐져야 훌륭한 사람인가요?"

    우리는 왜 지방 다이어트에 열광하는가

    - 같은 값이면 예쁘고 잘생겨야
    - '외모=자본'인 현실
    - 다이어트 열풍, 외모만의 문제 아냐
    - 살 안 빼면 나태한 인간으로 낙인
    - 특정한 외모만 아름답다는 생각, 옳은 걸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6년 10월 4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이번 주부터 경희대 이택광 교수 화요일 이 시간 만나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이슈들, 쟁점들 하나하나 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그런 시간으로 꾸밀 텐데요. 지난주에는 우리가 페미니즘 또 여혐, 남혐 논란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다이어트 열풍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될지 이택광 교수의 고견을 듣겠습니다. 이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다이어트가 우리 사회의 하나의 큰 화두가 된 지는 참 오래됐잖아요. 그런데 유행이 있나 봐요. 요즘은 무슨 지방 다이어트가 또 유행이라면서요?

    ◆ 이택광> 얼마 전에 몇 주 전이죠. 모 방송국이 스페셜 프로그램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과학적으로 아예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닌데 과학 영국에서 발표된 어떤 과학논문을 근거로 해서 비만의 원인이 사실 지방이 아니다. 탄수화물이다.

    ◇ 정관용> 탄수화물.

    ◆ 이택광>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죠.

    ◇ 정관용> 우리가 주식으로 삼았던 쌀, 밥, 이런 게 탄수화물이죠.

    ◆ 이택광> 그렇죠. 탄수화물이죠. 사실 건강상 이유 때문에 쌀밥 위주의 식사가 문제가 많다, 이런 얘기는 아주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의보감을 보더라도 조선시대에 가장 한국인들의 가장 큰 병이 무엇이었냐 하면 소갈증이라고 되어 있어요. 당뇨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폭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 보니까 당뇨병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 그런데 그런 것 때문에 탄수화물을 과잉섭취하고 또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말들이 또 이제 굉장히 경계하는 그런 이야기로 또 부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어떤 의구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런 방송이 나오니까 많은 분들이 또 지방만 먹으면 된다라고 생각들을 하게 되고.

    ◇ 정관용> 탄수화물은 아예 안 먹고 줄이고.

    ◆ 이택광> 아예 안 먹습니다.

    ◇ 정관용> 지방을 많이 먹어라, 단백질이 아니고.

    ◆ 이택광> 그게 사실 아킨스라는 의사가 있었죠. 그 의사가 단백질만 먹어야 된다라고 주장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랬던 적이 있어요.

    ◆ 이택광> 정작 본인은 심장병으로 돌아가셨잖아요.

    ◇ 정관용> 그때는 황제다이어트 그래서 소고기만 먹었잖아요.

    ◆ 이택광> 지방을 제거하고 단백질만 먹으라고 해서 단백질만 드시는 분도 있었는데.

    ◇ 정관용> 이번에는 지방만 또.

    ◆ 이택광> 이번에는 지방만 먹으라고 해서. 지방이 물론 돼지 비계나 소 지방 이런 것도 다 들어가지만 우유 또 달걀, 또는 치즈.

    ◇ 정관용> 치즈.

    ◆ 이택광> 버터 이런 것들이 전부 다 들어갑니다. 이것만 드시는 거죠,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 정관용> 요새는 삼겹살만 드시는 분도 있다면서요?

    ◆ 이택광> 그래서 제가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지난주에 제가 삼겹살집을 갔는데 만원이었어요.

    ◇ 정관용> 값이 올랐어요?

    ◆ 이택광> 너무 사람이 많이…자리가 없더라고요. 그게 어떤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 정관용> 유행처럼 돌고 돌아요. 어떨 때는 또 아주 밥을 잔뜩 먹는 게 오히려 배에 포만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살찌는 다른 걸 안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어라. 또 한때는 밥을 많이 먹어야 된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 정관용> 이번에는 밥 먹으면 안 되니까 지방 먹어라. 한때는 단백질을 먹어라. 한때는 간헐적 단식. 굶어라.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거?

    ◆ 이택광> 사실 살은 굶으면 빠집니다. 그건 가장 좋은 방법인데요. 사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것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굶게 되면 몸에 말 그대로 비상사태가 일어나는 거죠. 비상체제로 돌입하게 되고 그래서 굶는 것은 굉장히 안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것은 많이 또 알려져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뭐가 옳으냐를 지금 말씀드리려고 이 소재를 택한 것은 아니고요.

     

    ◇ 정관용> 이 교수가 그 전문가가 아니죠.

    ◆ 이택광> 전문가도 아니죠. 이 말 들으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말 들으면 저 말이 옳은 것 같은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식사가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적당히 먹으면 된다고 생각을 들어요. 그리고 양을 적당히.

    ◇ 정관용> 골고루 적당히.

    ◆ 이택광> 운동을 열심히 하시고요. 그럼 좋은 몸매를 가지게 되실 거라고 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평론가의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다이어트 열풍이 문제라는 거죠. 그게 지방을 많이 먹든 단백질을 많이 먹든 탄수화물만 드시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런 다이어트가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으며 또 이런 편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물론 한국사회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쏠림현상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실 수는 있겠지만 사실은 근거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고요. 한국사회는 그만큼 밀도가 높은 나라니까 특히 한국만큼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나라도 없고요. 또 남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사는 집단들도 좀 드뭅니다. 우리 사회는 저는 그게 또 한국 사회의 발전 동력이었던 만큼.

    ◇ 정관용> 지금 말씀하신 것들도 다 요인이네요. 소셜미디어의 발달, 남의 눈치 보는 문화. 그리고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그런 집단주의.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미치네요.

    ◆ 이택광> 그렇죠. 사실 눈치를 본다는 뜻은 즉 정확하게 말하면 좀 경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뜻이 되는 거고요. 경쟁적인 것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실 때 어떤 내가 저 사람을 이겨야 되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 밑바닥에는 내가 저 사람보다 못난 게 어디 있냐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은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죠.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우리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저 사람이 뭔가 나보다 잘 되었을 때는 특히 능력도 비슷한 것처럼 보이고 또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나와 동등한 것처럼 보이는데 왜 저 사람만 성공할까라는 생각. 사실은 어떻게 보면 시기심이니 질투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면에는 평등의식이 있는 거예요. 저 사람이랑 나랑 다를 게 없다. 나도 열심히 하면 잘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들도 안에 있는 것이거든요. 이게 또 한국 사회를 발전시켜왔던 그런 민주주의의 저는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 이게 너무 지나치게 너무 질곡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약간 그런 규범사회, 너무 민주주의 의식이 강하다 보니까 민주적인 그런 태도 자체가 규범화되는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는 소재로 또 사용되고 있는 민주주의 역설이 굉장히 많이 지금 발생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 정관용> 다이어트 열풍에서 민주주의 역설까지.

    ◆ 이택광> 사실 다이어트라는 것이 과거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안 됐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우량아 선발대회라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조금 퉁퉁하고 통통하면 굉장히 복스럽다.

    ◇ 정관용> 맏며느리감이다.

    ◆ 이택광> 심지어는 통통하신 여성분들이 훨씬 더 인기가 있고 그런 어떤 분위기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게 완전 마른 여성이라는 좀 남자들도 지금은 말라야 되는 그런 어떤 말라야지만 미남이 되는 이런 현상으로 바뀌었고 심지어 패션에도 영향을 줘서 마르지 않으면 옷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옷이 굉장히 날씬한 사람들 위주로 제작이 돼서 나오고 있죠. 이런 것들은 좀 최근에 와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 주범이.

    ◆ 이택광> 그렇죠.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문화죠. 저는 걸그룹이라든가 물론 나중 보면 보이그룹들도 있죠. 걸그룹의 대칭으로 엑소라든가 이런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 보시면 뚱뚱한 분이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까.

    ◇ 정관용> 뚱뚱이 뭡니까? 지나치게 마른 사람들이죠.

    ◆ 이택광> 그리고 이제 걸그룹의 다이어트 식단들이 소개되고 사실 그건 사람이 할 짓은 아니죠, 그러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택광> 하루에 브로콜리 몇 개 먹고 견딘다는데 그걸 먹고 어떻게 견딥니까? 이런 상태들이 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어떤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더 건강하고 또는 어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아름다움의 근간처럼 보인다는 거죠. 건강하지 않은 식단이 오히려 건강하게 포장이 되고 또는 그런 것들이 아름다움의 대표성을 띠게 됐을 때는 상당히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 정관용> 그래요. 우리 대중문화가 그러니까 체형에 대한 잘못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죠?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게 또 딱히 대중문화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게.

    ◇ 정관용> 그럼 또 어디에 문제가 있습니까?

    ◆ 이택광> 결국에는 그것을 우리가 또 원한다는 거죠, 그것을.

    ◇ 정관용> 원한다?

    이택광 교수.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이택광> 왜 원할까를 생각해 보면 사실상 이제 조금 더 연원이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여기에는 경제 논리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외모지상주의라는 게 들어 있고요. 외모지상주의라는 것은 우리가 외모에 끌리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특정한 외모만을 아름다운 외모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것을 이상화해서 그 기준에 모든 사람들이 다 맞춰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외모지상주의죠. 이게 잘못됐다는 거죠.

    ◇ 정관용> 개성이 없고 어떤 하나의 외모형태를 만들어놓고.

    ◆ 이택광> 그렇죠.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이 결국 옷차림이나 이런 외모나 이런 게 거의 다 비슷하다는 거죠.

    ◇ 정관용> 비슷하다. 구분을 못하겠다. 분간이 안 된다.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런 식의... 물론 외모적인 어떤 그런 측면들. 생김새가 비슷하고 그런 건 당연히 우리가 같은 민족이니까 비슷할 수가 있겠지만 입는 옷이라든가 패션이라든지 또는 여러 가지 어떤 제스처라든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유사해요.

    ◇ 정관용> 게다가 성형.

    ◆ 이택광> 성형도 있지만 그건 제가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관용> 외국인들이 와서 분간이 안 간다는 건 성형한 분들이 워낙 많고 성형한 분들은 거의 똑같은 형태로 하잖아요.

    ◆ 이택광> 그렇죠. 왜냐하면 그걸 잘하는 병원이 예컨대 몇 군데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만들어집니다. 결국 저는 성형을 해서 성공한 예는 별로 본 적이 없어요. 말 그대로 그 의사 분들 하는 말이지만 성형이라는 것은 사실은 자연적인 어떤 미로 태어나는, 개성들을 망치는 행위죠. 그거는 양심 있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대부분 다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성형이라는 것도 잘 보시면 예전에는 이것을 미용 치료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코스메틱 써전(Cosmetic Surgeon)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플라스틱 써전(Plastic Surgeon)이라는 말로 바뀌었어요. 다시 말해서 성형이라는 것은 원래는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신 분들이 정상적인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어떤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하던 의술이었거든요.

    ◇ 정관용> 이른바 재건성형 이렇게 부르기도 하고.

    ◆ 이택광> 그게 목적이었고 그래서 의료보험이 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는 어떤 일정한 미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으면 그것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그런 분위기가 생겼어요. 그러니까 예전에는 어떻게 보면 약간 그런 어떤 기존의 표준적인 그런 방식의 미인상이 아니다 하더라도 개성이 더 중시됐다면 지금 와서는 탤런트나 영화배우처럼 돼야 되는 그런 강박들이 생긴 거죠. 그런데 이것은 저는 한국에서 외모가 자본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게 바로 외모지상주의. 외모가 자본으로 취급된다.

    ◆ 이택광> 물론 대중문화는 이런 편향들이라든가 이런 취향들을 반영해서 이 사람들은 결국 문화상품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에 종사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걸 쫓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 이게 어디서 시작됐냐면 결국 외모를 생각할 때는 외모를 자본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오가요.

    ◇ 정관용> 그것이 뿌리다.

    ◆ 이택광>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외모를 가지고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기준으로 삼는 것. 이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요. 이것이 바로 다이어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출발점이다.

    ◆ 이택광> 그리고 경쟁논리가 여기에 들어 있는 거죠. 그러니까 같은 값이면 예쁘고 잘생기면 좋다라고 생각하는 이런 문화들이 언제부터인가 생겼고요. 이게 바로 지금 현재 다이어트 열풍, 그러니까 무엇이든지 살만 빼면 된다는 그 생각. 그것이 살을 빼면 외모가 아름다워진다는 생각과 결합을 하면서 지금 현재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외모를 곧 자본으로 여기는 외모지상주의를 뿌리에 두고 그것을 또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대중문화와 성형 열풍이 함께 또 부추기고 이런 것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그냥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그게 또 일종의 민주주의 역설이 되고. 이런 현상에 우리가 빠져 있다. 우리 헤어나올 수 있을까요, 그런데?

    ◆ 이택광> 그러니까 이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저는 공론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지금 사실 의견만 존재하지 이런 것을 공론화해서 그와 관련된 해결책읠 도출해내고자 하는 어떤 공통 관점들이 실종됐거든요.

    ◇ 정관용> 어디서 해야 돼요, 그런 걸?

    ◆ 이택광> 사실 언론이 해 줘야 됩니다. 언론이 해야 되는데.

    ◇ 정관용> 그런데 요즘 무슨 케이블TV 이런 데서는.

    ◆ 이택광> 언론이 장사를 하고 있잖아요.

    ◇ 정관용> 노골적으로 성형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말이에요.

    ◆ 이택광> 가장 최근에 제작하셨던 그 프로그램이 있죠. 재미있는 것은 그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은 비판이 제기됐어요. 이 비판은 저는 이걸 보는 순간 아, 이거는 애니멀(animal)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 프로그램 중에 보시면 그런 우리 한국에는 지금 동물농장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동물 구조하는 것.

    ◆ 이택광> 동물 구조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런 느낌을 줬어요, 그러니까. 마치 이렇게 개성 있는 외모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그래서 그것을 표준적인 외모로 바꿔줘야지만 될 것 같은 그런 잘못된 어떤 질병처럼 대하는 태도를 만들어줬거든요.

    저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물론 거기에서 참여하시는 의사선생님이나 이런 분들은 좋은 의도였겠죠. 그래서 이걸 성형이라고 불렀던 것 같고요. 하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분명히 어떤 좋은 선의를 가졌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양산해내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결국 외모지상주의였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분들이 또 재미있는 것은 한국 분들만 아니라 외국 분들도 데려다가 이렇게 고쳐주고 이런 일이 많습니다.

    ◇ 정관용> 우리 언론이 그런 공론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역할을 못하고 나쁜 걸 부추기는 역할만 또 하는.

    ◆ 이택광> 그러니까 물론 이런 제작 시스템에서 광고로 주로 먹고살아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성형주의라든가 대중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그런 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은 맞춰야 된다는 생각은 듭니다.

    ◇ 정관용> 맞아요. 그런 프로그램 하나 만들면 다른 것도 하나 만들고.

    ◆ 이택광> 맞습니다. 그런 어떤 균형자 역할들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시민사회가 그와 관련된 문제제기를 계속해야 되는 것이고 또 이것도 상생작용이겠죠. 또 여기에 따라서 언론들도 시민사회들의 요구에 합당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을 해야 되겠죠.

    ◇ 정관용> 얘기해 보세요.

    ◆ 이택광> 그래서 이런 다이어트 열풍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몸만 바꾸겠다 이런 것이 아니고요. 이런 마인드, 자기의 자아를 바꾸는 문제들과 연결이 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게 자기계발 열풍과도 관련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단순하게 몸만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다이어트 열풍의 특징은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바꾸겠다는 것이죠.

    ◇ 정관용> 다이어트해서 살 빼는 노력이 있어야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이택광> 그런 의미에서 이제 다이어트 열풍이 내면의 아름다움과도 관련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외모를 이렇게 꾸미는 사람은 내면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들을 만들어줘버리고 그래서 단순히 몸의 성형이 아니라 자아를 성형하는 이러한 방식으로 이렇게 좀 다이어트 열풍을 바라봐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 들고. 이게 그런 면에서 심각하다는 거죠. 단순하게 그냥 뭐 내가 밥을 굶어서 더 예뻐지겠다 이런 마음보다는 이런 어떤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규범적으로 굉장히 잘못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런 효과가 있죠.

    ◇ 정관용> 자기계발조차 안 하는.

    ◆ 이택광> 그렇습니다.

    ◇ 정관용> 나태한 인간.

    ◆ 이택광> 너는 나태하고 저는 잘못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방법적으로 다이어트 열풍에 이렇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게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다이어트 열풍, 그 속에 들어 있는 자기계발과 결합된 모습까지 들어봤네요.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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